‘비판적 지지’의 본질은 ‘지지’에 있다.

이범주

 

과거에 민족해방, 통일, 반미 자주화를 그리 외쳤던 친구들은 왜 문재인이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전 세계 돌아 다니면서 북에 대한 잔혹한 제재에 동참할 것을 구걸하고, 박근혜 정권 시기 납치했던 북 12명의 처녀들을 돌려보내지 않으며, 사드를 추가로 배치하고 철폐하기로 약속했던 국가 보안법 온존시키는 데 대해 단 한 마디의 비판도 하지 않았었을까. 북과 철석같이 합의했던 내용들을 단 하나도 지키지 않고 참수부대 설치운영하며 국방비 전례 없이 가파르게 증액했던 데 대해서도 왜 한 마디 비판도 하지 않았을까.

과거에 노동자들의 계급해방, 사회주의 건설을 주장했던 그 많은 벗들은 또 왜 문재인의 민주당 정권이 은산분리 완화를 통해 재벌들에게 돈 벌 기회를 더 열어주고,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을 유명무실화 하며, 삼성에 대해 추가 특혜를 주고 농업과 농민들을 말살하는 정책을 펴도 한 마디 비판도 하지 않았을까.

박근혜 시절에 세월호 진상규명 하라 아우성치고 사대강 보 개방하라 강력하게 요구했던 그 많은 사람들은, 문제가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는데도, 왜 그에 대한 요구를 지속적으로 하지 않았을까……….

사람들이 비판적 지지를 말한다. 내가 요즘 들어 생각해 보니 비판적 지지의 본질은 그냥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지지 그 자체’다. 지지하겠다고 노골적으로 말하려니 쪽 팔리고 민망하니 그 지지에 분식의 껍데기를 입히기 위해 ‘비판적’이라는 형용사를 붙인 것이다. 과거를 돌아보라 그들이 무엇을 비판했는가. 결과적으로 그들은 그냥 민주당을 지지했을 뿐이다.

그러고 보면 민주당의 문재인….참으로 유능했다. 기만적인 술책과 사람좋아 보이는 상통만으로도, 한 때 민주화와 변혁에 헌신했었다고 스스로 자부했던 그 수다한 사람들을, 다시 국힘당에게 권력을 돌려줄 수는 없잖냐는 협박질로 순치시켰을 뿐 아니라 견해의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여 그들 사이에 건널 수 없는 골을 만들어 좀처럼 다시 같은 대오에 설 수 없게 만들어 버렸으니 말이다.

변화를 추구하는 입장에서야 웬수같은 인간이지만 이 사회가 두고두고 영속하기를 바라는 자들에게 문재인은 그야말로 크나큰 기여를 한 사람, 매우 유능한 존재다. 발 딛는 걸음걸음마다 요란한 소음 일으키는 윤석열보다 백배는 낫지 않느냐 말이다.

이 나라가 좀 더 살만한 곳으로 되기를 절실히 바라는 인민들의 요구가 ‘비판적 지지’로 민주당에게 모아지는 것을 교활하게 이용해 먹은 공이다.

하지만 그래봤자 잔머리. 잔머리는 결국 제 발등을 찍는 법. 그 잔머리가 어디까지 가나 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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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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