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국영우체국 파업과 핀란드 복지국가의 근간 – “사회적 합의 주의”의 실존적 근거는 없다-

<사진 출처 – peoplesdispatch.org>

안준호(한신대 학생, 양산맑)

1. “핀란드 노동시장의 깡패”의 사퇴

12월 3일, 핀란드 총리인 안티 린네 총리가 사퇴하였다. 그는 조선일보에서 “노동시장의 깡패”라고 소개할 정도로 노조 지도자 시절 준수한 협상력을 가지고 있었던 인물이다. 그러한 그가 1년도 채우지 못하고 사퇴하게 된 것 일까? 그가 사퇴하게 된 직접적인 이유는 현재 정부를 구성하는 연정(사민당, 녹색당, 중앙당, 좌파동맹, 스웨덴인민당) 구성원 중 중앙당이 총리가 최근 일어났던 국영우체국 Posti 노조 파업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며 지지를 철회하였기 때문이다. 린네는 연정을 유지해야 한다면서 스스로 사퇴하였다. 여기까지만 보면 사민당 총리가 무능해서 쫓겨난 것처럼 보인다. 일단 상황을 살펴보자.

2. Posti의 만행과 그에 대한 저항

핀란드 노동조합들은 지금 현재 산별로 파업을 선포하거나 그러한 파업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일단 국영기업이자 핀란드 국영우체국인 Posti는 노조의 파업을 시작으로 항공사, 제지업, 여러 테크기술 업체 등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Potsti는 적용되는 단체협약을 물류노조에서 일반산업노조의 것으로 바꾸겠다고 하면서 이를 통해 700명의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하기로 하였고 노조는 이에 반발하여 우체국 종사자 1만 명이 파업이 동참하였다. 게다가 Potsti CEO와 임원들이 성과금 잔치를 벌이고 노동자 임금의 몇 십 배의 연봉을 받는 것이 드러나자 사회적 파장이 일어났다.

파업은 11월 11월부터 2주간 진행되었고 이에 대한 항구, 항공, 서비스 노조의 연대파업과 임단협 기간이 끝나가는 다른 노조들의 파업이 연달아 이어지거나 예고되었다. 결국 기존의 단체교섭안 교체는 없던 것으로 하게 되었고, 700명의 노동자들은 기존의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게 되었으며 2022년 1월까지 기존의 단체교섭 협약을 유지하기로 합의되었다. 더하여 2015년부터 2019년 초까지 있었던 보수우파 정부의 긴축정책에 대한 불만이 쌓이다 정부가 바뀐 올해 9월부터 지금까지 분노가 터져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과정에서 매우 재밌는 사실은 사측인 Potsi에서 대체인력을 투입하려고 하자 지금 중도 좌파 사민당 정부가 제동을 걸었다는 사실이다. 공기업이었기 때문에 정부의 승인이 필요했고 당연히 사민당 정부에서는 수용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사측이 무기라고 할 수 있는 대체인력 투입이 막히자 강경한 자세를 취하던 Posti 경영진은 결국 노조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여론도 사측에게 좋지 않았다.

3. 중앙당의 불신임과 총리 사퇴

언론과 민심은 이번 사태에 정부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언론에서는 파업 규모가 이렇게 커질 때까지 정부가 예측하지 못한 것을 비토하고 있고, 국영기업에서 일어난 일을 정부가 사전에 막을 수 있는데도 방관하고 있다가 뒷북쳤다고 비판하는 모양새다. 여론조사에서는 사민당 지지율이 폭락하였다.

사민당의 생각이 어찌되었건 간에 분명한 것은 사민당 정권 하에서 일어난 일이며 그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중앙당은 총리에게 불신임을 한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도 어이없는 것이 중앙당은 2015년~2019년까지 보수정부 집권 여당이었고, 2019년 이후 신정부에서도 여당이라는 것이다. 사실 중앙당이 마음만 먹으면 보수정당들과 함께 과반을 형성하여 보수정부를 만들 수 있다. 이러한 자신들의 위치를 이용하여 Potsti 파업을 어느 정도 도와준(?) 사민당 정부의 총리를 제거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안티 린네 또한 정권이 넘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스스로 사퇴한 것으로 추측된다.

4. 북유럽 복지국가는 사회적 합의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이러한 과정을 보면 핀란드의 사회국가(복지국가) 시스템은 그저 합의서 몇 장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공기업이든 사기업(자본)이든 자본주의 시스템이 유지되는 한 철저하게 노동자 계급에 대한 공격을 진행하며, 이를 통해 노동자 계급이 이룬 투쟁의 성과를 지키기 위한 단결력과 조직적 저항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최근 핀란드 Potsti 파업을 통해 알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이후 사회적 합의 기구로 들어가는 주장이 계속되어 왔고, 노동개악이 진행 중인 와중에도 민주당 정권과 협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암암리에 퍼져 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이 언제나 자신들의 주장을 합리화하는 근거로 드는 국가가 북유럽 국가들이었다. 그들은 “북유럽처럼” 노사 간의 평화적인 협상과 사회적 합의를 통해 복지국가를 건설하자는 ‘위대한 주장’을 반복해왔다.

한국 민주당이 최소 핀란드 사민당처럼 법이라도 지키면서 노조의 파업권을 존중이라도 했다면 그 ‘위대한 주장’들이 조롱 받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환상은 이미 다 깨져 버린 지 오래이다. 핀란드를 포함한 북유럽에서는 매년 끊임없이 작고 큰 파업들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 또한 이미 문재인 정부의 사회적 합의가 어떤 성격인지 이번 톨게이트 파업으로 인해 폭로되었다. 이론적, 경험적 근거도 없으며 합의서에 대한 물신숭배를 저지르는 사회적 합의주의가 얼마나 대중들의 눈과 귀를 속이는 지 잘 알 수 있다.

이 글의 목적은 노조의 일상적인 교섭과 합의 자체를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다. 전쟁도 그렇듯이 공세종말점이 오면 당연히 협상을 통해 마무리 지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노동자에게 희생을 전담하기 위한 목표를 가지고 노사 타협주의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합의 그 자체가 목적이 되고 그를 둘러싼 수많은 정치적 계급적 역학관계에 대한 고민이 존재하지 않으며 합의서 종이에 대한 물신숭배가 팽배하다면 그것이 어찌 과학적 인식이란 말인가?

핀란드 노동자들의 연대파업을 보듯이 핀란드 복지국가의 근간은 노동계급의 단결력과 저항인 것이지, 합의서 몇 장이 아니다.

참고 기사

https://www.euronews.com/2019/12/03/finland-s-prime-minister-antti-rinne-resigns-following-postal-strike

https://brunch.co.kr/@nordic/141

www.helsinkitimes.fi/finland/finland-news/domestic/16983-posti-promises-not-to-bring-in-additional-agency-workers-due-to-strike.html

https://yle.fi/uutiset/osasto/news/strikes_end_as_postal_workers_reach_deal_with_posti/11088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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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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