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흐름을 우려함

이범주

 

요즘 문세광 관련한 영화 ‘암살자(들)’이 개봉되면서 박정희를 긍정적으로 평가는 흐름이 감지된다. 난 그 흐름을 우려스럽게 바라본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그는 북에 대한 혐오와 적대의식을 유포해서 분단을 유지하는데 혼신의 힘을 다했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 동백림 사건, 유럽 간첩단 사건, 재일동포 간첩단 사건들, 남민전…등 모두 조작으로 결론난 무수한 사건들이 그러하고 그 외 속칭 울진삼척 무장공비사건, 김신조 사건…등 조작의 혐의가 짙은 사건들이 또한 그러하다. 그는 분단을 유지, 강화하기 위해 국가보안법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일차적으로 그의 개인 권력을 지켰고 다음으로는 한반도 분단유지를 필요로 하는 미제국의 이익과 분단체제에서 꿀 빠는 이 나라 소수기득권 세력들의 이익 보호에 충실했다.

2. 이런 이유로 나는 그를 민족주의를 추구한 정치가로 보는 일부 시선에 반대한다. 그는 미 제국과 분단유지 세력의 이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민족을 팔아먹은 사람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민족주의자는 어떻게 처신해야 하나. 당연히 같은 동족이자 장기적으로 반드시 더불어 같이 살아야 할 북에 대한 적대를 완화, 소멸시키는 방향으로 국정을 운영하고 자국의 이익을 위해 대북 적대와 분단을 온존, 강화하려 하는 미 제국의 요구에 반대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분단유지, 대북적대, 미국 추종을 국가의 존재 이유로 삼는 대한민국에서 이런 정치지도자는 등장하지 못한다. 따라서 대한민국 정치마당에서 진정한 민족주의자는 존재할 수 없다.)

3. 그의 개인경력을 본다. 그는 일제 강점기 관동군 장교질 하면서 독립운동하는 조선 사람들 쫓다가 일제가 패망하자 광복군으로 변신을 꾀했고 남한으로 와서는 대세를 따라 남로당에 들어가 국군 남로당 조직망 총책 역할을 했다. 거기서 동지들 수천 명 명단 불어 죽이고 제 목숨 구걸해서 살아 남았다. 존경받기에는 그의 개인사가 너무 지저분하다. 그는 내내 생존과 권력을 추구하면서 그에 방해되는 사람들을 무수하게 제거했다. 여북했으면 미국이 박을 일러 뱀같은 자(snake Park)라고 했겠나. 그런 사람을 일러 난세의 영웅이라 말하기까지 한다. 영웅이라 말하기엔 삶의 내력이 너무 지저분하지 않은가.

4. 그가 경제개발 계획을 입안, 집행해서 나라를 가난으로부터 구제했다는 평가가 있고 이것이 그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의 주된 이유인 줄로 안다. 내가 얻어들은 바로는 이렇다. 그가 집권할 당시의 한국은 북에 비해 너무도 뒤떨어져 극명하게 체제 비교가 되는 상황이었다. 긍정적 전시효과와 체제안정을 위해서라도 미국은 적당한 정도로 한국경제를 개발, 성장시킬 필요를 느꼈고 장면 민주당 정권 당시 이런 목적으로 이미 경제개발 계획이 입안돼 있었다고 한다. 그의 역할은 이것이 다만 멋있게 진행되도록 연출하는 것이었다는 내용이다. 설령 그의 역할이 작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공이 그에게만 돌아가는 것도 말이 안 되는 얘기다. 오로지 성실하고 고된 노동으로 건설과 성장에 헌신했던 당시 민초들의 노고는 왜 말하지 않는가.

5. 내가 생각하는 한국경제의 고질적인 문제는 자본, 기술, 시장, 소재, 부품, 장비, 에너지, 자원, 식량…등 경제의 핵심적인 부분을 지나치게 외부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외국에 상품 팔아 달러를 벌어들이지 않으면 원유, 자원, 식량, 생산에 필요한 장비 부품, 소재…등을 사들일 수 없다. 그래서 수출에 목을 매는 외발자전거 경제가 되었다. 이런 연유로 인해 관세인상을 지렛대 삼아 9,5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라 강요하는 트럼프의 협박에 비참하게 굴복하는 참상을 감수한다. 박정희는 한국경제를 수출주도형 경제성장 모델로 몰고 가서 대외의존, 국내 타산업과의 연관성 결여 구조로 만들었다. 이 흐름에 편승한 일부 재벌 대기업과 그 대기업과 하청관계로 연결된 소수 기업은 성장의 혜택을 보지만 여기에서 소외되는 중소기업은 성장의 과실을 누리지 못한다. 자립경제를 포기하고 수출에 목을 메는 경제구조가 구축되면서 농민과 농업은 처참하게 몰락했고 노동자들은 정치적 무권리와 저임금으로 고통받아 왔다. 지금까지 지속되는 경제의 고질적 문제가 구조적으로 자리잡힌 시기가 박의 집권기였다.

6. 돈이면 다 되는가, 돈이야 말로 인간이 추구해야 할 최고의 지상 가치인가…그렇다고 가르친 게 또한 박정희 집권기이기도 하다. 전쟁 중인 벳남에 군인을 파병해서 그들의 피값으로 얻은 돈을 경제개발에 쓴 게 박정희 업적 중의 하나로 꼽힌다. 미국의 강요에 의해 굴욕적으로 타협한 한일협상 대가로 몇 푼 받아 경제개발 자금으로 쓴 게 또 그의 업적으로 평가된다. 돈이면 다 되는가. 돈을 벌기 위한 거라면 러시아에 적대적인 폴란드,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팔아도 되고 이란과 적대관계에 있는 UAE에 미사일 팔아야 한다는 의식이 한국에서 상식으로 된 것이 박 집권기 때의 시대정신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돈이 모든 것을 말하는 세상이 되었다. 자본주의 체제라면 다 그렇다고? 자본주의에도 정도가 있고 끕이 있다. 자본주의체제 국가라고 거기 사는 사람들이 다 그런 건 아니다.

그는 지금 한국의 경제, 정치, 군사, 문화…거의 모든 영역의 기본 틀을 짠 사람이다. 지금 한국인들이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정치적으로 자유롭고 타국 특히 미국과의 관계에서 자주적이고 문화적으로 세련된 삶을 산다면 그에 대한 평가는 당연히 좋아야 하고 존경과 사랑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 한국이 그러한가. 안 그렇다면 그가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일이 없고 없어야 한다. 결국 지금의 한국사회를 어떻게 보는가 하는 입장의 차이가 그에 대한 평가의 차이를 낳는다.

나는 얼마 전에 영화 ‘암살자(들)’에서 비장한 모습으로 그려진, 언론자유 위해 투쟁하던 기자, 지식인들의 모습조차 구시대에 속한 것으로서 자주, 자립이 핵심 시대정신으로 되는 현시대에는 이미 맞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박정희 역시 구시대 그것도 역겨운 구시대 흘러간 인물일 뿐이다. 역겨운 구시대 인물이 처해야 할 곳은 후대들에게 타산지석 가르침 주는 것으로 소임 다하는 역사의 박물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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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파심에서 첨언. 지금 박정희를 욕하지만 박정희를 평가한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할 때 민주당이 박정희로 상징되는 국힘당과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집단 또한 분단 유지하고 미국에 충성하고 북에 적대하며 대외예속적 경제구조 유지하면서 노동자, 농민 착취, 수탈 일조하는 데 여념없기로는 국힘당 뺨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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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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