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야성(不夜城), 자본의 무한 착취를 분쇄하자
택배 노동자들의 야간노동 중단 투쟁에 화답하며
택배 노동자들의 야간노동을 둘러싼 논란을 보노라면 자본주의 한국사회가 얼마나 저열하고 악랄한지, 자본의 무한탐욕 체제를 영속화 하기 위해 발악하는지 뼈속 깊이 느끼게 한다.
건설 노동자들에 대해 건폭 운운하며 노동자와 노조에 대한 극단적인 적개심을 표출했던 윤석열이 탄핵을 당했지만, 여전히 노동자, 노조에 대한 우리사회 전반의 부정적인 인식이나 심지어 적대감은 여전히 기세등등하게 살아 있다.
언제나 그렇듯 조선일보가 그 적대의 제일 앞에 서 있다. 조선일보는 야간노동이 암을 유발한다는 노동자들의 주장에 대해 이렇게 대응한다.
야간 노동뿐 아니라 돼지고기나 소고기 등 적색육, 65도 이상 뜨거운 음료, 튀긴 음식에서 나오는 배출물 등이 들어 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거나 접하는 것들이다. 같은 잣대라면 새벽 배송을 제한하자고 주장하는 민노총 관계자들은 당장 삼겹살, 소고기 회식 근절 선언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닌가.(김아사 기자, [기자의 시각] “새벽 배송은 No, 삼겹살은 OK?”, 조선일보, 2025.11.04.)
적색육과 야간노동을 비교하는 건 조선일보의 노동자에 대한 악랄한 조롱이다.
조선일보 너희들은 극한의 노동강도 속에, 밤잠을 설쳐가며 고기 섭취를 하는가? 조선일보 너희들은 목숨 걸고 중대재해를 당하고 직업병에 노출되면서 고기를 섭취 하는가? 조선일보 너희들은 발암물질이 나오는 적색육을 연속적으로, 아무런 제한 없이 무한 섭취하는가? 야간노동이 제한없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조선일보는 너희들의 자식과 식구들에게 가공육과 적색육을 무제한 먹일 것인가?
의료 전문가가 아니라도 건강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일정량 이상을 섭취하면 발암물질을 섭취하는 적색육을 제한해야 한다는 취지에 당연 동의한다. 가공육 섭취를 중단하고 적색육을 제한해야 한다. 더 나아가 야채나 생선 등 건강한 대체 식품을 섭취해야 한다.
발암식품 섭취를 줄이고 대체 식품을 찾아야 하는 것처럼 사회적 인간 타살인 야간노동을 줄이거나 중단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반대하는 조선일보야말로 우리들의 정신건강을 해치는 최대의 발암물질이자 사회악을 전파하는 악의 도구임이 분명하다.
조선일보가 야간노동과 적색육을 비교하는 진짜 의도는 인간의 생명유지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고기 섭취와 야간노동을 동류에 넣음으로써 야간노동이 필수불가결하며 영원히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을 설파하려고 하는 것이다.
전 국민의힘 대표인 한동훈 이 작자도 조선일보 못지 않게 저열하고 악랄하다.
“민노총이 이 새벽 배송 금지를 추진하는 데는 실제 숨은 동기가 있다. 새벽 배송 영역은 쿠팡 위주라서 아직 민노총이 장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벽 배송 기사의 건강을 염려해서라기보다 민노총의 저의에는 자신들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이해관계가 숨어 있다고 생각한다”
“미화, 편의점, 심야 운전 등 새벽에 많은 일들이 있는데 굳이 왜 민주노총이 지금까지 장악하지 못해 알력을 빚고 있는 새벽 배송에 관한 부분만 정확하게 타깃팅해서 없애야 한다고 얘기하는지 문제를 제기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다”
미화, 편의점, 심야 운전 등 새벽에 많은 일들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야간노동이 그만큼 만연해 있다는 반증이다. 야간노동이 만연해 있다는 것은 수많은 노동자들이 생계 때문에 원치 않은 노동에 내던져지고 있으며, 주간노동의 저임금을 벌충하려고 자신의 생명을 갈아 넣어가면서 임금을 더 받으려고 한다는 반증이다.
한동훈은 야간노동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논리를 대다가 야간노동이 만연한 현실을 발설하였다.
택배 야간노동 제한은 “미화, 편의점, 심야 운전 등” 이 사회 전반에 만연한 야간노동을 제한하고 중단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러나 한동훈은 택배뿐만 “미화, 편의점, 심야 운전 등 새벽에 많은 일들”이 이뤄지는 사회 전반의 야간노동을 제한하고 철폐하려는 노력 대신 “숨은 동기”, “민노총의 저의” 운운하며 야간노동 체제를 유지, 강화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지난 10월 30일 근로복지공단이 이용우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월부터 지난 6월까지 3년 반 동안 산재로 인정된 야간시간대 ‘사고사’는 운전·배달직 97명, 건설 32명, 제조 29명, 청소·경비 19명 등으로 ‘과로사’ 노동자는 청소·경비직이 42명으로 가장 많았다. 택배 노동자들의 야간 노동 중단 요구를 반대하는 한동훈은 “미화, 편의점, 심야 운전 등”을 예로 드는데 이들의 사고사와 과로사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숨은 동기”, “저의”는 무엇인가?
한동훈은 또한 “자폐아 어머니들, 장애우 어머니들, 노인들, 맞벌이 부부가 아침에 문방구에서 챙겨주기 어려운 사람들 많은 사람들이 각각의 절실한 이유로 새벽 배송을 이용하고 있고 (그 수가) 2000만”이라며 “마치 이 사람들의 소비 방식 자체가 새벽 배송 기사들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부도덕한 것인 양 얘기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소상공인들을 대립시키며 최저임금으로 인해 최대한 이윤을 받는 것이 외주화ㆍ하청화 뒤에 숨어 있는 대자본 자신의 이익임을 은폐하는 것처럼, 야간 노동자들과 소비자들을 대립시켜 쿠팡 자본의 탐욕을 은폐하고 있다. 야간 노동 철폐는 소비자들의 “소비 방식 자체”가 “부도덕”하다고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야간 노동 속에서 노동자들의 권리를 약화 시키고 무한탐욕을 추구하는 쿠팡 자본가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다.
“자폐아 어머니들, 장애우 어머니들”을 염려하는 한동훈이 당대표 있었던 국민의힘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처절한 이동권 시위에 대해 ‘폭력조장단체 2위’라고 비난하고 장애인권리예산 확충을 반대하고 나서지 않았는가?
노인들이나 맞벌이 부부 등 “절실한 이유”가 있는 이들의 인권이나 복지, 노동권에 대해 보장한적이 있는가? 한동훈은 사회적 약자들을 이용해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를 막는 돌려막기를 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또 이렇게 주장한다.
이번 새벽 배송 논란은 ‘모든 노동자의 단체’를 표방하는 민노총의 모순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민노총 주장대로 오전 0~5시 배송을 중단하고, 5시부터 배송을 한다 해도 물품을 미리 분류하고 옮기는 사전 작업은 심야 시간에 이뤄져야 한다. ‘이 노동자들의 권리에 대해선 왜 침묵하는가’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택배 기사들은 사업자 등록을 한 사장이지만 이들은 일용직이다. 야간 노동이 나쁜 것이라면 이들부터 보호하고 구제해야 앞뒤가 맞는다.(조선일보, 같은 기사)
조선일보 역시 을들의 갈등을 조장, 부각시키며 한동훈식 돌려막기를 하고 있다. 택배 노동자들의 야간 노동 제한을 막기 위해 일용직을 내세우는 조선일보가 단 한 번만이라도 저임금 불안정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자고 주장한 적이 있었는가?
야간 택배가 중단된다면 야간 택배 일용직 노동자들의 심야 노동역시 중단되어야 한다. 그동안 심야 전담반의 경우 밤9시부터 다음 날 아침 9시까지 10시간 밤샘 노동을 해왔다. 줄곳 심야로 이뤄지는 야간 노동 전담반의 노동은 교대제로 이뤄지거나 제한되어야 하며 적절한 임금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동안 택배노조는 계약직, 일용직 노동자들의 권리 보장을 위해 싸워왔다.
계약직, 일용직이 만연하게된 파견법이나 기간제법 악법 도입에 앞장서 왔으며, 정작 이들 노동자들이 싸우면 여지없이 악랄한 비난을 할 조선일보가 ‘이 노동자들의 권리에 대해선 왜 침묵하는가’라는 건 파렴치하다.
정작 조선일보와 자본가들은 비열한 분열 술책으로 비정규직을 내세워 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를 봉쇄하고 비정규직이 노조로 조직되면 다시 미조직 비정규직을 내세워 조직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를 봉쇄해 왔을 뿐이다.
불야성, 번영의 상징이 아니라 야간착취의 실태
지난 2024년 5월 숨진 쿠팡 새벽배송 기사 정슬기씨(41)는 사망 전 주 6일 동안 새벽배송을 하면서 주 73시간 이상 일했다.
원청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직원의 “달려주십쇼”라는 지시에 “개처럼 뛰고 있다”고 응답한 사실처럼, 무권리의 장시간 야간 노동이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몬 주범이다.
근로복지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택배기사의 야간 재해율은 10.1%에서 19.6%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신성경 기자, [기자수첩] 새벽배송의 그림자… 편리함 뒤에 가려진 ‘노동의 밤’, 뉴시안, 2025-11-04)
결국 사람이 죽었다. 2020년~2024년 10월까지 언론 보도로 알려진 사망 노동자만 20명이다. 숨진 노동자 20명 중 13명이 야간노동자였다.(이 중 1명은 사업장 내 살인사건으로 사망했다). 지난 2020년~2023년 쿠팡 3사(쿠팡, 쿠팡풀필먼트, 쿠팡CLS)의 산업재해율은 2.12%. 같은 기간, 전체 산업 평균(0.6%), 건설업(1.3%), 운수·창고통신업(1.1%)보다 높다.
하지만 쿠팡은 지금도 야간 고정 노동 체제를 고수하고 있다.(홍주환 기자, “다가온 ‘쿠팡 청문회’… 핵심은 ‘야간노동’이다”, 뉴스타파, 2025년 01월 20일)
쿠팡의 2025년 3분기 매출액은 12조8455억원 역대 최대로 치솟고 있다. 영업이익은 2245억원으로 전년 대비 51.5%나 폭증했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 “개처럼” 무권리 상태에 처한 노동자들이 죽어나가고 과도 노동에 시달리는 고통 위에서 쿠팡의 이윤은 천문학적으로 치솟고 있다.
노동자들의 빈곤과 고통과 절규, 무권리, 불행은 자본의 천문학적 부와 절대 권리, 무한 행복의 원천이다.
택배 노동자들의 권리를 반대하는 자들이 을들의 갈등과 대립을 조장하며 터무니없는 논리로 야간 노동 제한을 반대하는 것은 거대 유통자본 쿠팡의 이해를 대변하는 것이며 더 나이가 자본전체, 특히 대자본의 탐욕에 복무하는 것이다.
정년연장이 노동자들 스스로의 권리로 제기되는 것이 쥐꼬리만한 연금으로 노년을 살아갈 수 없는 무복지 착취사회가 강요한 폭력의 산물이듯이, 택배 노동자들의 다수의 야간배송 선호는 저임금과 비정규직과 실업의 만연이 가져온 자본폭력과 착취사회가 가져온 비정한 결과다.
안정적인 생활임금이 보장된다면 누가 고통스런 야간노동을 선호하겠는가? 강요된 폭력이 어떻게 자발적인 선호일 수 있는가?
야간노동은 인류가 노동을 한 이래 저절로 생겨난 노동이 아니다. 야간노동은 자본주의 착취사회의 고통스런 산물이다. 자본주의 이전의 고대, 중세에는 야만성에도 불구하고 야간노동은 존재하지 않았다. 야간노동은 자본주의적 야만성의 발로다.
맑스는 《자본론》에서 자연일의 한계를 넘어 노동일을 연장하여 노동자를 무한착취하여 최대이윤을 얻으려고 하는 자본의 탐욕에 의해 야간노동이 만들어졌다고 폭로했다. 야간노동은 교대제처럼 생산의 중단을 막아 이윤의 중단을 막으려고 고안해낸 악랄한 노동형태였다.
이미 1858년-60년에 아일랜드 빵제조공들은 야간노동과 일요노동에 반대하는 운동을 전개했다. 1871년 파리꼬뮌에서도 제빵공들의 야간노동에 대한 철폐가 실현된 바가 있다.
그런데 167년 전의 요구가 아직도 실현되지 못하고 우리는 아직도 싸우고 있고, 파리꼬뮌에서 쟁취했던 요구를 154년이 지난 2025년에도 여전히 실현되지 않고 있다.
불야성(不夜城)은 번영의 상징이다. 민중의 도탄과 고통을 은폐하고 일제의 식민지배가 가져온 “번영”을 식민지 근대화론으로 찬양한 뉴라이트 이영훈은 전향의 논리를 이렇게 제기했다.
지리산 산행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던 봉고차 안에서 이영훈은 ‘신식민지국가독점자본주의론’으로 명성을 얻었던 당대 대표적 좌파지식인 박현채 선생에게 ‘저 도시의 불빛을 보십시오. 저것이 어떻게 신식민지입니까.’라며 도발했다.(“안병직과 이영훈의 깊고 폭넓은 대화”, 뉴데일리 2009. 5.4)
한 때 진보적이었던 이영훈은 서울의 불빛을 보고 번영의 찬가를 부르며 변절을 정당화 했으나 서울의 휘황찬란한 번영 뒤에는 빈곤과 실업, 불평등이 숨어 있었고 이는 자본의 번영의 모습이었다. 이 불빛 뒤에는 또한 야간노동으로 고통받는 노동자들이 있었다.
불야성은 번영의 상징이지만 잠들지 못하는 야간노동의 현실이기도 하다. 불야성의 야간 노동을 철폐해야 한다. 자연일의 한계를 넘어 무한착취, 무한고통을 강요하는 폭력적 착취질서를 분쇄해야 한다.
불가피한 야간노동은 4시간 적정노동과 충분한 휴식을 보장해야 한다. 임금보장과 무권리 상태를 혁파해야 한다. 비정규직을 철폐해야 한다. 이윤이 제한되고 야간노동에 두 배의 임금이 보장되면 자본의 야간노동에 대한 욕망은 제어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야간노동 체제를 없애야 한다. 야간노동이 제한되면 식당, 공공서비스 등 산업전반의 야간노동이 제한되고 줄어들 것이다. 자본이 강요한 불야성이 사라지고 자연의 섭리에 따라 편안한 휴식을 하는 인간의 시간이 될 것이다.
택배 노동자들의 야간 노동 중단 요구는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야간노동, 무권리 상태 전반을 시정하고자 하는 투쟁이다. 이 장정에 적극 화답하여 노동자의 세상을 쟁취하자.
*사진은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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