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선거 결과에 대하여
[전국노동자정치협회 대내외 당면 정세토론 자료3]
남노혁
2024년은 한국을 포함해 여러 나라들에서 선거가 예정돼 있는 해입니다. 특히 이번 1월에 있었던 대만 선거는 아주 중요한 선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번 대만 선거 결과에 대해서 분석하는 것은 요동치는 국제 정세를 이해하는 데 아주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만에서는 이번에 우리로 치면 대통령인 총통 선거와 국회인 입법원 선거가 같이 열렸습니다. 주요 언론에서는 반중 성향인 민진당(민주진보당)이 총통 선거에서 승리한 것을 근거로 반중파의 승리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보수 언론에서는 더 나아가 한국도 계속 윤석열과 같이 미국의 의도에 따라 중국을 압박하는 작자를 계속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단면만 본 분석입니다. 가령 입법원 선거에서 중국과의 친선을 도모하는 국민당이 1위를 차지했습니다. 또한 BBC조차도 인정했듯 대만에서 미국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습니다.
해당 BBC 보도를 인용해 보자면 “매년 대만 학자들이 실시하는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을 신뢰할 수 있는 국가로 본다는 비율은 전체 응답자의 34%에 불과했다. 2021년에 기록된 45%와는 차이가 있다. ‘대만 여론 재단’이 실시한 또 다른 여론조사에 따르면 20대 초반의 대만인 중 51%가 미국에 대한 회의론에 동질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비율이었다.” 따라서 대부분의 대만인들이 미국을 무조건 신뢰하며 중국과 거리를 두려고 한다는 분석은 잘못된 분석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한가지 눈여겨 봐야할 점은 제3 정당인 대만 민중당이 상당히 입법원에서 의석 수를 늘렸다는 것입니다. 국민당과 민진당 모두 과반을 차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대만 민중당은 전형적인 우익 기회주의 정당입니다. 민중당의 총통후보인 커원저는 과거 양안 통일을 지지한다고 말했지만 얼마 안가 홍콩 반중시위가 발생하자 말을 바꿨으며 인문계 학생들을 조롱하는 망언을 한 적도 있습니다. 기회주의자는 대세에 따라 입장을 바꾸기에 민중 없는 대만 민중당의 성향은 향후 정국에 많은 불확실성을 시사합니다.
현상유지를 위해 노력하는 주류 대만 정당들
민진당 당선자 리차잉더는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게 현상을 유지하겠다”라는 말을 첫 연설에서 꺼냈습니다. 그는 심지어 선거 운동 당시에 《중화민국》이라는 단어까지 썼는데 민진당 내부에는 장제스 뿐만 아니라 대만에 정착한 최초의 중국 명청교체기 군벌인 정성공까지 침략자로 보는 중화 정체성 자체를 부정하는 극단주의자들이 많다는 점에서 이례적 행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민당도 사실 이번 선거에서 역대 가장 친미적인 인물을 후보로 선택했습니다.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는 민진당 천수이볜 총통 시절인 2006년에 경경서장(한국의 경찰청장에 해당)에 임명된 인물로 민진당 후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허우 후보는 대만 방언을 쓰며 선거 유세를 하거나 미국을 방문하면서 “먼저 대만의 국방력을 강화한 후 중국과 대화에 나서겠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습니다. 물론 선거 직전 마잉주 전 국민당 총통이 중국과 척을 지면 안된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어필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바이든 역시도 현재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을 지키기 바쁘기에 중국을 도발하지 않고 대만 독립에 반대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민진당은 겨우 승리했다
대만의 통계상의 경제적 지표로는 굉장히 부유한 국가입니다. 1인당 구매력 지수(ppp)로 본다면 대만은 거의 1인당 7만불이며 세계에서 15번째로 부유한 국가입니다. (남한은 통계상 53051$로 26위) 그러나 현실은 이와 많이 다릅니다. 대만은 극소수의 반도체 업체가 많은 돈을 벌고 있는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고, 오히려 경제 성장에도 임금은 하락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가령 대졸자 초임만 봐도 한국보다 훨씬 낮습니다. 한국의 1~4인 고용 사업장의 대졸 평균임금은 255만 원 정도인데, 대만은 3만 대만달러(127만 원)에 지나지 않습니다.
차이잉원의 무분별한 반중 행보는 대만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38.8%에 이르고, 중국 대륙에 거주하는 120만의 대만 주민들을 고려하지 않아 여러 문제를 초래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불만으로 인해 2022년 지방 선거에서는 민진당이 패배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선거 직전에 민진당 내부에서는 다른 여성 당원들의 미투 폭로가 이어졌습니다. 피해 여성들이 당 간부들에게 피해 사실을 보고했지만 묵살되거나 2차 가해를 입었다는 주장이 더해지면서 민진당의 도덕성에 비난이 쏠렸으며 최소 4명의 당 고위 인사가 부실 대응의 책임을 지고 사임하기도 했습니다.
반중 정책을 펴며 고립되는 대만
대만에서 민진당이 승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대만의 13개 남은 수교국 중 하나인 오세아니아의 작은 섬나라 나우루가 바로 다음날 대만과 단교한다고 선언했습니다. 현재 차이잉원 총통의 집권 기간 동안 무려 9개 나라가 단교했습니다. 중국과 교류 협력을 강화해나갔던 마잉주 국민당 총통 시기에는 감비아 하나만이 단교했던 것과는 비교되는 모습입니다.
차이잉원과 같은 당이었던 천수이볜 시기에도 단교국이 무려 9개 국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을 배척하고 독립적으로 나아가겠다며 나서는 것이 오히려 국제적 고립을 초래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만과 현재 수교 중인 12개 국가들은 바티칸, 투발루, 마셜 제도, 팔라우, 아이티, 세인트루시아, 세인트키츠 네비스, 벨리즈, 과테말라, 파라과이, 에스와티니로 대부분이 작은 섬나라입니다.
또한 최근 캄보디아나 미얀마 지역에서 범죄 조직들이 대만인들을 취업사기로 납치해 온갖 범죄를 저지르는 갱단들이 중화권에 큰 사회 문제인데 아무 힘이 없는 대만 정부는 이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고 있지 못하다고 합니다. 차이잉원은 ‘신남향정책’이라는 정책을 추진하며 동남아 외교에서 선전하겠다고 했지만 고립된 대만 정부는 이런 최소한의 자국민 보호조차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한 상황입니다.
대만에서 무력 분쟁이 일어난다면?
잘 아시겠지만 중국은 몇몇 국경에서 일어난 분쟁을 제외하면 미제가 저지른 전쟁과 같은 대규모 전쟁을 냉전 이후 저지른 적 없습니다. 그렇기에 반중 언론과 일부 제국주의의 진보적(?) 벗들이 주장하듯 중국의 대만 통일 전쟁은 일어날 가능성이 현재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중국과 대만은 조선과 한국의 관계와 다르게 상호간의 인적, 경제적 교류가 많습니다. 가령 코로나 직전인 2019년 대만을 찾은 중국 관광객들은 271만명이었으며, 무엇보다 중국은 지금 반도체 산업에서 미국에 비해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대만에 있는 회사들의 기술을 가져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만약 전쟁이 터졌다고 가정한다면 미국은 대만을 지금의 우크라이나나 이스라엘처럼 지원해줄 수 있을까요? 지원을 해주겠지만 지금 미국의 상황은 흥미롭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작년 9월에 이어서 최근에도 대만을 ‘거저 주며’ 방어하진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미국인들은 점점 미국이 세계에서 제국으로서 군림하며 막대한 자신들의 세금을 것을 바라고 있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제적 상황을 고려해 보면 이는 분명해지는데 미국은 현재 약 4경원이 넘은 빚을 지고 있고 2023년 미국 정부가 지급해야 하는 국채 이자만 6400억달러(약 86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부 전망치에서는 2033년이 되면 미국 정부가 지급해야 할 국채 이자가 1조4590억달러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대만에 무력 분쟁이 일어난다면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은 불가능 할 것이라는 점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대만의 사회운동의 현실과 우리의 과제
비록 정치적으로 다르지만 한국에 사는 좌파 성향인 대만 번역가 분을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분에 의하면 지금 많이 규모가 작아진 한국의 사회 운동이 대만에 비하면 너무 크다고 하십니다. 그래도 노동자 민중의 지지에 뿌리내린 진보당이 거의 10만명에 가까운 한국과 다르게 대만에는 주요 정당 중에서는 노동자 민중을 대변하는 정당이 없다고 봐야합니다.
중국에 우호적이고 통일을 지지하는 대만 노동당과 신좌파 성향의 인민민주당이라는 정당이 존재하긴 하지만 당원 수가 수백에서 수천명 수준으로 거의 영향력이 없다고 봐야합니다. 국민당이 비록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외치고 있지만 국민당의 이런 성향은 저렴한 중국의 노동자들과 자원을 활용하려는 것에서 나오는 것이기에 국민당 역시도 당연히 한계가 많은 것을 직시하고 미국의 전쟁기지가 되는 것을 반대하는 동시에 노동자 대중을 위하는 새로운 사회 운동 건설이 대만에는 필요해 보입니다.
그럼 한국에서 우리의 과제는 무엇일까요? 한국에서는 최근 미제의 선전 언론들에 의해 만들어진 반중 열풍이 거셉니다. 한국 언론들은 대체로 미국 언론들을 그대로 가지고 와 기사를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문에 한국 대중들은 미국의 반중 선전에 너무 취약합니다. 미국이야말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자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 정권이면 뒤집어 엎고, 선거에 개입하는 나라인데도 불구하고 이 나라 대중들은 중국공산당을 미국보다 더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일부는 더 나아가 차이나게이트(조선족 동포들이 대거 중국공산당에 지령에 따라 선거개입한다는 음모론) 같은 허왕된 선전에 놀아나고 있습니다. 한가지 생각나는 것은 현 중국 대사가 윤석열이 중국의 패배에 배팅해서는 안된다고 한 말에는 엄청나게 분노했으면서 미제 대사인 해리스가 문재인을 종북좌파라고 부르는 것에는 전혀 분노하지 않는 자들이 많습니다. 또한 중국의 위구르족이 인종학살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스라엘과 미국이 저지르는 팔레스타인 인종학살에 대해서는 전혀 문제의식이 없는 자들이 많습니다. 심지어 좌파 내에서도 미국의 선전을 그대로 믿는 자들이 많으니 상황이 정말 심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임무는 이런 어리석은 반중주의의 위선과 선전을 폭로하고 ‘사드’와 같이 남한을 미국의 전쟁기지로 만들려는 모든 시도에 반대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노동자정치신문에 여러 가지 반중주의의 허구성을 폭로하는 글들이 올라온 것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아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리하며
언제나 절대적인 것은 존재하지 않기에 우리는 대만에서의 무력 분쟁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하겠지만 미제가 현재 2개의 전쟁도 간신히 수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만의 무력 분쟁을 사주할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합니다. 중국 역시도 대만과 경제적으로 이어진 부분이나 상호 교류를 고려할 때 전쟁을 시도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이제는 미제 바이든 조차도 전쟁 위협이 낮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한국의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이 반중주의와 중국 위협론을 과장하고자 전쟁이 임박했다고 말하는 것은 조금 걸러 들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한국에서의 우리의 임무는 우리가 사는 이 땅이 미국의 장기말이 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을 넘어서 중국을 위협하는 전쟁 기지가 되는 것에 반대하는 대만 민중과 연대하고 미제가 선동하는 반중 거짓 선동의 진상을 계속 폭로해나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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