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가들이 볼멘소리로 과장하는 “혼란”과 “파국”은 미완의 노조법 개정이 아니라 거부권 행사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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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노조법2, 3조 개정이 국회본회의를 통과하자 고용노동부 장관 이정식은 즉각 브리핑을 통해 “비통한 심정을 억누르기가 어렵습니다.”라고 이 개정안을 결사반대하며 윤석열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정부는 그간 수없이 개정안의 법리적 문제와 현장에 미칠 악영향, 소수 강성노조를 위한 특혜 등 여러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설명드리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표명했습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무엇인지도 알 수 없는 ‘실질적 지배력’이 미친다는 이유만으로 무분별하게 교섭을 요구하고, 폭력적인 파업이 공공연해질 우려가 있고, 불법행위는 그 책임을 면제받게 될 것입니다. 
그 결과 산업현장이 초토화되어 일자리는 사라지게 되고, 국가 경쟁력은 추락하고 말 것입니다.”
 
“수백개의 업체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사업주는 자신의 회사에 조직된 노동조합 외에도 수십, 수백개의 협력업체 노동조합과 단체교섭을 해야 하는 것인지, 불법파업에 따른 손해까지 감수해야 하는 것인지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수백, 수천개의 협력업체를 가진 일부 기업은 1년 내내 교섭하고 강성노조 사업장은 1년 내내 파업을 할 우려가 큽니다.
뿐만 아니라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무분별한 단체교섭과 잦은 쟁의행위 발생으로 산업현장에 극심한 갈등을 초래하고, 일하고 싶어하는 근로자의 권리도 침해하게 됩니다.”

“법률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대한민국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책임을 다할 것입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역시 “노동조합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에 대한 경영계 입장”을 발표했다. 

“그동안 경영계는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우리가 수십년간 쌓아온 법체계의 근간이 흔들리고 이 나라의 기업과 경제가 무너질 것임을 수차례 호소한바 있다.” 

“국내의 자동차 산업, 조선업, 건설업 등은 협력업체와의 수많은 협업체계로 구성되어 있다. 개정안은 사용자 범위를 무분별하게 확대해 원·하청 간 산업생태계를 붕괴시키고,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상실할 것이다.”

“노동쟁의 개념 확대와 손해배상 책임 제한으로 산업현장은 1년 내내 노사분규와 불법행위로 큰 혼란을 겪게될 것이다.”

“이제 이 법안이 가져올 산업현장의 혼란과 경제적 파국을 막을 유일한 방법은 대통령의 거부권 밖에 없다. 부디 우리 기업들이 이땅에서 정상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거부권을 행사해 주길 건의한다.”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촉구 중소기업계 서명운동”, 즉 5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중대재해 기업살인 보장 촉구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는 중소기업중앙회도 “(파업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제한해 불법파업과 무리한 노사분규로 이어져 국내 경제는 깊이 멍들 것”이라며 “대한민국 자유 민주주의 법 질서가 훼손되지 않도록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를 호소한다”는 입장을 발표하였다. 
1980년대 전두환 정권 시절 과거 노조파업과 반독재 민주화 투쟁을 분쇄하기 위해 ‘관계기관대책회의’가 열렸는데, 마치 이번 노조법 개정에 대해서도 정권과 자본가단체들이 사전에 입을 맞춰 공동대응하기로 대책논의를 마친 것처럼 보인다.
이정식의 “불법행위는 그 책임을 면제받게 될 것”과 경총의 “법체계의 근간이 흔들리고”와 “산업현장이 초토화되어 일자리는 사라지게 되고”와 “산업생태계를 붕괴시키고,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상실할 것”과 “일부 기업은 1년 내내 교섭하고 강성노조 사업장은 1년 내내 파업을 할 우려”와 “산업현장은 1년 내내 노사분규와 불법행위로 큰 혼란을 겪게될 것이다.” 문구를 비교해 봐도 이들이 사전 대책모의를 했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 수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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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계급의 국가기관의 본래 성격이 다 그러한 것처럼, 과거에도 노동부는 자본부로 불리며 자본가들의 이해에 적극 봉사해왔다. 그러나 국가권력은 형식상 사회전체, 국민전체의 이해를 대변하며 중립적이고 계급초월적인 기구로 끊임없이 자신의 본래적 성격을 은폐하고 위선적으로 노자중립, 계급타협을 외쳐왔다.
맑스가 말했던 것처럼, 그렇지 않으면, 계급대립과 갈등이 격화되고 이로써 ‘무익한’ 싸움이 계속되면서 안정적이고 영속적인 계급지배가 위태로워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과 이 정권의 부속부서인 ‘고용노동부’는 그 허울뿐인 명색이 무색하게 노골적인 자본부임을 내세우고 있으며 그것도 모자라 노조적대와 혐오, 말살기구임을 적극 천명하고 있다.
노조법 개정안 중 3조는 뭔가? 그 동안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해 어김없이 손해배상·가압류를 청구함으로써 열사들의 항거를 낳았고, 특히 쌍용차 노동자들의 정리해고에 맞서는 파업투쟁 이후에도 자본가들은 어김없이 노조, 노동자들에게 막대한 손해배상·가압류를 청구함으로써 노동자들의 생존의 벼랑 끝으로 떠밀고 더 나아가 직접적인 죽음으로 내몰았다.
해고가 사회적 살인이라면 손배·가압류는 사회적으로 타살당한 노동자를 부관참시하고 가족들을 동반살해하는 노동자학살법이었다. 더욱이 이 법은 헌법상 보장된 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무력화하는 대표적인 민사상 파쇼악법이었다.
이번에 개정된 노조법 2, 3조는 여전히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고 파괴된 노동자, 노조의 권리를 되찾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내용의 법이다. 물론 이조차도 수많은 노동자들의 죽음과 투쟁으로 쟁취한 성과물이다.
이정식이 말하는 “수백개의 업체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사업주”는 누구인가 바로 재벌들이다. 그동안 현대차 정몽구 회장을 비롯해 재벌들은 불법파견으로 불법을 저지르고 이에 저항하는 노동자들을 도리어 손배·가압류 등 악법을 동원해 탄압해 왔다. 
이정식은 노조법 개정안 2조 중 “사업자의 범위”와 관련해 “무엇인지도 알 수 없는 ‘실질적 지배력’이 미친다는 이유만으로 무분별하게 교섭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했는데, 원청 사용자성은 실체가 불분명한 신비한 그 무엇도 아니고 인위적인 고안물도 아니다. 원청은 하청 업체를 직접 지배해 왔을 뿐만 아니라, 그 하청업체에 소속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사여탈권을 움켜쥔 절대적인 물리적 존재였다. 하청노동자들이 파업이나 투쟁을 하면 원청은 어김없이 원청 구사대와 용역깡패를 동원해 탄압을 저지르고 도급계약을 파기해 노동자들 전원을 정리하는 무소불위의 존재였다. 그런데도 도급은 재벌의 독점적 힘으로 기업소유 관계를 맺고, 혈연관계로 맺어진 기업들을 수직계열화하여 하청·외주 업체들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원청 사용자성을 부정하는 근거로 사용돼 왔다. 
맑스는 자본의 독점이 노동자들을 하나의 공장으로 집중시켜 이 공장이 자본가들의 계급지배를 종식시키는 무덤이 될 것이라고 경고해 왔는데, 자본가들은 외주·하청화를 통해 실질적으로는 기업을 지배하면서도 형식적으로 별개의 기업으로 만들어 노동자들의 단결을 막아왔다. “분열하여 통치하라!”는 모토는 이러한 자본의 외형적 분리조치로 현실화 되었다. 
더욱이 자본가들은 “도급관계로 맺어진 수많은 기업들은 노동력과 생산의 배분은 물론 부가가치의 배분까지 조정되는 거대한 분업시스템을 구성하”여 “이 분업시스템의 최상부에 위치한 기업에 의해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통제될 수 있”(홍장표 부경대학교 경제학부, 외환위기 이후 자동차산업 도급관계의 변화와 임금격차, 산업노동연구 제9권 2호 2003 187-221)다.

이 분업시스템의 최상부에 재벌들이 있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이를 통해 재벌은 다단계 착취구도를 통해 기업들을 지배하고 하청 노동자들에게 무노조 저임금을 강요해 왔다. 하청 노동자들의 수를 점점 더 증대시킴으로써 이윤을 증대시키는 조치 역시 바로 다른 누구도 아닌 원청 자본에 의해 추진돼 왔다. 
그리고 원청 사용자성은 이러한 실질적인 물리적 힘, 경제적 관계를 뼈저리게 느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헌신적인 투쟁과 정규직 노동자들의 사심 없는 연대로 인해 자본조차도 점점 더 실질적인 현실로 인정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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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노동, 민생, 민주, 평화 파괴 윤석열 정권 퇴진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 2023 전국노동자대회”가 개최된다. 노동자들의 염원이 담긴 노동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 행사가 예고되는 현실에 대해 “비통한 심정을 억누르기가 어렵다.” 더욱이 연이어 열사들이 생겨나고 이 사회의 실질적 건설자들인 노동자들이 이 사회의 안녕을 파괴하는 범죄자들로 낙인찍히고 노동자들의 권리의 보장체인 노동조합은 타도 대상으로 전락한 현실에 대해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  
이정식은 바로 거대 재벌들이 안고 있는 “불안” 때문에 노심초사함으로써 권력이 재벌의 편임을 노골적으로 선언하고 있다. 이제 ‘고용노동부’는 그 본래의 존재이유에 맞춰 ‘자본지원부’, ‘노조타도부’로 명칭을 바꿔야 할 것이다. 그러나 권력이 중재자, 초월자임을 노골적으로 부정하고 노동자에게 적대감을 드러내고 그 파쇼적 성격을 노골적으로 과시하면 할수록 노동자들의 저항은 국가권력에게로 향하게 될 것이다. 권력은 국민 모두를 위한 권력이 아니라 국내외 자본가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착취체제의 영속성을 도모하는 “폭력의 집행위원회”라는 본질이 더욱 선명하게 부각될 것이다.

정권심판은 정권퇴진으로, 정권퇴진은 정권타도로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노자일체의 진상을 통해 이 착취체제를 분쇄하는 투쟁이 노동자들의 노예적 운명을 근원적으로 청산하는 길임을 인식하게 할 것이다.

윤석열의 노조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는 바로 그 투쟁을 촉발하는 도화선이 될 것이다. 노동을 파괴하고, 민생을 파괴하고, 민주를 파괴하고, 평화를 파괴하는 윤석열 정권 타도하자!
자본가들이 볼멘소리로 과장하는 “혼란”과 “파국”은 미완의 노조법 개정안이 아니라 도리어 그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너희들의 파렴치한 말로부터 우리의 당면한 정치적 과제를 확인하자.

‘부디 우리 노동자들이 정권을 타도하고 이 땅에서 정상적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거부권을 행사해 주길 건의한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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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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