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화물연대 노동자들, 착취와 탄압의 벼랑 끝에서 투쟁에 나서다

_ 화물노동자 서광석

 

“새벽 0시부터 아침 사이에 두차례 배송을 해야 일이 끝나거든요…그게 파리바게트 기본 시스템이예요”

“노선이 나쁜 데는 1차배송이 당연히 늦게 끝나죠.. 2차배송 위해서 공장에 와보면 꿀노선 진작 끝내고 온 차들은 벌써 다 싣고 나가요.”

“꿀노선 차들이 퇴근할 시간에 꼴찌는 앞차 80대든 몇대든, 작업이 다 끝날 때까지 서너시간을 좁은 차안에서 쪼그리고 하염없이 줄지어 대기하는 거죠. 쉬는 것도 아니고 일하는 것도 아니고… 이 회사 다니는 동안 내내 그런다면 엄청난 차별인거 잖아요”

“공장 작업개선요? 건의도 해봤지만 지게차 수를 늘리는 것부터 돈이 들어가니 씨알도 안 먹히죠.. 그러면 돈 안 드는 노선이라도 돌아가면서 배차하면 좀 낫잖아요.”

“예전에 노조가입 안 했을 땐 배차담당한테 뇌물을 안주는 차주들은 개고생하는 노선으로만 배차했어요.”

“민주노총 화물연대에 가입하니 개인별 뇌물은 표면상 사라졌는데, 이젠 한국노총, 비조합원, 민주노총으로 갈라서 차별을 하는 거예요”

“하청운송사들과 한국노총 차주 내세워서 회사는 빠지고, 뒤에서 조종하며 노노갈등으로 싸움시키는 거죠”

“2년 동안 공정순환배차를 하든가 안 되면 증차라도 해달라고 [SPC공장- 운송사들-한국노총 소속차주-민주노총 화물연대] 이렇게 <상생협의회> 만들어서 합의까지 했어요. 그런데 회사가 깨든지 한국노총 쪽에서 파토를 놔서 합의를 판판이 깨버려요. 2분도 안되어 합의를 번복한 적도 있었죠.”

“화물연대 깨트리자는 거죠. 한국노총이나 공장쪽도 합의한 거를 본사에서 깨버려요. 소문으로는 최종결재에서 엎어져버린다고 하더라고요”

 

화물연대 SPC조합원들의 성토가 끝도 없이 이어진다.

 

파리바게트 성공신화의 두 가지 비밀

 

1) 반죽을 공장에서 만들어 냉장상태로 각 점포로 화물차 배송을 하면

2) 각 점포에서는 본사파견 제빵사가 빵을 굽는

독특한 두 가지 방식이 파리바게트 특유의 시스템이며 비결이다.

돈만 있으면 제빵기술이나 자격증이 전혀 없어도, 강도 높은 새벽 반죽작업과 아침 빵 굽는 작업을 직접 하지 않아도, 누구나 빵집을 차릴 수 있게 만들어 준 것이다.

점포주인은 돈계산하는 판매원 역할만 하면, 수월하게 벌이가 될 것 같은 혹할 만한 조건이 국내 제빵 프랜차이즈 성공신화를 만든 비결중 하나다.

SPC는 창업2세인 허영인 회장이 미국으로 빵유학을 다녀와 아이디어를 만들어 낸 것이 성공신화의 비결인 것처럼 자랑한다.

그런데 조금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그 성공신화를 이루는 두 가지 핵심 시스템을 이루는 <화물배송 노동자>와 <파견 제빵노동자>에 대한 하청을 통한 임금착취, 노동착취를 통해 이윤을 창출한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화물노동자에 대한 노동착취>는 개고생 노선의 강도 높은 노동을 강요함으로서 얻어진 이윤을 통해 발생한 것이다.

노동착취는 필연적으로 부당한 조치에 대한 노동자의 저항을 부르고, 이에 대한 자본의 맞대응은 노동탄압을 불러온다.

제빵노동자 노동착취는 하청고용이 사회적 지탄을 받자, 직접고용으로 해결되는가 싶더니, 민주노총 소속 노조탈퇴 시 5만원 지급 등 불법적인 노조파괴공작으로 또다시 문제가 되었다.

SPC화물노동자들에 대한 노동착취와 탄압은 그동안 수면위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화물연대 가입이라는 과정과 내부갈등이라는 모양새로 그 일각이 드러났을 뿐, 결국 이번 화물연대 SPC총파업으로 터질게 터져버린 것뿐이다. 오히려 이제야 터진 게 이상할 지경이다. 피해자는 노동자들뿐만이 아니다.

파리바게트 성공신화의 비밀은 자신들이 자랑하며 내세우는 그 두 가지 시스템에서 벌어짐 노동착취와 착취를 유지하기 위한 노동탄압에 비밀이 있었다.

 

착취와 탄압위에 쌓아올린 파리바게트 성공신화

 

언론이 파업으로 인한 가맹점주들의 피해를 떠들지만 정작 점주들에게 지속적으로 큰 피해를 주는 것은 SPC자본의 횡포이다.

본사에서 파는 재료, 기계, 인테리어 등 비용을 모두 떠안아야 하고, 투자비용에 비해서 약간의 중간수익료를 따먹는 판매원에 불과한 점포주인들은 편의점 가맹점주와 처지가 유사하거나 오히려 나쁘다.

3년 후 재계약, 5년차 3개월 단위 재계약조건 등 우월적 지위를 무기로 핵심상권 점포를 일방적으로 폐점시켜 빼앗은 뒤, 베스킨라빈스, 던킨도넛, 파스코치 등 계열사 프랜차이즈 점포로 넘겨 버리기도 하는 등 횡포가 만만치 않다.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식품프랜차이즈 실태와, 지금까지 SPC자본의 행태를 볼 때, 이들 프랜차이즈 점주들에 대한 횡포문제 또한 언젠가 폭탄으로 터질 수 있는 잠재성이 있다.

SPC파리바게트는 예전에 CJ 계열사가 뚜레쥬르를 만들어 진출하자, “국내 제1위 밀가루, 설탕 업체인 거대 재벌이 동네 빵집을 다 망하게 만든다”며 맹렬히 공격하는 여론에 적극 편승, 그 덕에 오늘날 1위 제빵기업의 자리를 차지했다는 것은 세간에 정설로 통한다.

그리고는 국내 5대 밀가루 업체로 올라서고, 27위 재벌이 되면서 전국의 동네 빵집을 모조리 휩쓸어 버렸다.

각종 언론애서 SPC-파리바게트–화물연대 파업이 맹렬한 공격을 받고 있는데, 파업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취재하여 성실히 보도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드물다. 파업의 원인이 된 파리바게트의 착취구조를 찾아내어 고발하는 언론은 더욱 찾아보기 어렵다. 모두 몇 가지 트집거리를 잡아 악의적인 화물연대 악마화에 집중하는 보도행태를 보이고 있다.

조선일보를 필두로 언론들의 화물연대 SPC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한 악선전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국민의힘 하태경 대선 예비후보가 세종시 파리바게뜨 공장 앞에서 SPC노동자들의 투쟁을 악랄하게 비난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런데 화물연대 SPC노동자들의 빵(생존권)과 장미(존엄)는 과연 누가 보장해 줄 것인가?(사진 설명: 편집자)

대중들의 이미지에 큰 영향을 받는 SPC계열 기업의 광고비 집행이 파업기간과 향후 몇 개월간 얼마일지 통계를 알 수 있다면, 꽤 흥미로울 수 있을 것이다.

경찰은 시설보호를 넘어, 코로나, 업무방해로 화물연대 파업대오를 협박하며 밀어붙이고, SPC화물차량들을 통과시켜주는 재벌 용역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이런 흙탕물 속에서 거대재벌 SPC자본은 단 한 번의 교섭조차 회피하였다.

그간의 어용노조, 친자본반노동언론, 경찰권력 뒤에 숨어서, 노조파괴, 노노갈등 조장과 노동탄압, 직장갑질횡포 등 범죄적 행각을 감추고, 오히려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려 드는 형국이다.

파업이 합의되고 마무리 된다하여도 노동착취구조와 탄압이 사라지기 어려운 부분이다. 파리바게트 이윤창출의 핵심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노동착취와 탄압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각종 자본주의 제도장치, 노동악법, 이를 뒷받침하는 친자본, 친재벌 정부행태와 관행들이 강력하게 이를 뒷받침 하고 있다.

 

화물연대 SPC파업은 역사의 필연

 

화물연대 SPC파업은 한국사회 천민자본주의 모순을 집약적으로 보여주고 노동자들이 이를 투쟁으로 돌파하며 헤쳐 나가는 역사적 필연을 보여준다.

이 파업이 파리바게트 SPC의 착취와 탄압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완벽한 해답을 찾아줄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을 의미한다.

SPC화물연대 조합원들의 소박한 한마디 증언에서도 이 필연은 간단히 드러난다.

 

“한국노총 차주나 화물연대 차주나 다함께 힘든 야간 새벽일 하는데, 어느 정도 공정하게 … 다함께 오랫동안 함께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자는 거잖아요. 그런데 계약해지 집단해고 까지 당했어요”

“여기서 무너지면 540명 SPC화물연대 조합원이 결국 다 쫓겨나겠죠. 어차피 더 물러설 데도 없어요. 죽으나 사나 투쟁해서 이기는 것밖에 방법이 없어요”

 

착취와 탄압의 절박한 벼랑 끝에 몰린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절규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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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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