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사] “물들어 올 때 노 저어라”

2019년 7월 28일

‘구국’의 일념에 불타는 집권당파인 민주당은 일본의 수출규제 공세에 대해 “경제침략”이라고 규정하고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까지 만들어 대응하고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 당시 조국은 “중요한 것은 ‘진보냐 보수냐’, ‘좌(左)냐 우(右)냐’가 아닌 ‘애국이냐 이적(利敵)이냐’이다”며 조국의 위기 앞에서 이적행위를 삼가라며 전쟁에 임해 국민적 단합을 호소하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다!

일본 제국주의 식민지 지배의 역사를 송두리째 부정하고 강제 징용자들과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들을 철저하게 외면하면서 군국주의로 치닫고 있는 아베 정권 경제“침략자”들과의 군사적 동맹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진행되고 있으니 어찌된 일인가? 자본주의에서 자본의 경제적 이해를 대변하는 것이 정치임이 분명한데, 이 혼연일체의 경제와 정치가 갑자기 분리되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문재인 정권은 경제‘침략’을 자행하고 있는 일본 제국주의 군대 자위대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에 대해 “재검토해 볼 수 있다”는 엄포만 놓을 뿐 실제로는 미국의 요구로 연장하려 하고 있다. 심지어는 트럼프 정부의 요청에 의해 호르무즈 해협에 군대를 파견하여 이란을 압박하는 침략자로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이라크 파병에 이어 또다시 문재인 정부에서는 미제의 요구에 의해 대 이란침략자가 되려고 하고 있다.

게다가 외국과의 전쟁이 발발하거나 전쟁 위기가 고조되면 이를 국가 내부 노동자 인민의 요구를 묵살시키는 기회로 삼는 것이 권력자들의 전형적인 술책이었는데, 문재인 정부 역시 ‘무역전쟁’을 빌미로 노동자 계급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대놓고 자본의 이해를 관철시키려 하고 있다.

어제 소득주도성장(임금주도 성장), 노동존중을 말하던 그 입으로 오늘 문재인 정권은 최저한도의 최저임금 인상(?)으로 노동자들의 저임금과 빈곤을 확대시키고 있다. 또한 문재인 정권은 일본과의 ‘무역전쟁’에 참전하고 있는 재벌들에게 승리의 발판을 마련해주기 위해 규제완화, 유연근로제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게다가 광주형 일자리에 이어 이제는 구미형 일자리를 언급하며 비정규직 저임금 체제를 완성하려 하고 있다.

“물들어올 때 노 저어라”

이것이 이제 저들 문재인 권력의 모토가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반일 불매, 친재벌·친정권 애국주의를 넘어 반일본제국주의, 반한미일동맹, 프롤레타리아 국제연대로 나아가자!” 기사에서 문재인 정권의 정치적 책략을 다음과 같이 비판하고 있다.

도쿄 경제대 서경식 교수는 아베 정권과 극우적 분위기와 일본 사회의 전체주의적 기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비판한 적이 있었다.

“반일이란 말 하나로 비판자들을 입 닫게 만들고 문제의 원인을 외부로 돌려 내부 단합을 꾀한다. 온건한 비판조차 ‘나는 반일주의자가 아닙니다’라는 말을 전제로 깔아야 할 만큼 전체주의적 기운이 만연했다. 세계가 전체주의·파시즘과 맞서 싸워 이겨낸 지 70여년 만에 그 사상적 유산은 어디로 사라져버렸단 말인가?”(서경식 도쿄경제대 교수, “‘12·28 합의’ 그대로 두면 한·일 모두에 역효과 낼 것”, 한겨레신문 [토요판] 인터뷰, 2017-05-28)

그런데 조선의 핵위협을 핑계로, 최근에는 반한감정을 조장, 일본의 국가주의를 고취해 권력을 강화하고 일본 제국주의의 군국주의적 팽창 야욕을 충족시키는 아베의 ‘전체주의’로부터 문재인 정권은 일본의 ‘수출규제’를 기회로 노동자와 인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국민적 단합을 고취시키는 책략을 답습하고 있다. 문재인이 아베를 흉내 내고 있는 것이다. 다만 아베는 제국주의 지배의 경험을 토대로, 문재인은 식민지 피지배의 경험을 토대로, 그 역사적 기반은 다르지만 그 정치적 음험한 책략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이제 집권 3년차를 맞아 문재인 정권의 반노동자적이고 반민중적 본질은 더 이상 숨길 것도 없이 여실히 드러났다. 그런데도 여전히 문재인 정권에 환상이나 모종의 기대를 가지고 있는 (정치)세력들이 있다. 오늘날 “자유한국당 해체” 노선은 자유한국당의 극우 파쇼적, 반동적 작태에 대한 정당한 분노를 담고 있는 측면도 있다. 그런데 이것이 문재인 정권에 대한 당면 정치투쟁을 회피하고 노동자 계급의 자주적인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가로막는 역할을 한다면 이는 노동자 민중의 완전한 해방이라는 역사적 과업에 대한 심각한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현 시기 누가 주타방(주요 타격 방향)인가? 자한당 해체 집중이 아니라 문재인 정권을 타격해야 정치적 활로가 열린다!”라는 글에서 이러한 흐름에 대해 비판했다. 우리는 현 시기 주요한 타격 방향을 누구로 설정할 것인가의 문제는 당면 투쟁의 질곡을 돌파하기 위한 전술적 목적뿐만 아니라 진보적 운동의 전략적 목표를 위해서도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는 점을 확인했다. 이 문제는 한국사회 성격과 변혁전망에 대한 강령적 분석과도 관련이 된 문제인 것이다.

다시금 확인해 보자! 자유한국당을 해체한다는 주장은 무슨 의미이고, 또 자유한국당은 실제로 어떻게 해체가 가능한가? 자유한국당을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자유한국당의 반노동자적, 반민중적, 반민주적, 반통일적, 반민족적 작태에 대해 분노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유한국당의 이러한 반동적인 공세에 맞서 싸워야 한다. 자유한국당의 반동적 공세에 맞서 싸워 노동자 민중이 승리할 때만이 자유한국당의 정치적 기반이 무너지면서 자유한국당이라는 가장 사악하고 반동적인 정당을 괴멸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자유한국당을 해체시키기 위해서는 자유한국당의 노동자 권리를 말살하는 공세에 맞서 승리해야 하고, 자유한국당 시절 박근혜 정권이 자행한 세월호 학살의 진상규명을 하고 그 악랄한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또한 우리는 자유한국당의 반공 종북몰이에 맞서 싸워야 하는데 자유한국당 반공주의의 법적 토대는 국가보안법이다. 북에 대한 반공주의 이데올로기 및 물리적 공세는 미제국주의 군대와 한미일 전쟁동맹으로부터 나온다.

결국 우리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싸워야 하고, 국가보안법을 비롯한 반노동, 반민주 악법을 철폐시켜야 하며, 반공주의 이데올로기와 싸워야 하고, 미제국주의 군대를 이 땅에서 몰아내야 하며, 한미일 전쟁동맹을 박살내야 한다. 이러한 논리적, 현실적 수순에 따라 “자유한국당” 해체를 위해서라도 역시 대정부, 대자본 정치투쟁이 필요하다는 정치적 과제 앞에 다시금 직면할 수밖에 없다.

억압받고 착취와 차별을 당하는 노동자 민중이 주인이 되는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당면한 노동자 민중의 자주적 투쟁을 엄호하고 해방사회의 궁극적인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는 조직화된 정치세력, 즉 진보적 당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사회의 진보적 변화와 변혁을 기치로 내건‘진보정당’이 ‘자유한국당 해체’를 전면에 내걸면서도 정작 현 정치권력과의 일전을 회피하고, 그 정치세력의 본질을 폭로하는데 주저하고 심지어는 여전히 모종의 기대와 환상을 가지고 있다면 언제 그 정당은 자주적인 민중의 지도세력이 될 것이며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한국사회의 가장 반동적인 자유한국당을 절멸시켜야 할뿐만 아니라 그 당과 적대적 및 비적대적 공존을 하며 번갈아가며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집권 민주당파도 박살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양당파에 대한 환멸과 모종의 기대와 재환멸을 오가면서도 정치적 전망이 없어 부르주아 양당파를 번갈아가며 지지하는 노동자 민중에게 혁명적인 정치적 전망을 제시해야 한다. 이 사회의 변혁이 단순히 꿈이 아니라 구체적인 현실에서 실현 가능한 전망이라는 것을 제시할 때만이 새로운 정치적 활로가 열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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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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