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련 해체는 ‘스탈린주의’ 때문이 아니라 ‘반스탈린주의’ 기치를 내건 수정주의 때문이다

2019년 1월 7일

“오히려 고르바초프는 1987-88년에 쏘련공산당을 페레스트로이카의 장애물로 보고 당을 약화시키기 위해 “급진적인 정치개혁”을 시행하였다. 당에 대한 공격의 일환으로 고르바초프는 “반쓰딸린화” 캠페인을 시작했다. 1987년과 1988년 초기에 두 번에 걸쳐, 고르바초프와 야코블레프는 언론이 당 역사를 수정하도록 대규모의 조직적 활동을 펼쳤다. 이러한 활동은 흐루시초프가 1956년과 1961년에 당내 반대파에 맞서 처음 시작했었다.10) 고르바초프는 경제실패를 축소·은폐하기 위해 쏘비에뜨의 통계가 체계적으로 위조되었고, “쓰딸린주의”의 침체가 위기의 근본이며,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나쁘다고 주장하는 경제 폭로기사를 승인했다. 고르바초프는 리가체프와 그의 동지들을 약화시키기 위해 쓰딸린을 맹렬히 비난했다. 1987년 2월에 고르바초프는 언론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고 공중파에서 쓰딸린을 비판하는 방송을 하도록 결정했다. 이것은 “과거 파헤치기”에 대한 6개월 전의 경고와 완전히 상반된 것이었다.11) 쓰딸린에 대한 공격으로 고르바초프는 사회주의의 진정한 세력에 반대하는 연합을 만들 수 있었다. 역사학자 스티븐 코트킨(Stephen Kotkin)이 말했듯이 그 연합은 “사회주의를 개선하기 위해 쓰딸린을 비판하는 사람들과 사회주의를 부인하기 위해 쓰딸린을 비난하는 사람들“12)이 함께 한 것이다. 스티븐 F 코헨(Stephen F. Cohen)은 반쓰딸린주의는 “흐루시초프 하에서처럼 위로부터의 공산주의 개혁의 이데올로기”13)가 되었다고 말했다.”(쏘련 붕괴의 배후9, 로저키란, 토마스 케니, 노사과연 번역, 정세와 노동)

‘스탈린주의’라는 비난은 쏘련과 현실 사회주의의 수억, 수십억 진보적 인류의 헌신과 희생, 일시적 패배와 승리의 경험을 단 한 마디로 기각해버리고 역사에 대한 구체적이고 과학적 분석을 포기한 사람들의 최고의 정신 승리의 표현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최초의 사회주의 혁명의 기지이자 진보적 인류의 희망이자 등대였던 쏘비에트 체제의 해체는 제국주의로부터의 외부적 공세도 한 원인이었지만 실은 내부적으로 진행된 수정주의의 결과였다.
이 수정주의는 ‘신사고’,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를 내건 고르바초프의 반사회주의적이고 사민주의적인 수정주의 정책에서 정점에 달했다. 고르바초프는 대외적으로는 미제국주의에 군사적으로 투항하는 행보를 취했을 뿐만 아니라 내적으로는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마지막 잔재였던 당을 파괴하고 부르주아 다당제를 도입했으며 국유기업을 사유화하고 사회주의 계획체제를 해체했다. 그런데 고르바초프의 수정주의 노선은 스탈린 사후 흐루시초프 수정주의로부터 출발했다. 흐루시초프는 쏘련 공산당 20차 당대회와 22차 당대회에서 프롤레타리아 독재 노선을 폐기하고 전인민의 당, 전인민 국가 노선, 평화이행 노선을 도입했으며 이윤체계를 도입, 강화하고 ‘민주주의적’으로 중앙집중화된 계획체제를 분산화하는 조치를 강화했다. 흐루시초프는 ‘스탈린주의 개인숭배 척결’이라는 기치 하에 쏘련 사회주의의 실질적 건설자이자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던 쏘련 사회주의의 지도자인 스탈린을 악마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런데 사실 흐루시초프로부터 시작된 수정주의 노선은 부하린 노선에서 출발하는 것이었다. 부하린은 주지하듯 ‘신경제정책’을 끝내고 사회주의 집산화를 개시할 시점에서도 “부자가 되라!’는 우경적 구호로 자본주의적 조치를 지속, 강화하는 입장에 서 있었다.
이미 북에서는 후르시초프의 수정주의의 해악에 대해 그 사상이 유포되고 국제적으로 수정주의 노선을 수용하도록 강박할 바로 그 시점부터 그 해악을 인식하고 수정주의에 맞서 투쟁했다. 그 덕에 수정주의로 인해 해체된 비운의 사회주의 체제와 다르게 사회주의를 고수, 발전시킬 수 있게 되었다.
로저 키란과 토마스 케니의 “배반당한 사회주의: 쏘련 붕괴의 배후”는 트로츠키의 배반당한 혁명과 유사한 제목이지만 극렬하게 종파주의적이고 쏘비에트 체제를 정치혁명으로 붕괴시키려 했던 유다 트로츠키의 글과 다르게 시종일관 맑스주의의 사적유물론적 태도를 취하여 쏘련 해체의 원인을 구체적이고 과학적으로 밝히고 있는 역작이다. 2004년에 처음 출판됐던 이 책은 영어, 페르시아어, 러시아어, 불가리아어 등으로 번역됐으며 포르투갈, 터키, 프랑스어 등으로도 출판 준비되고 있다. 2015년에는 스페인어로 쿠바에서도 출판되었다.
한국에서는 <노동자정치신문>에서 최초로 책의 일부를 번역, 소개했으며 현재에는 노사과연에서 번역 중에 있다.
쏘련 사회주의의 해체 이후에 맑스주의의 혁명적 사상을 청산하는 청산주의가 한국에도 유포, 유행되고 지배적인 경향으로 되었는데, 쏘련 사회주의의 해체 원인을 방대한 자료와 수많은 사례 등을 통해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청산주의를 청산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특히 ‘반스탈린주의’라는 맹목적 혐오감에 휩싸여 반쏘, 반북의 반공주의적 인식을 가지고 있는 분들일수록 사심없이 엄정한 태도로 이 책을 읽어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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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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