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제정 70년] 특집 기사1 지금이 국가보안법 폐지의 적기이다(부산지역일반노조 조직부장 박문석)

부산지역일반노조 조직부장 박문석

1. 남북 교류 확대 속에서도 요지부동인 국가보안법

북의 핵무력 완성선언은 한반도에서 미제의 지금까지의 군사적 대결구도를 바꾸도록 하였다. 문재인 정권은 북미간 협상의 중개역할을 미제의 통제력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하고 있다. 남북 정상들이 국경을 번갈아 왕래하고 정치인들과 독점재벌들도, 그리고 정부의 선택을 받은 민간단체 회원들도 휴전선이 닳도록 넘나들고 있다. 그러나 좀 뭔가 이상하지 않나?

70년간 민주주주의, 통일운동, 학생운동, 노동운동을 빨갱이로 몰아 감옥에 잡아넣고 처형해 왔던 무시무시한 국가보안법이 버젓이 살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북을 적으로 여전히 규정하고 있으면서도 대통령과 정부각료들을 비롯하여 독점 자본가들이 스스럼없이 휴전선을 넘나들고 있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 모순된 현상이다. 또한 저들 권력자들과 독점 자본가들이 이북을 방문하는 동안 10여 년째 국가의 허가를 득하고 대북사업을 진행해 왔던 김호 씨에 대해서는 증거까지 조작하여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감옥에 가두어 버렸다. 감옥에는 국가보안법의 희생양이 된 양심수들이 문재인 정권 하에서 한명도 석방되지 못한 채 여전히 갇혀있다.

지금의 한반도 정세는 군사적 긴장완화와 평화협정을 향해 가고 있지만, 남쪽에서는 철저히 미 제국주의와 국내 독점자본, 그리고 그들의 정치권력의 이해관계를 관철하는 선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대북접촉과 교류 확대를 통해 노동자 민중이 확인할 이북의 참모습을 지배계급은 경계 하는 것이며, 70년 동안 파쇼악법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 온 국가보안법의 기능은 계속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체제유지를 위한 폭력장치인 국가보안법과 국정원과 기무사에 대해서 저들 지배계급은 전혀 손대지 않고 있다.

기무사는 이름만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바꾼 채 유지되고 있고, 셀프개혁을 발표했던 국정원에 대해서도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겠다고 하였다가 이제는 슬그머니 3년 뒤로 유예하겠다는 입장들이 나오고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도 아직까지 존재하는 희대의 악법인 국가보안법에 대하여 UN인권이사회는 2017년 11월 “국가보안법, 북한인권법 등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국내법 폐지”를 권고한바 있지만, 문재인 정부는 이를 거부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김대중, 노무현도 폐지 못했던 국가보안법을 문재인 정권은 폐지할 수 있을까? 혹시 한반도 평화기류가 급진전되는 이유 때문이라도 제도적인 걸림돌이자 국제사회의 지탄의 대상인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가능성은 없을까?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국가보안법의 존폐여부는 한국정부와 의회의 권한 밖이라고 본다. 국가보안법 태생의 역사와 일제로부터 해방 이후 미제가 이 땅에 들어와서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정치, 군사, 경제적 통제권(통치권)을 행사하고 있는 과정을 본다면, 그리고 현재 한반도 정세에서도 이남을 대신한 미제의 역할을 본다면 신식민지 종주국 미제의 의지에 반하여 한국정부가 국가보안법이나 국정원을 해체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못할 일일 것이다. 미제의 의지는 국내 독점자본의 이해와 일치하며, 주한미군의 철수와 관련해서도 같은 결과를 가질 것이다.

2. 일제 치안유지법 모태로 한 체제유지법

국가보안법은 일제하 사회주의자 탄압과 독립군에 대한 가혹한 탄압의 수단이었던 ‘치안유지법’1)을 모태로 하여 미제와 이승만에 의해 1948년 12월 1일 제정되었다. 미제와 단독정부의 수립에 반대하고 통일을 주장했던 남조선노동당을 비롯한 이남의 좌익세력을 제거하려는 의도로 제정, 공포된 것이다. 일제로부터 미제로의 권력이양 후 미군정의 무력탄압으로 전국의 인민위원회가 파괴 되었고, 단독정부수립에 반대하는 인민들의 저항에 미제와 이승만의 잔인한 진압이 이어지던 시대상황 이었다. 미제와 이승만에 반대하는 자주통일, 사회주의 세력에 대한 테러와 학살 수단으로 일제의 치안유지법은 다시 부활한 것이다.

국가보안법은 체제유지법이다. 북을 적으로 규정하고 통일운동을 주요하게 타격해왔던 것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그 내용과 탄압의 구체적인 사례들을 살펴보면 본질은 노동자계급을 중심으로 한 사회변혁운동을 말살하고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존속시키기 위한 수단이었던 것이다. 북을 적으로 규정하고 통일운동을 탄압해 온 것도 북이 자본의 착취가 근절된 사회주의 국가라는 사실 때문이며, 실제 착취관계를 폐절코자하는 남쪽의 노동운동이 국가보안법에 의해 빨갱이로 내몰려 무지막지하게 짓밟혀온 역사를 본다면 명백해 진다.

국가보안법을 적용하는 근거는 기본적으로 ‘맑스 레닌주의 사상・이론적 노선과 선전선동’에 대한 탄압이다.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한 노동자계급운동이 설 자리가 원천적으로 차단되는 것이다. 1948년 12월 국가보안법이 제정된 이후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남쪽의 노동자 계급운동과 사회주의 운동세력은 말살되었다. 그나마 싹트는 운동의 맹아는 박정희를 비롯한 파쇼권력에 의해서 짓밟혔다.

구 국가보안법 제2조 2항은 “제1항의 목적(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를 변란할 목적으로)으로 공산계열의 노선에 따라 활동하는 국내외의 결사 또는 집단도 반국가단체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같은 법 제7조 2항에서는 “국외 공산계열의 활동을 찬양・고무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한 자도 제1항의 형(7년 이하의 징역)과 같다.”로 규정한다. 국내에서의 맑스주의 정치・사상적 노선에 따른 조직활동은 금기시 되는 것이며, 국외 공산국가와 공산주의 단체의 주의・주장에 부합하는 활동 또한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이었다. 때문에 ‘국외공산계열’ 조항이 폐지된 1991년 5월 31일까지는 조총련에 대해서도, 소련과 중국 등의 사회주의 국가에 대해서도 함부로 언급할 수조차 없었던 것이다. 국가보안법의 처리 근거로서 아래의 검찰 판단기준을 보면 보다 명확하다.

○국가보안법 처리근거로써 검찰의 판단기준

1. 공산주의를 선전할 목적으로 공산주의자들의 사상과 활동을 고무, 찬양

2. 자본주의 체제를 전면 부정하고 전복하기 위해 폭력혁명을 선동.

3. 계급투쟁에 입각하여 민중혁명적으로 노사분쟁을 선동

4. 공산주의적 시각에서역사를 악의적으로 왜곡

5. 김일성주의를 미화하거나 북한체제의 우월성을 옹호.

6. 북한 대남선전 1차 자료를 비판 없이 소개하여 동조.

국가보안법 중 가장 많이 적용되었던 조항을 살펴보면, 제6조(잠입・탈출), 제7조(찬양・고무 등)2), 제8조(회합・통신 등), 제9조(편의제공 등), 제10조(불고지)3) 등이 있다. 북을 왕래했던 문재인 대통령과 정치 각료들, 그리고 독점 자본가들은 위 모든 조항을 위반하였다. 연일 언론홍보에 열 올렸던 모든 언론사 또한 찬양・고무죄 위반, 언론을 통해서 대북접촉을 알게 된 국민 모두는 알면서도 고발하지 않은 불고지죄, 국정원의 기관원들은 사실을 알면서 체포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았으니 제11조(특수직무유기)죄가 적용되는 것이다. 전 국민이 전과자가 되는 상황이 되었다. 그런데도 김호 씨와 같은 대북사업가를 제외하고는 체포되거나 구속되는 일이 없이 지나간다. 극우꼴통세력의 일부가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고발하겠다는 말들이 살짝 돌았을 뿐인데 그들 역시도 고발을 하지 않았다면 처벌 대상이다.

3. 피로 얼룩진 국가보안법 70년사와 그 배후 미제국주의

국가보안법 제정 이후 70년간 자행된 탄압사를 살펴보자.

국가보안법이 제정된 직후 1년 동안 이 법에 의해 검거・투옥된 사람의 수는 118,621명이다. 그리고 1949년 9~10월 132개의 정당・사회단체가 해체되었다. 이승만 정권은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보다 간단한 ‘부역자’ 처리를 위하여 ‘비상사태 하의 범죄처벌에 관한 특별조치령’을 내려 전쟁기간 중 총 부역자수(550,915명) 대부분을 학살하였다. 전쟁초기 국민보도연맹 학살(최소 10만~최대120만 명)과 재소자(5만여 명)등을 포함하여 이승만이 학살한 사람은 최소 1백만 명 이상이다.

이승만 이후 국가보안법의 탄압사는 아래의 표를 참고하자.

○ 정권별 국가보안법 처형자 및 탄압자 수4)

1960.4.19.~1961.5.16.

(장면 정권)

한옥신 부장검사 사건, 오화섭 교수사건 등
1961.5.17.~1979.10

(박정희 정권)

* 구속자수: 6,135명

=>국가보안법(1,968명), 반공법(고무·찬양죄: 4,167명)

* 사형선고

=>국가보안법(93명), 반공법(29명),

* 긴급조치 위반까지 포함하여 총 254명의 사형이 집행됨

1981~1987 (전두환 정권) * 기소자수: 1,512명 * 사형선고: 13명

* 무기징역 선고: 28명

1988~1992 (노태우 정권)5) * 기소자수: 1,519명 * 구속자수: 1,199명
1993~1997 (김영삼 정권) * 기소자수: 977명 * 구속자수: 867명
1998~2002 (김대중 정권) * 기소자수: 479명 * 구속자수: 395명
2003~2007 (노무현 정권) * 기소자수: 264명 * 구속자수: 138명
2008~2012 (이명박 정권)6) * 기소자수: 214명 * 구속자수: 84명
2013~2016 (박근혜 정권)7) * 기소자수: 239명 * 구속자수: 78명

앞서 강조하였듯이 국가보안법은 노동자계급운동, 곧 사회주의 운동에 대한 탄압을 본질로 한다. 일제가 물러난 이후 남북에 각각의 정부가 수립되고 분단이 고착되자 이승만 정부는 좌익세력을 탄압하였고, 노동운동 내에서도 우익진영의 대한독립촉성노동총연맹(1948년 8월 대한노총으로 개편)이 결성되고 1946년 9월과 47년 3월 총파업을 거치면서 미군정과 우익의 탄압으로 크게 약화되어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전평 파괴에 나선다. 국가보안법 제정 직후부터 한국전쟁 기간 동안 전평에 가입하여 활동한 많은 노조원들이 국가보안법으로 처형된다. 국가보안법은 전평과 남노당에 관련된 좌익계열의 노동자들을 무수하게 구속하고 처형하였다.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이남에서의 좌익세력은 말살되었고, 반공이데올로기 광기 하에 노동운동은 불온시 되었다. 군사쿠데타 이후 수출주도 경제개발정책으로 노동자권리는 철저히 유린되었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박정희 정권이 끝날 때까지 노동운동에 대한 반공법이나 국가보안법의 적용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1970.11.13. 전태일 분신 이후 학생들이 노동현장에 투신하면서 노동자의 의식화와 조직화가 본격화 되었고 이에 대한 독재정권의 노동자계급 운동에 대한 탄압도 본격화 된다. 전두환이 쿠데타로 권력을 잡으면서 반공법을 흡수하여 국가보안법을 새롭게 제정하고 정권유지의 강력한 무기로 활용하면서 노동운동에도 국가보안법 적용이 본격화 되었다. 특히 1987년 7, 8, 9월 노동자대투쟁의 기세에 위협을 느낀 독재정권은 국가보안법을 노동운동 탄압의 주요수단으로 삼았으며, 노동운동의 선진부분에 대한 타격과 조직사건의 조작이 잇따랐다. 1990년대 들어 사회주의권이 해체되면서 노동운동진영의 청산주의와 합법활동 표방에도 불구하고 정권에 반대하는 투쟁을 전개하는 경우 언제나 국가보안법을 적용하여 탄압했다. 노동운동에 대한 국가보안법의 적용은 앞의 표에서도 나타난 바와 같이 김대중 정권 출범 이후에도 계속 된다.

노동운동에 대한 국가보안법 적용 양상은, 첫째, 여럿을 묶어나 재야단체를 몰아서 이적단체로 만든다. 둘째, 조작사건으로 만들려다가 여의치 않으면 이적표현믈 소지 등을 적용하여 기소한다. 셋째, 이적표현물 제작, 소지 등으로 구속한다. 넷째, 노조활동 위축을 위한 탄압. 다섯째, 상담소 등 노동운동 단체들에 대한 조작사건 탄압. 여섯째, 노동자 정치조직 사건에 대한 탄압 등으로 나타난다.9)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이라 함은 “태백산맥, 남부군, 조선통사, 사적유물론, 세계철학사, 레닌주의의 기초, 한국노동운동론, 무엇을 할 것인가, 노동자의 철학, 기타 책자나 마창청년, 민주노조 등의 소식지…” 등이 있다.

미제는 1948년 이승만 단독정부를 수립한 이후 미군정을 통한 직접통치에서 꼭두각시 이승만을 내세운 신식민 통치로 전환한다. 좌익(사회주의자)말살을 위한 국가보안법 제정과 기무사와 국정원 창설에 미제의 군대와 CIA가 개입하여 지금까지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주한미군과 더불어 신식민통치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박정희의 5.16쿠데타 당시 CIA의 최고 책임자였던 덜레스는 “내가 재임 중에 CIA의 해외 활동으로서 가장 성공을 거둔 것은 이 혁명(5.16쿠데타)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아래 글을 참고하자.

중앙정보부가 미국 정부, 그중에서도 CIA의 직접적 지배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 중앙정보위원회는 처음부터 미국 CIA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면서 쿠데타 직전에 설립되었는데 … 이 같은 사실은 미국 CIA가 쿠데타를 음모하면서 중앙정보부의 창설을 이미 준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기구를 자신의 지배아래에 넣기 위해 충분히 고려하고 있었다는 점을 강력히 시사해 주는 것이다.(박세길 저, 《다시 쓰는 한국현대사》, 돌베개)

그동안 진상규명에 어려움을 겪었던 이상한 사건들, 예를 들면 박정희 쿠데타, 전두환 쿠데타, 광주학살, 천안함 사건, 세월호 사건, 박정희 암살 등… 그 배후에 미 제국주의가 있다는 것은 웬만큼 밝혀진 사실이다. 제국주의의 정치적 속성은 기본적으로 파시즘이다. 국가보안법과 테러방지법 같은 파쇼악법, 국정원과 기무사 등의 파쇼기구들을 앞에 내세워 파쇼통치를 조장하고, 그 배후에서 신식민지 인민들을 착취하고 전쟁 물자를 판매하는 미 제국주의 자본과 이에 영합하여 떡고물을 챙기는 국내 독점자본의 이해는 일치한다. 헷갈려하지 말자.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이 땅은 73년 전 점령군으로 들어와 아직까지 상전으로 행세하는 미 제국주의의 51번째 주인 ‘대한미국’이라는 사실을.

국가보안법의 희생자는 노동자계급을 포함한 전체 인민대중이다. 희대의 악법으로 세계인의 주목을 받아온 국가보안법은 70년 동안 이 땅 민주주의와 진보·변혁의 싹을 무지막지하게 짓밟았고 명실상부 70년 적폐의 중심이 되었다. 그동안 통일운동, 진보정치 탄압에 날을 세워왔고, 민주언론과 학습/문화/예술운동, 학생/교육운동에 대한 탄압을, 그리고 노동운동에 대한 악랄한 탄압을 자행해 왔다. 무수하게 조작된 간첩사건들은 오랜 세월이 지나서야 대부분 무죄로 판명되었다. 저들 제국주의자들과 그에 기생하는 지배계급의 국가보안법을 동원한 남북분단을 빌미로 한 ‘반공주의’의 광기는 체제변혁운동을 압살하고 민중생존권을 유린하며 착취지배체제를 공고히 해오는 과정이었다.

70년간 진행된 탄압의 결과는 ‘헬~대한민국’으로, 노동자인민들의 비참한 삶과 희망 없는 암울한 사회로의 전락으로 나타났다. OECD최고의 자살률, 실업률, 최장의 노동시간과 최악의 임금, 가장 높은 산재사망률, 부정부패율… 그 많은 수치스러운 통계가 입증한다. 절반이상은 실업자 또는 반실업자다. 역사발전을 가로막아온 국가보안법 때문에 망가져버린 희망 없는 세상에서 고통스런 삶을 버텨가는 인민들 모두가 국가보안법의 피해자라는 것을 한시라도 망각해서는 안 된다.

더불어 파쇼악법과 파쇼기구들의 존재기반인 ‘헌법 제37조 제2항’의 폐지를 위한 노력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헌법 제37조 제2항. 즉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 운운하는 조항을 개폐하는 것이어야 한다. 헌재가 아무리 정치적이라고 할지라도 저 헌법 제37조 제2항이 없이는 국가보안법 등의 파쇼악법들을 ‘합헌’이라고 판결할 수는 없는 것이고, 그러한 ‘합헌’판결이 없다면 국가정보원 등 각종 파쇼기구들이 노동자인민의 자유와 권리를 마구 짓밟을 수도, 나아가 그 기구들 자체가 존속할 수도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채만수, [정세와 노동] 132호, 31쪽)

4.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에 전력을 다하자

지배계급이 주도하는 한반도 정세변화를 노동자민중이 추구하고 주도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남북관계의 진전을 위한 노력과는 달리, 노동 쪽에는 여전히 전교조와 공무원노조에 대한 탄압을 비롯하여 노동법 개악 등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는 정부이다. 그런데도 민주노총 중앙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노사정위원회의 새로운 이름)에 참여하고자 연연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정책대의원대회의 무산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결국 경사노위는 민주노총이 불참한 가운데 출범을 하게 되었다. 11월 총파업을 선언하고 있으나 그 이름에 걸맞은 총파업투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민주노총 집행부의 혼란스러운 행보 등의 이유로 생존권 투쟁과 노동기본권쟁취 투쟁으로의 정세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한 까닭에, 여전히 정세는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정부의 정치적 행보가 주도하고 있다. 한반도 문제가 어떻게 풀리느냐에 따라 계급투쟁의 지형도 영향을 받을 것이며 아직은 긍정적이다.

한반도 관계개선을 위한 접근에서 노동자민중 진영은 전적으로 배제되어 있다. 미 제국주의와 국내 독점자본의 정치권력이 북과의 접촉을 독점하기에 그 결과는 미 제국주의와 국내독점자본의 공황탈출을 위한 자본진출로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상황이 이러하기에 노동자민중은 강력한 투쟁을 통하여 저들이 주도하는 국면을 전환해 국가보안법 폐지와 주한미군 철수로 나가야 할 것이다. 생존권과 노동기본권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노동자투쟁전선을 국보법폐지와 주한미군철수투쟁의 전선과 결합시켜 국면을 전환해 내고 그 힘으로 다시 노동자투쟁전선을 강화하고 전면적으로 발전시키도록 해야 한다. 국가보안법의 폐지는 노동자계급 운동을 양적/질적으로 발전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국가보안법 폐지투쟁의 방향은 첫째, 민주주의 투쟁으로써 정치·사상의 자유와 결사·표현의 자유를 획득하는 것이다. 기본적인 민주주의적 제 권리를 확장하지 못하면 운동은 한 걸음도 전진할 수 없다. 둘째, 분단체제의 산물로써 정전의 종식과 분단 해체 및 한반도 평화를 구현하는 것이다. 셋째, 과학적 사회주의 이론을 보급하고 선전하는 것이다. 이것을 통해 (계급)대중의 정치의식을 높이고 당건설 주체를 발굴하며, 투쟁의 발전정도에 따라 운동의 질적 변화도 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투쟁의 주체로는 첫째, 정치적인 억압과 경제적인 고통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또한 사회변혁의 주체이어야 할 노동자계급 대중이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 둘째, 그동안 탄압이 집중되었던 자주통일 진영에서도 제국주의 지배의 산물인 국가보안법의 폐지 없이 한반도 평화와 미제 축출은 요원하다는 것을 자각하고 계급운동 진영과 함께 투쟁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자주통일운동진영 일부에서는 국가보안법이 문재인 정권하에서 사문화 되거나 스스로 폐지될 것이라고 보는 ‘우편향’적 경향이 있다. 반대로 변혁(계급)운동진영 일부에서는 국가보안법 폐지투쟁을 통일운동 진영의 전유물 정도로 인식하면서 현장투쟁에 매몰되는 ‘좌편향’적 경향이 남아있다. 반공이데올로기와 파쇼장치를 결코 포기하지 않을 저들 지배계급에 맞서, 자주통일운동 세력과 변혁운동 세력의 각성이 필요한 지점이다. 국가보안법 폐지의 최적기인 지금, 자주통일 진영과 계급(변혁)운동 진영은 국가보안법 폐지와 주한미군 철수 투쟁전선에 함께 결합해야 한다. 이렇게 힘 있게 결합된 반제반파쇼 민주주의 투쟁전선은 흔들리는 소시민계급을 문재인 정권으로부터 분리하여 견인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조합 대중조직은 이 투쟁과정을 노동운동의 조합주의와 경제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고,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각성의 계기로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정세를 무시하고 투쟁을 조직할 수는 없다. 적극적으로 정세를 활용할 줄 알아야 하고 집중할 줄도 알아야 한다. 남북교류의 확대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전진하는 정세 속에서 우리는 이로부터 극명하게 드러나는 모순의 집약인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미 지배계급 내부에서도 북을 적으로 규정하며 남북접촉을 범죄시한 국가보안법의 ‘손질’을 언급하고 나서는 수준이다. 바로 지금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적기이다.

12월 1일이면 국가보안법제정 70년이 되는 날이다. 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 요구는 아직 사그라들지 않았다. 전국 각지(주요거점)에서 적폐 중의 적폐이자 적폐의 뿌리인 국가보안법 70년 적폐를 이제 끝내야 한다는 시위를 활발하게 펼쳐야 한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미군철수, 사드철거 등의 정세에 부합하는 정치적 슬로건과 국가보안법 폐지 슬로건을 결합시켜야 한다. 가두를 중심으로 현장 요구와 결합시켜 정치투쟁의 세를 키워 나가야 한다. 그러한 투쟁에 민주노총을 비롯한 대중조직이 먼저 나서고 지역의 풀뿌리 조직들을 엮어 들어가야 한다.

생산력 발전에 의한 세계적인 경제공황과 변화되는 한반도 정세에서 국가보안법 폐지의 절박성은 노동자계급에게 있음이다. 이것을 위해서는 조직대중을 상대로 한 교육/선전활동이 강화되어야 하고, 지역적/전국적 정치선전 또한 확대되어야 한다.

투쟁 과정에서 경계해야 할 것으로, 문재인 정권은 남북관계의 변화에 조응하라는 대중의 압력에 밀려 일정한 시점에서 국가보안법 폐지보다는 일부 개정을 시도할 수도 있다. 벌써 이러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럴 때 우리의 태도는 그 어떠한 개정도 아닌 완전한 폐지임을 분명히 하며, 전선의 분열을 막고 투쟁의 강도를 높여 계속 끈질기게 밀고 나가야 한다. 자신감을 갖고 가보자. 박근혜 정권을 몰아낸 경험을 우리들의 뜨거운 피는 아직 기억하고 있지 않은가? 노/정/협

후주

1. 치안유지법: 1925년 일제에 의해 제정됨. 내용은 국체의 변혁과 사유재산제도의 부정을 목적으로 하는 결사와 행동을 처벌하기 위한 것이다. 1928년에는 공산당원 뿐 아니라 그 지지자 그리고 노동조합, 농민조합 활동, 프롤레타리아 문화운동 참가자까지 적용을 확대하였다. 1935년 치안유지법의 대상이었던 일본공산당 지도부는 괴멸하나, 이후 일본의 사법부는 종교단체, 학술연구단체 등을 단속대상으로 하여 천황제 파시즘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이용하였다. 1945년 일본패전으로 폐기되었다.

2. 반공법: 장면정권하에서 제정 시도 되었던 반공법은 박정희의 5.16쿠데타가 있은 직후 두 달 만에(1961.7.3.)제정이 완료되었으며, ‘찬양고무’ ‘회합통신’ ‘금품제공’ ‘문서 등의 표현물 제작, 수입, 복사, 보관, 배포, 판매, 취득’ 등의 내용들로 가득하다. 이러한 독소조항들은 전두환 쿠데타이후 반공법이 폐지되면서 국가보안법에 흡수 통합된다.

3. 불고지죄는 제2공화국인 장면 정권 하에서 신설된다.

4. 대통령이 취임한 날이 각기 다른지라 정권이 교체된 해에는 교체되는 정권 간의 국가보안법 탄압수치를 정확히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5. 출처: 검찰청 범죄분석통계. 1988년~2016년까지의 통계는 검찰청에서 낸 범죄분석통계를 참고하였다.

6. 대검찰청 자료에는 2008~2012년까지의 기간 중 총 402건을 입건하여 202건을 기소하고, 이중 111명을 구속한 것으로 나온다.

7. 대검찰청 자료에는 2013~2016년까지의 기간 중 총 308건을 입건하여 181건을 기소하고, 이중 92명을 구속한 것으로 나온다. 2017년도에는 총 42건을 입건하여 14건 기소, 이중 7명을 구속한 것으로 발표되었다. 2017년도 통계는 문재인 집권(5월) 이후를 별도로 구분하지 않은 수치이다.

각 정권에서의 조직사건: <박원순, 국가보안법연구2 참고>

* 전두환 정권: 전국민주노동자연맹(민노련), 서울노동운동연합(서노련), 전국노동자연맹투진위원회(전노추), ML당 결성기도, 반제동맹당, 안산지역 노동자해방투쟁위원회, 사상정치교양학교, 친북과 반미공산혁명기도사건, 노동자해방사상연구회(노해사), 서울남부지역노동자동맹(남노련), 성남지역 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노선 현장활동가 그룹 사건 등

* 노태우 정권: 반제반파쇼한국민중전선, 인천・부천지역민주노동자회(민노회), 안양민주노동자일동그룹, 인천지역민주노동자연맹(인민노련), 인천지역노동자그룹, 노동계급, 기독교문화노동운동연합(기문노련), 일꾼노동문제연구원, 인천노동자대학, 민족통일민주주의노동자동맹(노동자동맹), 혁명적노동자계급투쟁동맹(혁노맹),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관련-사노맹/노동문학실/남한사회주의과학원), 민중민주주의노동자투쟁동맹, 경수지역노동자연합, 반제반파쇼민중민주주의혁명그룹, 서울지역대학생노동자예술인연합, 성남노동자투쟁위, 일동그룹, 한국사회주의노동당, 안산민중민주주의노동자투쟁동맹, 노동자문화 마당일터, 국제사회주의자들, 노동자계급해방투쟁위원회(노해투위), 노동자정치활동센타

* 김영삼 정권: 혁명적사회주의노동자투쟁동맹(혁사노), 국제공산주의당, 노동과 해방을 위해 투쟁하는 사회주의자들(노해투사), 성남지역노동자회, 사회민주주의청년동맹(사민청), 노동자민족문화운동연합, 남한프롤레타리아계급투쟁동맹준비위, 전국노동운동단체협의회(전노운협), 공산주의자연합, 노동자해방통일전선, 노동자중심의 진보정당추진위원회(노진추), 노동자정치연대(노정연), 북부노동자회, 한국노동청년연대(한청련), 참세상을 여는 노동자연대, 부천민주노동청년회(부민노청), 디딤돌

* 김대중 정권: 관악노동청년회, 안양민주화운동청년연합, 진보민중청년연합(진보민청), 민족사랑청년노동자회 등

* 이명박 정권: 사회주의노동자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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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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