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사업장 문제해결 촉구 대정부 성명서]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참혹한 고통의 해결이 1년 뒤로 미뤄져야 합니까?

사진: 점좀빼(사진 활동가)

문재인 대통령은 5.18기념사에서 “이 땅의 민주주의를 온전히 복원”하고, “성숙한 민주주의의 꽃을 피워낼 것”을 다짐했습니다. 이날 기념사는 “민주주의와 인권과 자유의 보장”으로 압축할 수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 기념사에 대해 환영하면서도 “인권과 자유의 보장을 위해서 파업권을 비롯한 노동3권 및 노동자의 권리가 철저하게 보장되어야 한다”라는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왜냐하면 “민주주의와 인권과 자유”는 추상적인 민주주의와 인권과 자유를 넘어 노동기본권이 보장될 때만이 실질적이고 공고한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노총은 6월 30일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비정규직 철폐, 노조할 권리 보장, 전교조 법외 노조 지정 철회 등의 요구를 내걸고 ‘사회적 총파업’에 나서려고 합니다. 민주노총의 사회적 총파업 요구는 문재인 대통령이 5.18기념사에서 말했던 “민주주의와 인권과 자유의 보장”을 실천하고 한국사회 최대의 적폐를 청산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실질적인 민주주의와 인권과 자유를 보장받기 위해 싸우는 노동자들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태도는 어떻습니까?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21일 일자리위원회 1차 회의에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에 대해 “적어도 1년 정도는 지켜봐 달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지난 6월 26일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은 총파업할 때가 아니고 일자리 혁명과 사회 대개혁을 위해서 힘든 길을 가고 있는 대통령을 도울 때라고 생각한다”라고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입장이 이렇게 나오자 현 정부 지지자들은 사회적 총파업을 결의한 민주노총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비난을 퍼붓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6월 26일 “6.30 사회적 총파업 시비, 도 넘었다. TV토론으로 끝장 보자”는 논평을 통해 “사회적 총파업에 대해 물고 뜯는 목적은 민주노총에 대한 적대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사회적 총파업에 대한 문재인 정부 지지자들의 적대는 정부의 파업권에 대한 적대의 결과입니다

파업권은 노동자의 기본권입니다. 문재인 정부 지지자들의 ‘사회적 총파업’에 대한 “도를 넘는” “오해와 왜곡”, 심지어 “적대적 공세”는 문재인 정부의 노동자에 대한 태도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을 내걸고 당선됐지만 노동자들의 현실은 차별과 멸시, 혐오, 착취로 점철돼 있습니다. 이미 대선 기간 동안에도 콜트콜텍, 동양시멘트, 하이텍알씨디코리아, 전국자동차판매연대, 아사히글라스, 세종호텔, 현대차비정규직 등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위원회> 노동자들은 광화문 광고탑 위에서 단식 고공농성을 전개하고 지금도 청와대 앞에서 투쟁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서도 유성기업, 기아차 비정규직, 동진오토텍 노동자들이 농성 투쟁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만도헬라일렉트로니스 비정규직지회 역시 “노조파괴 분쇄, 임단협 쟁취, 비정규직 철폐”를 요구하며 청운동 동사무소 근처에서 1인 시위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만도 부품사인 비정규직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요구는 유성, 기아차, 동진오토텍의 요구이기도 합니다. 동진오토텍은 대선 기간 동안에 문재인 후보가 직접 방문해서 계약해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는 사업장입니다. 하이디스 정리해고자들은 정리해고 무효소송에서 승소했지만 여전히 현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힘겨운 투쟁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동자 투쟁에 대해 조중동, 종편은 비난하고 나서고 있습니다. 노동자 투쟁에 대해 적대적인 언론과 함께 문재인 지지자들도 비난에 나서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적어도 1년 정도는 지켜봐 달라”고 주장했습니다만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고통은 1년 유예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빈곤에 시달리는 노동자들, 특히 청년 노동자들을 비롯한 수백만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1만원은 수년 동안 제기된 요구로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저한의 요구로 당장 실시되어야 합니다.

길게는 10년, 가까이는 수년 된 정리해고 노동자들의 복직 요구 역시 1년 유예될 성질의 것이 아닐 정도로 절박합니다. 그런데 노동자의 요구에 대해서는 기다려달라고 했는데 노동자에 대한 자본의 공세는 1년 뒤로 미뤄지지 않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미 문재인 정부는 노동자에 대한 적대적 태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적어도 1년 정도는 지켜봐 달라”고 했지만 벌써부터 정부는 노동자들에 대해 적대적 태도를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먼저 청와대 앞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위원회 노동자들의 농성장에는 “인권경찰”을 다짐하는 경찰들이 농성비닐 한 장마저도 강탈해 가는 침탈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갑을오토텍 노조파괴를 비호하고 노조파괴 혐의 관련 증거인멸에 가담한 자문변호사였던 범죄자인 박형철을 반부패 비서관으로 임명했습니다.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이 이 임명을 철회해달라는 요구를 해도 무시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보란 듯이, 박형철과 같은 반노동 기업 범죄자인 검사 출신 신현수 변호사를 국정원 기조실장에 임명했습니다. 이는 세 가지 점에서 정부가 개입한 반노동 반인권 범죄입니다.

먼저 반노동 반인권 범죄 분자를 고위직에 임명했다는 점에서 범죄입니다.

두 번째 정치공작과 간첩조작, 인권유린의 온상 국정원을 해체하기는커녕 노조를 파괴했던 악질분자를 국정원에 앉혀서 국정원의 악행을 지속하겠다는 점에서 범죄행위입니다. 세 번째 지난 2017년 5월 12일 민주노총 성명서에도 나온 것처럼, “김앤장은 이명박근혜정권 내내 전국 각지에서 자행된 노조파괴에 실질적 기획과 실행을 담당해온 국내 최대의 자본비호 로펌”입니다. 노조 파괴의 온상, 자본가 법률 창구인 김앤장이 문재인 정부와 유착돼 있다는 점에서 또한 범죄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 ‘존중’은 노동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뼛속 깊이 반노동자적 사고를 가지고 범죄적 행보를 했던 자들을 주요 요직에 임명을 관철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고 있는 것입니다.

더욱이 민주노총이 사회적 총파업을 할 때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합니다. 이 정상회담에서는 사드 배치와 한미FTA가 어떤 식으로든 논의될 것입니다.

청운동 동사무소 농성장에서 유성과 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파괴 실질 배후, 불법파견 주범 “정몽구 구속”을 내걸고 싸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방미에서는 정몽구는 빠졌으나 그의 아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동행합니다.

지난 2013년 5월 박근혜 역시 정몽구 회장 등과 재벌들과 방미에 나섰습니다. 이때 박근혜는 오바마와 함께 “한미 동맹 60주년 공동선언”을 했습니다. 한미동맹은 역사적으로 한반도에서 반북을 기치로 전쟁을 획책하는 반공동맹입니다. 이 동맹은 한미 독점자본의 동맹이기도 합니다. 박근혜는 이 동맹의 반동적 성격에 맞게 “통상임금 문제가 해결돼야만 한국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수 있다”는 댄 애커슨 GM 회장의 요구에 “그 문제는 회장님 요구대로 반드시 해결이 되도록 제가 약속 하겠습니다”라고 확약했습니다.

박근혜 집권 초기 한미정상 회담으로부터 박근혜 정권의 반노동자적이고 반민중적인 정권의 성격이 분명하게 나타났습니다. 대외적으로는 한반도에서의 전쟁 획책, 대내적으로는 반노동자적, 반민중적 정책이 한미정상 회담으로 가시화됐습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 역시 반민중적인 사드 배치를 강행하고 한미FTA로 반노동자적인 방향으로 흐르는 기회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박근혜 정부가 걸어갔던 길을 다시 가는 파멸의 길이 되어서는 절대 안 됩니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속담이 있는데 이 속담이 그저 속담으로 끝나길 바랍니다.

정리해고 원직복직과 비정규직 철폐, 노조 인정 등 노동기본권 보장으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일자리 확충을 제1의 정책과제로 두고 있습니다.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지금은 총파업할 때가 아니고 일자리 혁명과 사회 대개혁을 위해서 힘든 길을 가고 있는 대통령을 도울 때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는데, 이는 본말이 전도된 주장입니다. 일자리 혁명과 사회 대개혁은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입니까? 구조조정이라는 미명 하에 노동자들에 대한 대량 정리해고가 지금도 자행되고 있고 정리해고된 노동자들이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는데 ‘일자리 혁명’은 누구를 위한 일자리 혁명입니까? 그게 혁명은 고사하고 일자리 개혁이라도 됩니까? 게다가 노동기본권이 유린되는 작금의 현실에서 ‘사회 대개혁’은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사회 대개혁입니까?

이렇게 나가다가는 문재인 정부는 ‘적폐 청산’이 아니라 적폐의 일부, 더 나아가 청산해야할 적폐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 80% 정도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정부가 초기에도 ‘노동개혁’을 달성하지 못하는데, 1년 뒤에는 가능하다고 봅니까? 오늘, 내일, 모레의 하루하루가 모여 1년 뒤가 됩니다. 1년 뒤 신기루 같은 약속이 아니라 오늘부터 1년 뒤를 가늠할 수 있는 노동기본권 보장의 길을 열어야 합니다.

최저임금은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생활임금이 돼야 합니다. 최저임금 1만원은 그 출발입니다. 정리해고된 노동자들이 즉각 복직되어야 합니다. 지금 진행되는 구조조정이 즉각 중단 돼야 합니다. 노조탄압이 즉각 중단돼야 합니다. 파업권이 보장되고 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공무원노조와 전교조도 예외가 아닙니다. 결자해지라고 했습니다. 정리해고제와 파견제는 김대중 정권 시절 도입되고 노무현 정부 시절 확대 적용된 대표적인 ‘노동적폐’입니다. 현 정부가 자신들이 만든 정리해고제와 파견제를 책임지고 철폐함으로써 원죄를 해결해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나 지지자들이나 “성공한 정부”를 꿈꿉니다. 그러나 그 성공의 기준은 정부 스스로 말했듯이, “민주주의와 인권과 자유”의 실질적인 보장이고, 그 중심에 이 사회의 압도적 다수인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이 있습니다. 노동자의 생존권이 보장되는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적 토대가 마련되는 것입니다.

2017628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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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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