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식 관제춘투의 실상

1.
최 부총리는 “적정 수준의 임금 인상이 일어나지 않고는 내수가 살아날 수 없다”며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고, 일본의 아베 총리는 아예 노골적으로 기업들에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 정부 들어서 최저임금 인상률을 연간 7%대로 올렸다”며 “올해도 최저임금을 빠른 속도로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최경환 “임금 올라야 내수 산다..디플레 우려에 걱정”(종합3보) “현재 상황이 디플레는 아냐…저물가 장기화 주시할 것”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 7%대 이상 시사, 연합뉴스 2015.03.04)

최경환, 이 자가 부르주아를 위한 막중한 업무에 시달리다가 드디어 정신 줄을 놓았나? 정권의 경제 실세인 부총리의 입에서 임금인상을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다니!

최근 미국 오바마의 최저임금 인상 계획을 포함해 독일, 영국의 경우처럼, (자본가)정부에 의한 주도적인 임금인상 요구가 유행이 되고 있다. 특히 2013년 일본 아베 정부가 우리의 전경련에 해당되는 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에 내수 성장을 위해 임금인상 요구를 하고 여기에 화답해서 경단련이 임금인상을 결의했다. 이에 눈치를 보던 일본의 렌고(連合, 일본노동조합총연합체) 같은 어용노총은 4년 만에 처음으로 수줍게 1% 이상의 임금인상 요구를 내놓았다.

이런 일련의 희한한 현상을 일본에서는 관제춘투(官制春鬪)라고 한다. 최경환이 바로 군국주의자 아베가 주창하는 아베노믹스 정책을 따라 최경환노믹스라고 불리는 ‘관제 임금인상’ 요구를 하고 있다. 도대체 머리에 총 맞은 것도 아니고 저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일본에서 아베 정부에 의해 ‘관제춘투’라고 명명되는 일이 벌어진 것은 장기 저성장 때문에 일본 독점자본주의가 극심한 위기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흔히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불리는 일본 경제의 장기 저성장, 즉 장기화된 디플레이션은 과잉공급(과잉생산)과 함께 극심한 수요 부진에서 비롯된다.

과잉생산은 무정부적 생산과 자본주의의 고도의 생산력 발전 때문에 자본주의에서 점점 더 극심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일본 자본주의의 생산력 발전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반면에 일본에서의 노동자 계급에 대한 공세와 사실상 자본노총, 자본노조로 변모한 일본 노동운동의 협조주의화의 결과 때문에 저임금과 40%가 넘는 비정규직, 복지 축소로 노동자 민중의 수요가 급격하게 위축되었다.

이 때문에 총 맞은 게 아니라, 지극히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일본 독점자본의 수장인 군국주의자 아베가 일본의 심각한 디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임금인상 요구를 내걸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결과는 어떠한가?

노동자들의 임금이 대폭 인상되고 내수가 진작되어 일본 경제 위기가 극복됐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2013년 여름, 아베의 발의에 따라 벌어진 2014년 일본 ‘관제춘투’의 결과에도 불구하고,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 결과로써, 일본에서는 전 산업에서 2.18%의 임금인상이 되었다. 그러나 아베 정부는 한편으로는 수요를 진작시킨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5%에서 8%로 3%나 소비세를 인상시키고 생활필수품은 3.7% 인상되어 명목임금만 올랐지 실질임금은 도리어 축소되었다. 그런데도 자본은 임금인상을 시켜줬으니 법인세 감세를 시켜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활동가집단 사상운동> 전국운영위원회 책임자 야마시타 이사오(山下勇男), <아베 부르주아 독재정권 1년 ―― 아베노믹스, 춘투(春闘), 자본주의의 위기 (1)> 기고문 참고, 노동자정치신문 104호(통합116호), 2014년 4월)

2015년 3월 일본 후생노동성의 공식 발표에 따르더라도 일본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지속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3일 발표한 1월의 매월근로통계조사(속보)에 의하면, 근로자 1인당 평균임금을 나타내는 ‘현금급여총액’은 전년동월 대비 1.3% 증가한 27만 2779엔으로, 11개월 연속 증가했다. 그러나 물가변동을 반영한 실질임금은 전년동월 대비 1.5% 감소하여, 19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장민호 기자, <일본의 실질임금 1.5% 감소, 19개월 연속 마이너스>, 글로벌이코노믹, 2015.03.04)

왜 관제춘투는 실패했는가?

일본 독점자본주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총자본의 요구에 의해 아베 정부가 임금인상을 요구했으나 개별 자본들이 자기들 이윤이 줄어드는데 대폭 임금인상에 나설 리가 없기 때문이다. 레닌이 제국주의론에서 말한 것처럼, “놀라운 기술적 진보에도 불구하고 어디에서나 여전히 반기아상태의 빈곤에 허덕이는 대중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다면, … 그것은 이미 자본주의가 아니다. 왜냐하면 …대중의 반기아적인 생활수준은 모두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근본적이고 불가결한 조건이며, 그 전제가 되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의 임금을 한사코 깎으려 하고 복지를 축소시키고 빈곤을 심화시키는 것은 이윤을 위해 존재하는 자본주의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일들이다. 다만 노동자들이 투쟁한다면 그 힘에 밀려 부분적으로, 일시적으로 임금인상이나 복지 인상을 해왔을 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일본 노동운동이 한 순간에 침체를 딛고 각성해서 임금인상 투쟁이나 비정규직 철폐 투쟁에 대대적으로 나섰던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전대미문의 관제춘투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실질임금은 도리어 삭감되었던 것이다.
2.
최경환노믹스도 일본처럼, 전 세계적 공황의 한 가운데서 저성장이 계속되는 한국 자본주의 위기 상황에서 나왔다. 최경환은 디플레이션은 아직 아니라고 하지만, 한국자본주의가 극심한 침체 상태에 있다는 것을 자기도 부인하지 못하기 때문에 한국판 ‘관제춘투’를 들고 나온 것이다. 그런데 아베처럼, 최경환도 지극히 정상적인 사고를 가지고 이 정책을 취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정책이 온전한 상태로 집행되는 건 아니다.

최 부총리는 청년실업 문제와 이를 해소하기 위한 노동시장 개혁 등 구조개혁도 강조했다. 그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현장과 괴리된 교육 시스템이 청년층 고용난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청년층의 비정규직 일자리마저 감소한 지금의 현실을 보면 대한민국에 미래가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부총리는 “올해 3∼4월이 우리 경제에서 굉장히 중요한 달”이라며 “노사정 대타협이 이 기간에 이뤄지고, 6월 국회에서 결판이 나야 한다”고 밝혔다.(같은 기사)

최경환은 임금인상 주장을 하면서 뒤로는 박근혜가 지난 1월 신년사에서 밝힌 4대 부문 구조조정과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강행하려 시도하고 있다. 최경환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눠진 고용 형태, 즉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책임이 최대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에 있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에게 있다고 적반하장으로 사태를 호도하고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정규직의 ‘과보호’나 상대적 고임금 때문에 자본이 고용을 확대하지 않아서 청년실업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비정규직을 없애고 정규직화 하는 것으로 이중구조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정규직의 고용의 경직성 즉 ‘과보호’를 깨야 한다는 말이다. 비정규직은 4년 동안 자유롭게 착취하겠다는 말이다. 이를 통해 자본이윤이 확대되면 경제가 살아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기업 고용은 확대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현장과 괴리된 교육 시스템’이 또 청년실업을 확대시킨다는 최경환의 말은 무엇인가? 이 말은 곧 기업이 졸업 후 곧바로 사용할 수 있는 양질의 노동력을 대학에서 바로 숙련을 시켜 노동시장에 공급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 자본이 곧바로 사용할 수 없는 노동력 학과, 즉 인문학과 등을 통폐합이나 축소시켜 인원을 줄이고 대학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말이다. 저들은 자본의 지상명령대로, 자본의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대학을 즉각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저임금의 숙련된 노동력 동원 기지로 만들려는 것이다.

그런데 그는 3, 4월이 왜 중요하다고 하는가? 박근혜가 신년사에서 밝힌 대로, 공무원 연금 개악,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3, 4월에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하고 이를 토대로 국회에서 입법화하려는 것이다. 정부와 자본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모양새가 된다면 노동자들의 격렬한 저항을 낳을 것이기 때문에 노사정위에서의 합의로 사전에 노동자들이 동의하는 것처럼 해서 추진하려는 것이다.

그는 “청년 실업은 아주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고, 우리 경제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인 노동시장과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혼자 잘 산다고 될 수 있는 경제가 아니다”며 노동시장 구조개혁 과정에서 정규직의 일부 양보가 필요함을 간접적으로 내비치기도했다.(김승호 기자, <마음 바빠진 대한민국 경제팀, 디플레 우려 공식언급>, 파이낸셜뉴스, 2015.03.04)

박근혜 정권은 취임 직후부터 한국과 미국의 독점자본을 위해 통상임금에 대한 공세를 지속해 왔고 노동자들의 임금과 복지를 축소시키는 반노동자적 공세를 지속해 왔다. 그런데 최경환이 말하는 최저임금 7% 인상은 고작 390원 인상으로 저임금 노동자들의 빈곤을 전혀 해결할 수 없을뿐더러, 그 조차도 임금피크제 도입을 포함하여 정규직의 임금삭감을 그 대가로 요구함으로써 전체 노동자들의 총액임금을 삭감하려는 기만적 술책에 불과하다.

이처럼 최경환은 한편에서는 수요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임금인상을 말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비정규직 종합대책에서 보듯, 정규직의 자유로운 정리해고와 임금삭감, 영구적 비정규직화를 추진하고 이에 저항하는 노동조합을 파괴하여 결국 노동자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빈곤을 더 깊게 만들려고 하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3월 5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올해 임금인상률을 1.6%의 범위에서 조정할 것을 지침으로 내렸다. 그것도 1.6% 안에는 통상임금 확대 분, 60세 정년 의무화 등이 포함되므로 최종 임금조정률은 이를 고려해서 결정하라고 주문했다. 임금피크제 도입도 모자라 사실상 명목임금조차도 동결할 것을 지침으로 내린 것이다. 최경환의 관제춘투 계획을 하루 만에 무력화하는 저항을 선포하고 나선 것이다.

그런데 디플레가 물가의 지속적 하락 현상을 낳는다면, 노동자들이 기존대로 임금을 받고 있다면 생활임금은 늘어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노동자 명목임금이 정체돼 있고 실질임금은 연평균 0%대인 ‘임금 인상 없는 성장’ 시대로 접어들어 노동소득분배율이 갈수록 악화되어 노동자 4명 중 1명은 저임금 계층으로 전락했다고 하고 있다. 통계청의 발표에 의하더라도, 2008년부터 2014년까지 6년 동안 실질임금 인상률은 0.8%에 그쳤다. 디플레이션으로 물가가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가운데서도 생활필수품의 경우에는 노동자들이 소비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가격은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디플레이션은 과잉생산된 생산물을 실업이나 임금감소와 복지 후퇴 등으로 대중이 소비할 수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경기가 침체되고 성장이 하락하는 것이다. 그런데 디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해 ‘임금인상’으로 소비를 진작시켜야 한다고 호들갑을 떨지만 현실은 그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여기 또 하나의 그러한 사례가 있다.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을 디플레이션이라고 한다. 특히 물가수준(인플레이션율)이 0% 이하, 즉 마이너스(-)가 되면 영락없는 디플레이션이다. 그런데 물가상승률이 0.52%를 기록한 2월의 경우 담뱃값 인상이 물가를 0.58포인트 끌어올렸다. 담뱃값 인상만 없었다면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0.52-0.58=-0.06%)가 될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다. 의도했던, 그렇지 않았던 담뱃값을 올려 일단은 디플레이션을 막은 셈이다.(김승호 기자, <디플레 막고, 세금 걷고..담배의 놀라운 경제학>, 파이낸셜뉴스, 2015.03.04)

담뱃값 인상으로 디플레이션을 일정 정도 막았다는 저들의 논리는 담뱃값 인상으로 분통을 터트리는 노동자 민중을 조롱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저들은 과잉생산과 수요 감소라는 근본 원인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 중 하나인 물가하락을 그 원인으로 둔갑시켜 물가인상을 정당화하고 있다. 저들의 논리대로라면, 정부에서 통제가능한 모든 물품에 대해 가격을 잔뜩 올리는 것으로 디플레이션은 아주 간단하게 해결되지만 현실에서 그것은 수요를 더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뿐이다.

일본 아베 정부가 ‘관제 춘투’ 허장성세 뒤에서 소비세를 인상했듯이, 소비를 진작시킨다는 명분을 가지고 정부 차원에서 전개하는 전대미문의 관제 ‘임금인상 요구’ 뒤에서 물가인상을 합리화하려는 기도가 숨어 있기도 한 것이다. 설령 그것을 사전에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디플레이션에 대한 저들의 공포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소비를 공격하여 이윤을 증대시킬 수밖에 없는 자본주의 현실이 저들의 주관적 의지와는 다른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어용노조화 된 일본 노동운동의 상징이 바로 춘투이다. 춘투(春鬪) 자체가 원래 국가와 자본에 의해 관리되고 통제되는 임금 등의 협상이니 관제(官制)는 동어반복에 불과하다. 최경환의 관제춘투 역시 국가나 자본에 의해 노동조합이 관리되고 통제되는 것이니 노동자들을 속이는 거짓과 술수에 불과하다. 그런데 박근혜의 파쇼탄압으로 인해 그 효과가 지극히 미흡하겠지만, 정부가 앞서서 임금인상을 언급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마치 정부가 노자 간의 대립을 초월해 있는 공정한 중재자이자 화해자라는 모습을 연출하는 효과를 거두게 된다.

실제적으로 국가나 자본에 의해 통제되고 관리되는 관제춘투는 바로 노사정위원회에서 벌어지게 될 것이다. 노동자들을 배반한 노동조합 운동의 상층 관료주의 지도부들을 끌어들여 정리해고제와 근로자파견제를 도입하게 했던 것으로 우리에게 악명 높은 그 노사정위원회 말이다. 그 배반과 모멸의 노사정위원회에서 또 다시 3, 4월에 연금개악과 비정규법 추가 개악을 시도하게 될 것이다.

저임금과 실업, 복지 축소, 비정규직 등으로 빈곤으로 내몰리고 있는 노동자들의 끔찍한 현실을 호도하고 노동자 투쟁을 무마하려는 최경환의 관제춘투의 실상을 폭로하고 그 기만에 맞서 싸워야 한다. 공세적인 생활임금 쟁취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관제춘투를 내걸고 일본 노동자 민중의 계급의식을 마비시키면서 실상 군국주의 파쇼 책동을 강화하는 아베처럼, 종북주의 공세를 내걸고 파쇼 탄압을 강화하고 있는 박근혜 찬탈 정부를 끌어내리는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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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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