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은 국회 논의기구를 폐기하고 항쟁에 나서야 한다

(2015년 7월 31일)

 

7월 30일 <민주노총의 국회 논의 기구 제안에 대한 노동전선의 입장>이 나왔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제2의 사회적 합의주의 노선에 경도되어 국회 논의 기구에 참석하기로 한 상황에서 민주노총 직선 지도부를 사실상 파견한 조직인 노동전선에서 이를 비판하는 입장을 밝힌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이 나오게 된 시점이나 그 내용은 상당히 불만족스럽다.

먼저, 민주노총 상집, 중집에서 노사타협주의 입장이 나오는 걸 사전에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문제가 있다. 사전에 집행부와 중요한 정세 논의와 결정이 이뤄지지 못하거나, 대중조직 중심으로 무게가 이동해서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직선제 임원들을 사실상 파견한 단위가 국회논의 기구 참여 반대 입장을 밝혔으면 심각하게 공동논의를 통해 이 결정을 파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민주노총 임원 중 노동전선 소속 파견자는 소환되거나 파문돼야 한다. 한상균 선대본에서 활동하다 민주노총에 파견된 간부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또 하나는 이 입장에 담긴 문제의식의 문제다.

이 입장에서는 “그동안의 1,2차 파업에 대한 분석과 평가를 엄정히 하며, 하반기 위력적인 총파업 투쟁을 위한 전열을 다시 갖추어야 할 시점에서 느닷없는 ‘국회 논의기구’ 제안은 적잖이 우려스럽다.”라면서도, “노/정, 혹은 국회를 중심으로 하는 협상전술이 언제나 절대적으로 불가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에 민주노총이 제기하고 있는 ‘구조개선 원포인트 한시적 국회논의기구’는 그 목표가 매우 불분명하다.”라고 하고 있다.

이중 “노/정, 혹은 국회를 중심으로 하는 협상전술이 언제나 절대적으로 불가한 것은 아니다.”라는 부분은 사족이다. 불필요한 사족이다.

왜 그런가? 구체적인 상황 앞에서 ‘절대적’이라는 말로 할 필요가 없는 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정, 혹은 국회를 중심으로 하는 협상전술이 언제나 절대적으로 불가한 것은 아니다.”라고 하면, 그래서 “언제나 절대적으로 불가한 것은 아니”기에 이번에 한시적으로 노동시장 구조개악 관련해서만 논의 기구를 만들겠다는 거 아닌가? 라는 변명과 자기 정당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권이 한 편으로는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체포영장을 때려 놓고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강행하려고 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는 모든 걸 걸고 그걸 저지하는 길 외엔 다른 게 있을 수 없다. 왜 여기서 부르주아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쳐다보고, 새정치민주연합에 기대서 운동 자주성을 팔아버리려 하는가?

지금 우리 앞에는 구조개악을 전면 분쇄하느냐, 수용하느냐 둘 중 하나의 선택밖에 없다. 반노동자적인 구조개악을 강행하는 정권을 분쇄하느냐, 저들에 의해 분쇄당하느냐 둘 중 하나의 선택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중차대한 사안을 앞에 두고 미리 교섭기구부터 제안하고 나선다면 그건 저들의 공세를 전면 거부하자는 게 아니라, 애초부터 타협과 양보를 전제로 전투에 나서겠다는 예정된 투항 기조에 불과하다.

정권과 자본의 총공세에 대해서는 격렬한 가두 투쟁과 총파업 투쟁으로 민중과 함께 정권 퇴진 투쟁으로 나아가는 길 외에 다른 길은 없다.

이와 다른 길이 있다면 그건 공무원노조가 그랬던 것처럼, 10만, 8만이나 결집할 정도로 거대한 조직의 힘을 가지고도 사회적 대타협 기구 들어가서 주고받기 식으로 양보와 타협을 하는 길밖에 없다. 그런데 사실상 주고받기는 틀린 말이다. 얼마나 더 주냐 덜 주냐를 가지고 실랑이 벌이다가 내부 분열되고, 결국은 항복으로 끝나는 것이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2013년 철도노조와 2015년 공무원노조의 길을 답습해 가려하고 있다.

 

민주노총 내 투쟁파는 누구이고, 협상파는 누군가?

 

“이제 겨우 야당이 새누리의 노동개혁에 반대하겠다하여 쟁점이 형성되었을 뿐인데”라는 노동전선의 인식과 함께, “오히려 우리는 이번 제안이 이러한 전술적 차원이라기보다는, 7월 총파업 투쟁의 진행 양상과 평가의 과정에서 민주노총(지도부)내에 타협적 경향이 강화된 결과가 아닌가 한다.”라는 진단도 문제다.

민주노총 지도부 중에서 타협파 경향의 강화로 이러한 국회 논의기구 같은 제2의 사회적 합의주의 결정이 내려졌다는 말인지? 대체 민주노총 내 ‘투쟁파’는 누구이고 타협파는 누구인가? 이번 결정에서 투쟁파는 어떤 입장을 견지했고, 이 입장이 통과된 다음에 투쟁파는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는가?

과연 그렇다면 타협파 경향의 강화에 맞서 투쟁파는 어떻게 대응했는가? 이런 인식대로 투쟁파라는 게 존재한다면, 얼마나 무능한 존재인가? 그런 게 존재한다면 지금이라도 그 무능의 과오를 씻고 국회 논의 기구 참여 결정을 번복하기 위해 투쟁파답게 싸워야 하는 거 아닌가?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내부 투쟁을 강력하게 전개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런 타협파, 투쟁파 구도에 찬성하지 못한다. 과거 노사정위원회를 중심으로 사회적 합의주의가 득세할 때, 사회적 합의주의자들은 “협상과 투쟁을 병행해야 한다.”, “노조운동에서 투쟁만 하고 교섭은 하지 않겠다는 말인가?”, “자본주의에서 타협과 협상은 불가피한 거 아닌가?” 논리에서부터 심지어는 그러면 “사회주의 하자는 거냐”라는 논리로 비약하면서까지 노사정위 참여나 사회적 합의주의를 정당화 했다.

민주노총 내부 투쟁파와 협상파의 대립 구도까지야 알 수 없으나, 당시 제기됐던 논리가 이번에도 그대로 제기됐을 것이다. 다만 노사정위와 다르게 국회 논의기구고, 상설기구가 아니라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가지고 원 포인트로 협상하는 자리니 다른 것이라고 자기 위안을 삼았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번에 구조개악을 국회에서 원 포인트로 수세적으로 논의하면 또 다시 공공부문 정상화(황폐화)를 원 포인트로 수세적으로 논의하게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식이라면 매 사안마다 원 포인트, 원 포인트, 원 포인트로 논의하다가 결국 다 포인트로 처리하게 될 것이다. 노동자 민중의 사활이 걸린 운명 전부를 부르주아 국회 논의에 맡겨놓고 타협과 양보, 패배와 항복으로 끝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매사를 국회에서 원 포인트로 다룬다면 임시기구가 상설기구와 다를 게 무엇인가?

노동시장 구조개악은 원 포인트로 국회에서 한번 교섭하는 정도가 아니라 노동자 삶을 결정적으로 타격한다. 향후 정세의 중대한 갈림길이다. (투쟁파, 협상파가 아니라) 박근혜를 끝장내자며 총파업투쟁 지도부를 자처한 집행부 자체가 국회논의기구 참여 결정을 통해 투쟁전선에 혼란을 주고 있다. 운동 내부를 분열시키고 있다. 노동자의 자주성과 계급의식을 말살시키고 있다. 정권은 이러한 타협기구조차 부정하고 노사정위 고수를 외치며 오만함을 과시하고 있다.

 

가두로, 가두로, 청와대로, 청와대로!

 

민주노총 지도부는 초기부터 박근혜 퇴진 투쟁을 분명하게 내걸지 않고, 그 개별 정책을 분쇄하겠다고 나섰다. 그리고 박근혜 정권의 폭압성이 날로 가중되자 그제야 끝장내자는 말로 박근혜 퇴진을 대신하고 있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여전히 박근혜 퇴진 투쟁의 정치적, 정세적 의미를 분명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노동자 투쟁 요구를 개별적으로 제기하면서 박근혜 퇴진 투쟁과 결합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시기별, 업종별, 연맹별, 산업별, 사안별로 투쟁이 나눠지면서 정치투쟁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민주노총 지도부는 노동자 현안이 아닌 민중 전체가 분노하고 관심을 가지고 있는 문제를 가지고 싸우려 하지 않고 있다. 실제 세월호는 물론이고, 성완종 리스트에 폭로된 거대한 부패사건, 메르스, 탄저병, 청년실업까지 정권에 대한 분노가 점점 더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민주노총 지도부는 전 민중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국정원 부정선거와 해킹 사건 같은 정치적 문제를 가지고 투쟁을 조직하지 않으려 한다. 경제주의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선을 확장하고 독려하는 대신에 국회 논의 기구를 쳐다보며, 지배계급의 일부인 새민련한테 협상을 구걸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총 내 ‘투쟁파’의 협소한 인식, 정세인식의 불분명함, 당면 투쟁 목표의 부재, 근본 운동 전망의 부재가 오늘날 같이 제2의 사회적 합의주의가 다시 등장하게 되는 심각한 사태를 초래했던 것이다.

제2의 사회적 합의주의를 분쇄하지 못한다면, 총파업 투쟁도 총궐기 투쟁도 없다. 아니 총파업 투쟁을 조직하려는 시도나 노력 자체도 사라질 것이다. 패배주의와 분열, 불신이 창궐하게 될 것이다. 노동시장 구조개악이 통과되고 사유화, 단협개악, 임금삭감, 노동자 분열, 노조파괴를 의미하는 공공부문 황폐화 공세가 연이어 펼쳐질 것이다. 파쇼 정권은 노동자 민중의 삶 전체를 마음대로 짓밟게 될 것이다. 민주주의가 전면 파괴되고 다시 7, 80년대 고문과 암살이 판치는 암흑천지가 도래할 것이다. 벌써 그 징후가 우리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지 않은가?

박근혜 파쇼 정권에 맞서 싸울 유력한 전국적 투쟁 구심은 민주노총 밖에 없다. 여전히 민주노총이 전체 노동자와 민중의 희망이다. 민주노총 앞에 놓인 역사적 임무가 이렇게 엄중한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제안한다.

제2의 사회적 합의기구인 국회 논의기구 참여 결정은 즉각 폐기되어야 한다.

1, 2차 총파업 투쟁을 비롯한 상반기 투쟁 전반과 향후 투쟁 전망에 대해 전국적으로 대대적인 토론을 조직해야 한다.

박근혜 파쇼 정권에 맞서 전선을 확대시켜야 한다.

노동자의 요구를 박근혜 정권 퇴진과 결합시켜야 한다.

부정선거와 국민 감시와 억압의 중심에 있는 파쇼 정권 보루인 국정원 해체 투쟁에 전면 나서야 한다.

국정원이 세월호의 실소유주로 알려지고 있다. 이 투쟁을 통해 세월호 진상규명 투쟁을 다시 전면화 해야 한다.

민주노총 산하 전체 조직이 지역별로 국정원 해체, 구조개악 저지, 박근혜 정권 퇴진을 내걸고 거점 농성에 돌입해야 한다.

의식적으로 거리로, 거리로 쏟아져 나와야 한다.

거대하고 격렬한 가두시위로 청년들과 미조직 노동자와 전 민중과 함께 전국적인 항쟁을 조직해야 한다.

가자 청와대로! 박근혜는 퇴진하라!를 외치며 청와대를 향해 돌진해 가야 한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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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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