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철도,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통합인가?

– 서울도시철도노동조합 대공원승무지부장 이석의

 

현재 서울도시철도노동조합에는 크게 3가지의 직면한 문제 즉 당면과제가 존재한다.

그것은 첫째 복수노조하에서 3개로 분열되어 있던 노동조합들의 통합문제이며, 둘째는 1기 지하철인 서울메트로와 2기 지하철인 서울도시철도가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그리고 셋째는 이러한 상황에 직면한 노동조합이 박근혜정권이 자행하는 ‘2단계 공공기관 정상화’에 맞서야 하는 문제이다.

언뜻 보기에는 도시철도 내의 분열되었던 노동조합의 통합과 1, 2기 지하철의 통합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하는 단결된 힘으로 노동자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자행하고 있는 박근혜정권의 폭압적 탄압을 뚫고 나아갈 수 있는 노동자의 단결을 위한 올바른 통합으로 비춰질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것이 지금 도시철도 노동조합이 당면한 문제의 심각성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현장노동자들이 절박한 단결의 필요성에서 나온 통합이 아니라 단지 통합을 ‘절대적 선’으로 파악하고 통합의 올바른 의미를 거부하며 맹목적으로 통합의 환상을 쫒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통합만 된다면 분열로 인한 갈등이 자연스럽게 해소되어 현재의 모든 문제가 해결될 듯이 바라보고 있는 것 또한 문제이다.

하지만 과연 조직 형식적 통합은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인가?

1기 서울지하철과, 2기 도시철도가 왜 나눠지게 되었으며 도시철도노동조합이 왜 분열되었는지 그리고 지금 자행되고 있는 통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살펴보자.

 

도시철도의 노동조합은 어떻게 시작되고 분열되었나.

 

1994년 서울도시철도의 설립은 서울지하철의 운영권 분리에서 시작된다. 경쟁의 구도에서 서울지하철노동조합의 힘을 약화시키며 구조조정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서울도시철도가 설립된 것이다.

그 목적에 걸맞게 도시철도의 공사관리자와 결탁한 어용노동조합은 자신만의 이권을 챙기며 모든 구조조정을 수용하여 왔다. 과히 도시철도의 역사는 구조조정의 역사라 하여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들 어용조직은 구조조정의 대가로 진급과 성과급을 보장받고 공사의 각종 관리직으로 진출하였다. 그리고 여느 사업장과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세력을 구축해 나갔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도시철도의 민주 활동가들과 현장 조합원은 어용노동조합과 그리고 이들과 결탁된 공사를 상대로 적지 않은 수의 희생자를 감내하며 치열한 투쟁을 벌였고, 이를 통해 민주노조를 획득하며 건설한 역사를 만들어왔다. 비록 완전하지는 않았더라도, 민주노조 투쟁력의 강도와 조직력이 견고하지는 못하더라도 미약하나마 도시철도의 민주노조는 그렇게 형성되어 왔던 것이다.

지난날 어용집행부와 공사의 폭압적 구조조정, 그리고 활동가 퇴출 조직처럼 만들었던 서비스단, 그리고 희망퇴직 합의는 도시철도에서 어용집행부의 썩을 대로 썩은 추악한 본질을 드러내기에 충분하였다. 더 이상 어용세력이 집권한 노동조합은 설자리가 없는 듯 보였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이후 어용세력은 ‘복수노조 합법화’를 계기로 공사관리자를 등에 업고 도시철도 민주노조파괴에 본격적으로 돌입한다. 공사관리자는 진급과 성과급을 무기로 기존 도시철도노동조합을 파괴, 분열하여 새롭게 설립하는 노동조합에 노골적으로 협박하여 가입할 것을 강요하였다. 그렇게 도시철도의 복수노조의 시대가 시작되게 되었다. 도철조합원은 지속적으로 탈퇴하여 새로운 노동조합에 가입하였다. 또한 직능이기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그 틈새를 노린 기회주의적 소수의 노동조합도 생겨난다. 이렇게 해서 도시철도에는 3개의 노동조합이 자리 잡는다. 이렇게 노동조합이 분열되고 기회주의적 흐름이 지속된 상황은 도시철도의 민주노조를 위기로 내몰았다.

 

도시철도의 분열된 노동조합은 어떻게 통합되었나.

 

이처럼 형성된 복수노조의 상황이 3년 넘게 흘러오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도시철도민주노조는 과반수의 지위를 상실하였으며 세 노조 중 어느 하나도 과반이 넘는 노동조합은 없다.

곧 무너져 버릴 것 같은 도철노조는 그럼에도 민주노조를 지키기 위한 사수투쟁을 치열하게 전개하였으며 한 직능에서 무너지면 다른 직능에서 유지하거나 복원시켜왔다. 결국 과반수의 지위는 상실했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몸은 다른 노조에 있어도 마음만큼은 민주노조에 있는 것이었다. 지속적인 조합원의 이탈과 갈등이 존재하지만 부분적으로는 절망적이었던 복수노조 상황에서의 과반수도 안 되는 민주노조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도 조금씩 일깨우고 자신감도 얻어가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도 오래가지 못한다. 결코 이뤄질 수 없을 것 같았던 노동조합의 통합을, 최근 들어 도시철도 3개 노조 각 노조 지도부들(통합추진위원회)은 선언에 한정했던 의미를 뛰어넘어 가능하며 긴박한 통합으로 현실화 시켜 급물살 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통합에 이르게 된다.

통합의 내용을 살펴보면 과거 분열의 책임에 대한 반성과 사죄는 없다. 그리고 도시철도노동조합은 해산되며 새로운 노동조합이 신설된다. 그동안 투쟁으로 발생한 희생자에 대한 보상은 일부분만 인정되며 그 또한 기약 없다. 상급단체에 대한 결정은 불명확하다. 이렇듯 20년간 투쟁하여 건설해온 민주노조의 정체를 부정하는 것으로 채워져 있다.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통합내용이다! 안 하니만 못한 통합이다! 통합의 원칙을 벗어났다!”라며 몇몇 활동가들이 울분과 절규로 노동조합 통합반대를 외쳐 보지만 통합에 대한 환상은 이제껏 복수노조상황에서 견디었어야할 갈등과 고통을 치료하는 만병통치약과도 같은 ‘절대 선’이었나 보다. 그렇게 통합찬반투표는 찬성으로 귀결됐다. 그리고 통합선거를 남겨놓고 있다.

이렇듯 통합은 왜곡되어지고 있다. 이것은 또 다른 분열을 내포하고 있는 노동조합 조직의 형식적 통합에 지나지 않는다.

노동조합의 통합은 원칙적이어야 한다. 그 원칙이란 노동자계급성을 바탕으로 각자가 처한 조건에서 더 큰 단결과 투쟁력을 담보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단결을 위하여 통합을 추구해야하는 노동조합의 정체성이다. 다시 말해, 노동자적 관점으로 서로의 힘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절박함 속에서 통합되어야 한다. 구조조정을 계획하고 있는 공사와 서울시를 상대로, ‘제2단계 공공기관 정상화’를 획책하는 박근혜 정권을 상대로 노동조합이 지금보다 더욱더 배가된 단결과 투쟁을 전개해 나갈 수 있느냐? 의 문제 속에서 나와야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의식 없이 노동조합의 형식적 통합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온갖 불이익을 감수하며 민주노조에 남아있는, 탄압을 견뎌온 현장의 조합원들은 결코 잊지 않고 있다. 도시철도노동조합이 어떻게 분열되었으며 얼마나 처참한 조건에서 복수노조가 만들어졌는지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들 주위의 많은 동료들이 관리자들의 협박 아래, 진급과 성과급을 위해, 동료를 버리고 오직 자신만을 위해 분리된 노조로 가야 했는지를 그리고 희생자를 등지고 떠났는지를 알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 노동조합이 형식적으로 통합된다 하더라도 현장의 조합원들 서로가 어떤 부분에서 동질감을 회복하고 단결된 투쟁을 결의할 수 있을 것인가? 오히려 모든 투쟁이 더욱 힘들어 질 것이며 서로에 대한 갈등과 불신이 오히려 증폭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노동조합의 형식적 통합을 원하는 것은 누구인가?

물론 각각의 분열되어 있는 도시철도 내의 노동조합들 주체가 원해서 통합을 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도철공사와 사장의 개입이 없었다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였을 것이다.

노조 통합 이전, 복수노조 시기에는 도시철도의 어느 노동조합도 과반수의 지위를 확보하지 못하였으며 각 노동조합과 개별교섭을 진행하였다. 오히려 이러한 조건이 각 노동조합의 선명성을 확인하는 좋은 환경이 되었던 것이다. 어느 한 곳이 구조조정이나 불합리한 합의를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조합원이 한 곳으로 쏠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노동조합이 분열된 조직이 아닌 거대 통합조직을 탄생시킴에도 공사가 아무런 위기의식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통합의 투표과정에서 적극적 업무협조가 이루어 졌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이렇듯 분열을 획책하고 통합을 부정하던 어용노조가 통합에 앞장서고 통합의 환상에 사로잡힌 도철민주노조 지도부와 그 틈새를 노리는 기회주의적인 또 다른 소수의 노동조합 그리고 공사와 사장이 주도하는 노동조합의 통합은 결국 노동자의 단결과 투쟁을 위한 것이 아니라 또 다른 갈등과 분열을 내포하고 있는 노동조합의 통합이 될 뿐이며 구조조정의 도구로 이용될 것이다.

이를 통하여 이후 1기(서울메트로)-2기(서울도시철도) 지하철 공사 통합에 대해서도 예상되는 지점은 결코 장밋빛 전망을 가진 지하철 공사 통합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철저하게 서울메트로 노동자와 도시철도 노동자의 이해관계를 대립시키고 갈등과 분열을 담보하는 선에서 통합과 구조조정을 동반할 것이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의 통합은 단결의 절박한 필요에 의해서 시작된다. 투쟁 속에서 서로를 신뢰하며 통합이 되어야 한다. 지금 공공부문 노동자들에게 닥친 위기는 박근혜정권의 제2단계 공공부문 정상화로 인한 것인데, 그 내용은 전직원 성과연봉제, 저성과자 자동해고제, 임금피크제를 들 수 있다. 이것은 끊임없이 노동자끼리 싸우게 하겠다는 것이며 그의 말대로 한번 제도화 해놓으면 이제는 더 이상 자본이 신경을 안 써도 될 만큼의 노동탄압의 기틀을 제도적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통합의 시작은 바로 우리들의 코앞에 닥친 위기, 노동자의 생존권 말살을 자행하는 박근혜와 맞장 뜨는 투쟁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럴 때만이 노동자의 주체적이고 올바른 통합이 될 수 있는 것이다.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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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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