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노동자의 책> 국가보안법 침탈 규탄! 우리는 “계급, 프롤레타리아, 사회주의, 노동, 투쟁”을 옹호한다!

(2016년 8월 4일)

 

지난 2016.7.28. 07시경, 서울경찰청 보안수사4대 소속 보안수사팀이 <노동자의 책>(대표 이진영, 철도 노동자)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압수수색했다. 공안경찰은 이번 압수수색에서 107권의 책과 철도노동조합 대의원대회 자료 및 퇴출연봉제 규탄 노동조합 문서 등을 포함해서 10여 개의 문서를 임의로 압수 수색했다. 또한 고속스캐너 1대, 데스크탑 컴퓨터 1대, 스마트폰 1개, USB저장장치 1개를 압수하였다. 이진영 노동자의 책 대표는 앞으로 출석 조사를 앞두고 있다.

이번에 적용된 국가보안법은 7조 1항과 5항이었다. 7조 1항은 이진영 대표가 철도 조합원 신분으로 2013년 민영화 저지 철도 파업 당시, 노동자의 파업권을 제한하는 악법인 필수공익사업장 파업을 넘어서 전면파업을 촉구한 내용인데, 저들은 그것에 대해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이적혐의 죄목을 뒤집어 씌었다.

철도 노동자의 생존권과 파업의 권리, 사유화에 반대하는 민중의 권리가 적을 이롭게 하는 것이라면, 과연 저들 권력은 누구를, 무엇을 이롭게 하고자 하는 것인가? 노동자의 파업권과 그 권리 행사 요구가 국가변란을 획책한 범죄가 된다고 한다면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과 여타 권리 확보를 위해 권력은 얼마나 해로운 존재인가? 이것은 노동자 민중에 대한 국가권력의 범죄 아닌가?

7조 5항은 이적표현물 제작, 배포 등의 혐의인데, <노동자의 책>은 70년대부터 90년대 초까지 주로 절판된 인문사회과학 서적들을 게시하여 “비판적, 변혁적 사상을 고민하는 모든 이들이 자유롭게 소통하고 필요한 자료나 정보를 손쉽게 얻고 교환”하는 창구 역할을 수행해 왔다.

수천 명의 노동자, 학생, 시민들이 그 동안 <노동자의 책>을 통해 과거 절판된 서적들을 소지, 탐독해 왔다. 파쇼 권력은 이들 모두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할 것인가?

이번에 107권의 책자가 압수수색 됐는데, 이 책 중에는 레닌의 명저인 ‘제국주의론(백산서당)’과 러시아의 혁명적 민주주의자인 체르니셰프스키의 ‘무엇을 할 것인가?(열린 책들)’를 비롯해 ‘러시아혁명사(한울림)’, ‘변증법적 유물론(동녘)’, ‘노동의 새벽(풀빛)’, ‘노동자의 삶으로 배우는 자본론(등에)’, ‘북녘일기(산하)’, ‘통일은 됐어(지성사)’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심지어 이 중에는 막심 고리키의 ‘어머니’ 처럼 인류의 위대한 문화적 성취라 할 수 있는 고전적인 소설도 있었다.

이번 <노동자의 책> 압수수색 도서 중에는 엄혹했던 80년대와 90년대에도 합법적으로 출판, 유통되던 사회과학 서적들이 있는데, 이는 현 박근혜 파쇼 권력의 폭압적 인식이 90년대, 80년대를 역으로 거슬러 올라가 70년대 유신정권으로 회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박근혜는 아버지 박정희를 만나고 싶은 것인가?

신촌에 있는 보안수사대 분실에서 보안경찰은 압수한 데스크탑 하드디스크, USB, 스마트폰의 SD카드(본체는 제외)에서 “계급, 프롤레타리아, 사회주의, 노동, 투쟁” 등으로 검색되는 일체의 파일들을 국가보안법 위반 자료로 쓸어 담았다. 계급, 프롤레타리아, 사회주의, 노동, 투쟁… 이 모든 단어들이 저들 파쇼 권력에게는 적을 이롭게 하는, 이적표현의 불온한 단어였다.

조선일보가 한 때 전교조 위원장이 집회에서 인민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사설을 올렸다가 오보인 것이 확인되어 내린 적이 있었는데, 이 사건에서 보듯, 인민은 여전히 저들 지배계급에게는 금기의 언어였다. 그런데 저들에게는 계급 역시 금기의 언어다. 저들은 생산수단 소유 유무로 맺어지는 관계를 표현하는 과학적 용어인 계급이라는 언어를 금기시하고 대신에 계층이라는 말을 강요하였다. 계급 간 적대가 아니라 이른바 항아리 구조를 강조하며 중산층 운운하였다. 그러나 계급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며 그것으로 이적 표현물을 찾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 저들의 이율배반적이고 가증스런 행위 속에 이미 계급 적대가 노골적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계급 화해를 주장하고 계급모순을 은폐하기 위해 계층이라는 언어를 강요하지만 오늘날 노동자에 대한 자본의 적대감 표출, 민중에 대한 권력의 적의는 날로 더 깊어지고 있다. 이미 이 사회는 80대 20의 사회를 넘어 90대 10의 사회가 되었다. 부자와 자본가들은 점점 더 부유해지고 끝없이 행복해지고 풍요해지고 오만방자해지는 반면에 절대 다수 노동자 민중은 점점 더 빈곤과 실업으로 고통 받고 있고, 저들의 끝없는 행복과 오만에 깔려 한없이 불행해지고 끝없이 삶의 밑바닥으로 추락하며 자존감을 상실해 가고 있다.

심지어 프롤레타리아 역시 저들에게 금기의 언어인데, 그것 역시 부르주아 대 프롤레타리아, 즉 착취자와 피착취자로 나눠진 계급의 어원을 알려주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프롤레타리아가 금기라면 프롤레타리아를 낳은 부르주아 계급을 먼저 부정해야 할 것이다. 권력은 프롤레타리아를 부정하고 불온시함으로써 애당초 자신들을 낳은 조상인 부르주아 계급의 존재를 부정하는 불경죄를 저질렀다.

사회주의라는 단어를 불온시 하는 것은 저들 권력으로서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쏘련과 동유럽 사회주의는 인류가 성취한 최고의 진보였고, 현실 사회주의는 현실 자본주의를 위협하는 실존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사회주의는 21세기 자본주의가 썩고 기생적이고 반동적일수록 자본주의를 대신할 인류의 실질적인 전망이자 대안이다. 그런데 저들은 자본주의 대신에 정치형태인 (자유)민주주의를 선호하는데, 사회주의는 더 많은 민주주의, 인민 대중의 민주주의, 더 많은 자유와 참여, 더 많은 평등과 물질적·정신적·문화적 풍요, 더 많은 각성을 의미하기 때문에 저들의 (자유)민주주의적 관념으로도 부정해서는 안 되는 말이다. 이것이 부정된다면 저들이 말하는 (자유)민주주의는 오직 지배계급의 착취하고 수탈할 자유와 지배하고 억압할 자유, 부자들만의 민주주의, 권력을 가진 자들만의 가짜 ‘민주주의’임을 스스로 자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들 공안기관이 노동과 투쟁을 금기의 언어로 검색했다는 데에 이르러서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노동은 이 사회가 유지되고 발전하도록 하는 근본적인 힘이다. 노동을 금기시 한다면, 이 사회의 전면 작동 중단을 옹호해야 한다. 아니면 그 금기인 노동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한 놀고먹을 자유를 부여하든가. 그러나 저들은 이 사회의 작동을 일시 중지시키는 파업을 불온시하고 연일 장시간 노동, 야간노동으로, 과도 노동으로 노동자들을 내모는 자기모순에 빠져 있다. 결국 노동의 금기시는 노동 그 자체가 아니라 착취 없는 노동을 열망하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다. 이는 이 땅의 진짜 주인인 생산물의 생산자, 서비스의 생산자들을 계속 착취하고 노예화하기 위한 것이다. ‘임금노예’들이 자신들의 노예화를 자각하고 투쟁하는 것을 금기시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갑을오토텍을 비롯한 투쟁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노동자들의 투쟁을 보라! 그것은 노동자들의 해방의 선언이고 인간 존엄의 선언이다. 성주 주민들의 사드 한반도 배치 반대 투쟁을 보라! 그것은 생존의 권리이자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쟁취하기 위한 민중의 권리장전이다. 투쟁은 부정될 수 없다. 저들이 부정하면 할수록, 억압하면 할수록 점점 더 자본과 권력에 맞서는 노동자 민중의 투쟁은 거대하게 일어날 것이다.

그런데 권력과 공안당국의 금기는 단순하게 언어의 금기만이 아니다.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 행복 추구권, 평등권에 대한 난폭한 침해다. 국가보안법은 국가의 안녕, 즉 그 국가의 소유자, 지배자들인 한 줌도 안 되는 이 사회 지배계급의 안전과 번영을 위해 이 사회의 절대 다수 노동자 민중을 핍박하고 결박하는 물리적 폭력이다.

우리는 “계급, 프롤레타리아, 사회주의, 노동, 투쟁”을 옹호한다! 우리는 금기의 언어를 혁파하고자 싸우며, 금기의 언어 뒤에 도사리고 있는 폭력장치, 억압기구에 맞서 싸울 것이다.

저들의 금기를 뚫고 이번에 압수수색 대상이 된 금지된 도서, 금지된 사상을 읽자! 사회과학을 학습하자! 과학적 인식을 통해 변혁적 실천을 하자!

우리는 이렇게 요구하며 싸워 나갈 것이다.

<노동자의 책>에 대한 국가보안법 압수수색과 이후 출석 조사를 규탄한다!

철도노조는 국가보안법 탄압을 조합활동으로 인정하고 투쟁에 나서라!

이병진, 김덕용, 이석기, 김혜영 등 국가보안법 구속자들을 전원 석방하라!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구속된 노동자와 병역거부자 등 모든 양심수를 전원 석방하라!

강제추방을 앞두고 감금된 이주노동자들을 석방하라!

국정원, 경찰청 등 파쇼 공안기구를 해체하라!

희대의 악법 국가보안법을 철폐하라!

성주에 사드를 강제 배치하려는 외세(외부 세력)는 물러가라!

박근혜 파쇼 권력 물러가라!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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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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