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를 둘러싼 시급하고 근본적인 정세 인식

사진 출처: 페이스북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 주세요’

누가 사드를 지역 문제로 몰아가는가?

<[단독] 성주 군수 “사드 반대하지만 외부 시위꾼 개입 용납 안 해”

인터뷰서 강정마을식 시위 반대 문규현 신부 이끄는 ‘평통사’ 등장에 “시위를 위한 시위 단체 필요 없어” “괌 직접 가서 유해성 검증할 수도 대통령 오셔서 주민 얘기 들었으면”(김윤호 기자, 중앙일보, 2016.07.15.)>

중앙일보에서 사드배치 관련 성주군수와의 인터뷰가 나왔다. 자본언론과 외형적으로 사드 배치 반대 투쟁을 현재로서는 이끌고 있는 성주군수와의 인터뷰이기 때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성주군수는 중앙일보 기사 제목에 이미 나와 있는 것처럼 외부 시위꾼은 용납 못한다면서 이렇게 답하고 있다.

<“A :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외부 단체가 개입해 ‘콩 놔라 팥 놔라’ 하는 것은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김항곤(65) 성주군수)>

이 답변은 새누리당 군수의 답변이고, 실제 이러한 인식에 사로잡혀 있는 성주 군민들이 많겠지만, 다음과 같이 이 답변을 유도한 것은 중앙일보(김윤호 기자)다.

<“Q : 외부의 전문적인 시위꾼들이 접촉해 왔나.”>

아주 악의적인 질문이다. 중앙일보의 악의적인 질문에 지배계급의 소망이 있다. 사드를 한 지역 차원의 문제로 돌려서 철저하게 고립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사드 배치 문제는 한 지역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사드 배치 문제는 성주를 중심으로 첨예해지고 있지만, 성주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전체의 문제고, 더 나아가 최소한 동북아 차원의 문제다. 최소한이라는 것은 더 나아가서는 사실상 전 세계적 차원의 문제라는 것이다. 사드 배치의 최우선적인 이해당사자는 미제국주의이고, 두 번째가 일본 제국주의이다. 여기에 중국과 러시아, 북은 사드 배치를 선전포고 수준으로 간주하고 극렬 반발하고 있다. 따라서 새누리당 군수가 사드를 스스로 지역 내부의 문제라고 간주한다고 해서, 또 새누리당 정치라인을 통해서, 박근혜의 은전에 기대서 어찌 어찌 해결해 보려고 한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김항곤 성주군수는 한민구 국방장관을 만나 이렇게 요구했다.

<“(내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주민들이 이렇게 반발하고 있다고 보고해 달라고 했다. 즉답을 피하면서 ‘정부 정책을 금방 바꾸긴 어렵다’고 하더라. 박 대통령이 성주를 찾아 주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줬으면 한다.”>

김항곤의 저러한 소망은 단지 개인의 소망이 아니라 아직 성주 주민 상당수에게도 남아 있는 정서일 것이다. 그러나 저 소망은 과거 역사의 한 장면처럼 철저하게 배신당할 수밖에 없다.

1905년 가퐁신부와 러시아 인민들이 황제가 사는 동궁을 향해 가서 도탄에 빠진 인민의 요구를 전달하고 ‘자애로운’ 황제의 은혜를 받으려고 했다. 동궁으로 향하는 인민들은 자애로운 황제의 은혜의 세례 대신 황제가 하사한 총탄 세례를 받고 무참하게 학살당해야 했다. 무참하게 배신당한 러시아 인민들은 황제가 인민의 도살자임을 인식하고 짜르 황제 타도 투쟁에 나섰다.

성주 주민들은 이미 ‘자애로운’ 박근혜에게 철저하게 배신당했다.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마을회관에 걸려 있는 박근혜 대형 사진을 떼어 버리며 분개하고 있다. 그리고 실제 분노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삭발식을 하며 “박근혜는 물러가라!”는 요구가 자연스럽게 터져 나오고 있다. 성주군수의 위선적 작태에 분노하며 “쇼하지 마라, 새누리당을 탈당하라!”는 요구도 터져 나오고 있다. 성난 민심은 이미 황교안 국무총리에 대한 격렬한 반발과 6시간 동안 포위하는 양상으로 나타나면서 급격하게 타오르고 있다.

성주 군민들은 빠르게 각성하고 있다

짜르의 총탄으로 급격하게 깨어났던 1905년 러시아 인민들처럼, 2016년 성주 군민들은 사드 배치로 빠르게 각성하고 있다. 앞으로 점점 더 수십 년 가지고 있었던 자신들의 관념과 현실이 충돌하는 상황을 접하며 혼란을 겪고, 그 혼란 속에서 더욱 더 각성하면서 투쟁해 나갈 수밖에 없다. 현재의 형식적인 지도력인 새누리당 성주 군수 같은 자들은 위선과 거짓, 무기력으로 지도력이 금방 바닥날 수밖에 없다. 단지 박근혜가 자애롭지 않아서 폭압적이어서만은 아니다. 이 보다 더 깊은 데 이유가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러시아 인민들은 짜르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기는 했으나 정확하게 자신들이 당하는 고통과 도탄의 중심에 있는 짜르를 향해 나아가기는 했다. 그런데 이번 사드 배치는 권력 중심에 있는 박근혜가 철저하게 의기투합하기는 했지만 박근혜 차원의 문제를 훨씬 넘어서 있다.

짜르는 박근혜가 아니다. 박근혜는 짜르 밑의 제후에 불과하다. 짜르는 태평양 넘어 백악관에 있다. 미제국주의가 21세기 짜르다.

성주군민들은 끝내는 짜르가 누구인지, 왜 성주에 날벼락처럼, 아무런 통보도 없이 사드가 배치됐는지를 점점 더 이해하게 될 것이다.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이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 앞으로 점점 더 나아가게 될 것이다. 성주는 제2의 강정마을이 될 것이며, 제2의 오키나와가 될 것이다.

사드 배치에 반대하거나 박근혜를 반대하는 사람들 중에서 제기하는 성주 주민에 대한 냉소와 비아냥거림을 중단해야 한다. 성주 주민들에 대한 조롱과 비아냥거림은 처음에는 그 동안 주민들이 보였던 보수적 인식에 대한 즉자적인 감정의 표현일 수 있지만 앞으로는 이러한 인식이 사드 반대 투쟁의 최대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미 고도의 정치공작 차원에서 성주를 고립시키기 위해 신 댓글 공작 등 여론 조작이 이뤄지고 있는 것 같은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사드 배치는 주민들에게는 환경문제, 토지 가격의 문제, 농사짓는 문제 등 생존권의 문제가 우선적이겠지만, 사실 이 문제는 모든 것을 날려버리는 전쟁과 파괴 같은 재앙의 문제고 평화의 문제다.

성주가 아무리 몸부림치고, 아무리 피하려고 해도 이 대립과 갈등, 그것의 폭발로서 전쟁과 재앙의 중심에 놓이게 되었다. 그런데 이 작은 땅덩어리에서 성주가 무사하지 못하면, 바로 지척에 있는 칠곡은 무사할 것인가? 구미는? 대구는? 평택은? 원주는? 부산은? 서울은?

그 어디도 무사하지 못하고 자유롭지 못하다.

사드 배치 문제를 한 작은 지역의 문제로 몰아가려는 저들의 간교한 의도에 놀아나지 말아야 한다. 성주를 고립시키지 말아야 한다.

사드가 발사된다는 것, 그것은 이미 핵전쟁의 개시다

<‘미군 위한 사드’ 수도권 2500만 방어는 포기(한겨레, 2016-07-13)>

사드 배치 관련해서 “수도권을 방어하지 못한다”는 논리도 비록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선의로 제기됐다 하더라도, 진실이 아닐뿐더러, 저들의 이해에 궁극적으로 놀아나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이 같은 입장에 있다. 더욱이 더불어민주당은 사드 배치에 대한 반대도 찬성도 아닌 ‘전략적 모호함’으로 전략적 기회주의성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수도권을 방어하지 못한다면 여하튼 사드가 수도권 이남은 방어한다는 논리가 나와서 사드 배치를 정당화하는데 이용될 수밖에 없다. 미군을 위한 것이라는 전제가 있다 하더라도, 본질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 이 논리에 대해 저들은 수도권 이남은 성주에 배치되는 사드로, 수도권은 페트리엇트 미사일을 추가 배치해서 방어하겠다며 군비증강의 악순환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사드가 성주에 배치돼서 수도권을 방어하지 못한다면 사드 배치를 평택이나 원주 등의 지역에 올려서 배치하면 수도권 방어는 될 수 있는가?

사드는 방어라는 인식을 깨야 한다. 사드는 방어도 안전도 아니다. 단순하게 특정한 인식과 견해의 문제만이 아니라, 사드로 미사일을 방어한다는 주장 자체가 신빙성이 없다. 저고도 미사일을 방어하지 못한다는 주장은 사드가 고고도미사일이라고 한정하기 때문에  입증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경우는 군사적으로 효용성이 입증됐는가? 불시에, 이동식탄도미사일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서 예고 없이 날라 오는 수십 개, 수백 개의 탄도미사일 전체를 사드가 완벽하게 격추시킬 것인가? 전혀 실전에서 검증되지 않은 가설에 불과하다.

그러나 사드는 우선 실제적인 효용성과 상관없이 미제 군산복합체의 무기판매 이익을 충족시킨다. 사드가 성능을 검증받은 것은 고고도미사일 요격이 아니라 엑스밴드 레이더(X-Band)라고 하는 감시망정보 체계다. 이 감시망 체계로 북은 물론이고 러시아와 중국의 야구공 크기의 물체도 식별이 가능하다고 하다. 게다가 사드 배치 자체만으로 북과 중국과 러시아를 군사적, 정치적으로 고립시키고자 하는 미제국주의의 이해, 일본 제국주의의 이해가 충족된다.

글로벌리서치(Global Research) 최근 기사에서 “전쟁의 세계화: 인류에 대항하는 미국의 장기전(The Globalization of War: America’s “Long War” against Humanity)”의 저자인 미셸 초프도프스키(Michel Chossudovsky) 교수는 ‘아시아로의 귀환(pivot to Asia)’이라는 제국주의 군사 전략 속에서 미국이 촉발하고 있는 작금의 무기경쟁은 러시아, 중국, 이란과 조선 네 나라를 겨냥하고 있으며 이 나라들은 미국이 구상하고 있는 제3차 세계대전의 대상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미국이 주도하는 동남아시아의 군사화. 중국, 러시아, 조선과 이란은 펜타곤의 제3차 세계대전 시나리오의 표적 국가들이다, The US-Led Militarization of Southeast Asia. China, Russia, North Korea and Iran Are Targets in Pentagon World War III Scenarios, 2016년 7월 14일)

실제로 사드배치는 미국의 대북, 대중국, 대러시아와의 군사적, 정치적 대결 상태, 중국-러시아와 중국-일본 간의 영토분쟁이 험악해지는 상황 하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서 미제국주의의 중국에 대한 포위 전략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사드배치 공식 발표와 함께 곧바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에서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중국 소유가 아니라는 발표가 나왔다. 이는 중국을 극도로 자극하고 있다.

더불어 사드 배치는 일본 아베 정권의 평화헌법 개정과 전쟁국가로 변모하는 가운데 이뤄지고 있다. 한국의 지배권력과 독점자본은 중미 간의 관계에서 샌드위치가 되는 형국이지만, 해방 이후 한국전쟁부터 미제국주의와의 반북동맹, 한미일 동맹이 보다 더 전략적인 차원이기 때문에 사드 배치를 수용하고 있다. 사드 배치 공식 발표 이후에는 한미연합 군사훈련이 8월에 다시 대규모로 벌어진다.

사드는 이러한 일촉즉발의 전쟁 정세와 재앙의 한 가운데에 있다. 사드는 방어무기가 아니라 무기경쟁과 군사대립을 촉발시키고 핵전쟁을 촉발하는 재앙을 부르는 제국주의 전쟁무기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여기서 사드 반대 투쟁의 대전제를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 사드의 성능에 대한 논란을 넘어 사드가 방어라는 인식, 그 인식의 언저리를 넘나드는 인식 자체를 깨버려야 한다.

여기서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사드가 배치되어 그 자체로 군사감시망이 확대되고 이를 계기로 군사적 대립이 격화되는 그 자체로도 재앙이지만, 사드 배치의 궁극적인 목적, 사드가 그 성능의 논란과 상관없이 실전에서 발사되어 그 기능을 발휘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가이다.

그것은 전쟁이 발발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북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 차원에서의 제3차 세계대전으로 전면화 되거나 그것을 예고하는 정도의 군사적 대립과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이어야만 사드가 요격이라는 자신의 고유한 기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제3차 세계대전의 전면적 개시 또는 제3차 세계대전의 촉발로 가는 군사 충돌의 시작!! 이 사태는 제1, 2차 세계대전 보다 무시무시한 핵전쟁의 참화를 의미한다. 설사 전면적인 세계 대전이 아니고 국지전이라고 해도 한반도 전체가 수십, 수백만이 죽고 죽이는 전쟁의 소용돌이와 참화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사드 배치의 효율성과 성능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 그것은 평화가 아닌 전쟁을 상정하는 논의라는 것이다. 요격이니 방어니 하는 전시용어가 불필요한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전쟁과 공황의 시기, 제국주의와 파쇼 권력에 의해 대외적 전쟁과 노동자 민중에 대한 공격이라는 두 개의 전쟁으로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하는 노동자 계급은 이러한 자본과 권력의 공세에 맞서야 한다. 제국주의와 국제 정세에 대한 계급적인 인식을 해야 한다.

사드 배치를 반대하고 평화를 지켜야 한다. 방어와 안전이라는 이름으로 평화의 파괴자들, 침략자들을 분쇄해야 한다. 사드 배치가 박근혜의 무덤이 될 것이다. 사드배치는 미제의 전략적 이해라는 목표와 다르게 전략에 치명상을 입히게 될 것이다. 이것이 단지 소망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되도록 투쟁하자!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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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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