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이중구조 종식의 길1] 자본물신숭배의 시대! 자본착취는 은폐되고 노동자간 경쟁과 노동자에 대한 비열한 공격만 남았다!!

* 이 글은 노동자 독립언론 [울산함성]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www.ulham.net/opinion/2408

 

“한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모든 것을 박탈당하고 박탈하고 있는 이 무시무시한 세대에서, 나는 절대로 어떠한 불의와도 타협하지 않을 것이며 동시에 어떠한 불의도 묵과하지 않고 주목하고 시정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인간을 필요로 하는 모든 인간들이여. 그대들은 무엇부터 생각하는가? 인간의 가치를? 희망과 윤리를? 아니면 그대 금전대의 부피를?”
(어떠한 불의와도 타협하지 않고, 어떠한 불의도 묵과하지 않고 금전대의 부피와 맞서 목숨 걸고 싸웠던 전태일 열사의 피맺힌 외침이 나눔과 협조와 양보로 변질되고 있다.)   

 

윤석열 정권이 ‘노동, 교육, 연금 개혁’ 등 3대 ‘개혁’ 과제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그 중 노동개혁의 일환으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내걸고 있다. 정권은 이를 위해 지난 2월 2일 상생임금위원회를 발족시켰다.
‘노동시장(시장이라는 표현에 주목하라!) 이중구조’를 해결한다고 하는데 먼저 이 이중구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살펴보자.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노동시장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또는 대기업과 중소・하청 기업 등 이질적인 두 개의 시장으로 나뉘어 있다는 뜻이다.(에듀윌 시사상식)

대체로 이것이 ‘보편적인’ 의미로 사용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의미다. 노동시장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눠져 있고 이것이 노동자 집단 간에 임금·복지·노동조건 등에 차별을 낳고 있고 양극화와 사회불평등을 낳고 있다면 그 직접적인 원인은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자본의 노동유연화 전략이 정규직 대신 비정규직을 지속적으로 확대시켰다. 정권은 자본의 이 전략에 맞춰 파견법과 기간제법을 제정하고 정리해고법을 도입했다. 이 양대악법에 따라 오늘날 태반이 비정규직이 되었다.
그렇다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비정규직 임금·복지·노동조건 차별이 사라지고 비정규직 우선 정리해고가 사라져야 한다. 비정규직 제도의 일환인 노동악법이 철폐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비정규직 제도가 사라져야 한다.
또한 노동시장 이중구조로 기업 내부가 대기업과 중소・하청기업으로 나눠져 있는 것은 재벌(독점자본)들한테 생산과 분배, 사회 서비스의 무한 독점권한이 주어져 있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국내외 재벌은 생산에 대한 독점을 바탕으로 이 사회 부와 권리를 독점하고 이 사회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중소・하청기업은 거대 자본에 철저하게 종속되어 있다. 재벌은 심지어 골목시장까지 파고들어 소생산자들을 끊임없이 자기들끼리 경쟁하게 하고 파산하게 한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궁극적으로 독점자본을 몰수해야 한다. 자본이라는 것이 개인의 산물이 아니라 이 사회 전체 노동자들과 민중의 집단적 생산과 소비 덕분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 거대자본의 소유권은 특정 자본가들의 몫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집단적 소유자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수준의 진짜 원인진단이고 해결책이다.
그러나 이 사회는 물신숭배가 지배하는 사회다. 자연과학에 대한 지식이 엄청나게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물신숭배가 판을 치는 이유는 이 사회가 금전이 지배하고 자본이 이 사회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21세기는 자본물신시대다. 자본물신 시대는 이 자본주의 사회가 임금노예제에 바탕을 둔 사회이면서도 자본가들의 노동자 착취 현실이 공정성이라는 미명 하에 철저하게 은폐되는 사회다. 심지어 자본이라는 것이 노동자들의 집단적 노동의 산물임에도 불구하고 자본과 자본주의를 숭상하도록 만드는 사회다.
모든 생산물이 인간의 필요와 풍요와 행복, 존엄한 삶을 위해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자본의 이윤, 그것도 무한이윤과 무한탐욕을 위해 만들어진다. 심지어 인간의 노동력조차도 사고파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이 매매를 위한 노동력 시장이 버젓이 존재한다. 노동력 매매 시장은 노동자들을 21세기 임금노예로 만든다. 자본가들이 이 노동력 매매 시장에서 최대한의 이윤과 탐욕을 위해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고 정규직 비정규직 나눠서 노동자들을 분열시키고 있다. 노동유연화는 자본의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노동자들을 고용했다고 시장상황이 악화되면 헌신짝처럼 버리겠다는 것이다.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사고가 배척당하고 전도된 사고가 버젓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이 전도된 사고는 자본의 노동자 착취 속에서 나오는 비정규직 확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분열을 노·노 간의 문제로 둔갑시킨다.

객관성과 중립성을 가장한 ‘노동시장 이중구조’라는 이 말은, 그것이 지칭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즉 노동자만 보이게 하고, 누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만들었고 누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통해 이익을 챙기고 있는지는 보이지 않게 한다. 다시 말해 ‘노동시장 이중구조’라는 말은 그것의 원인이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자본은 그 말 밖으로 사라져 보이지 않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자본은 사라지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만 보이므로, 이제 문제가 있다면 그 화살은 정규직에게 향하게 된다. 비정규직이 겪는 저임금 등 부당한 대우와 차별은 정규직 탓이 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결국, 윤석열 정부가 ‘노동시장 이중구조’라는 말을 줄곧 사용하는 까닭은 정규직과 정규직 노동조합을 공격하기 위한, 즉 노동자들을 갈라치기 위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은, 실제로 그런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
한편, 정규직을 공격한다고, 그래서 정규직의 노동조건을 하락시킨다고 해서 비정규직의 노동조건이 나아질 리 없다. 달리 말하면, 윤 정부의 노동정책은 한편으로 정규직을 공격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비정규직의 부당하고 열악한 노동조건을 그대로 유지하려고 한다는 얘기다.
(이김춘택 김용균재단 회원/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사무장,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장 이중구조’란 말이 감추는 현실”, ‘[주장] 단어가 감추는 현실, 똑바로 직시해야…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묻는 데 집중하자’, 오마이뉴스, 23.01.31.)

이처럼 자주적인 노동자들은 자본과 권력이 강요하는 물신주의에 대항해 사물을 투명하게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 그러나 자본과 권력자들, 곡학아세의 그 매문(賣文)언론이 조장, 퍼트리고 이른바 어용 관제‘지식인’이라는 작자들과 노동운동의 배반자들은 반대로 물신숭배에 영합, 조장하고 있다. 심지어 이 매문언론과 어용관제 지식인들과 노동운동 배반자들은 전태일 열사의 숭고한 정신과 비타협적인 투쟁정신조차도 ‘풀빵 정신’이니 하며 나눔과 협조와 양보로 변질, 왜곡시키고 있다. 열사를 모욕하고 있다.

“한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모든 것을 박탈당하고 박탈하고 있는 이 무시무시한 세대에서, 나는 절대로 어떠한 불의와도 타협하지 않을 것이며 동시에 어떠한 불의도 묵과하지 않고 주목하고 시정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인간을 필요로 하는 모든 인간들이여. 그대들은 무엇부터 생각하는가? 인간의 가치를? 희망과 윤리를? 아니면 그대 금전대의 부피를?”

“나는 돌아가야 한다. 꼭 돌아가야 한다. 불쌍한 내 형제의 곁으로, 내 마음의 고향으로, 내 이상의 전부인 평화시장의 어린 동심 곁으로…. 조금만 더 참고 견디어라. 너희들의 곁을 떠나지 않기 위하여 나약한 나를 다 바치마.”

“그대들이 아는, 그대들의 전체의 일부인 나. 힘에 겨워 힘에 겨워 굴리다 다 못 굴린, 그리고 또 굴려야 할 덩이를 나의 나인 그대들에게 맡긴 채, 잠시 다니러 간다네. 잠시 쉬러 간다네. 어쩌면 반지의 무게와 총칼의 질타에 구애되지 않을지도 모르는, 않기를 바라는, 이 순간 이후의 세계에서, 내 생애 다 못 굴린 덩이를, 덩이를, 목적지까지 굴리려 하네. 이 순간 이후의 세계에서 또 다시 추방당한다 하더라도, 굴리는데, 굴리는데, 도울 수만 있다면, 이룰 수만 있다면….”

“다 같은 인간인데 어찌하여 빈한 자는 부한 자의 노예가 되어야 합니까? 왜 가장 청순하고 때묻지 않은 어린 소녀들이 때묻고 부한 자의 거름이 되어야 합니까? 이것이 사회의 현실입니까? 빈부의 법칙입니까?”

“한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모든 것을 박탈당하고 박탈하고 있는 이 무시무시한 세대”는 2023년에도 계속되고 있다. 전태일 열사는 이러한 세대에 맞서 어떠한 불의와도 타협하지 않고 어떠한 불의도 묵과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인간의 가치와 희망과 윤리를 옹호하며 금전대의 부피와 맞서 싸우고자 했다.
전태일 열사는 반지의 무게와 총칼의 질타에 구애되지 않고 후세대가 열사 정신을 계승하여 자본과 권력의 착취와 폭력에 맞서 싸워달라고 간절하게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전태일 열사의 어린 여공에 대한 숭고한 인간성의 발휘가 ‘풀빵 정신’으로 묘사되고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양보로 둔갑되어 자본의 이윤확대에 복무하고 있다. 전태일 열사의 어린 여공의 비참한 삶에 대한 동정과 애정은 “부한 자의 노예”, “부한 자의 거름이 되”는 “사회의 현실”, 자본주의가 강요하는 “빈부의 법칙”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참을 수 없는 분노에 기초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자리에 있는 자가 열사의 이름을 팔아 열사를 모욕하고 ‘노동운동가’라는 전력을 팔아 노동자들을 우롱하고 있다.

상생임금위원회는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주요 문제인 임금체계뿐 아니라, 노동시장 격차 해소 등 임금 관련 문제를 총괄해 다루는 사회적 논의기구다.(한석호 전태일재단 사무총장, “상생임금위원회 참여에 부쳐”, 2023.02.06, 매일노동뉴스)

한석호는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주요문제, 즉 “정규직과 비정규직, 또는 대기업과 중소・하청 기업”의 문제를, “임금체계뿐 아니라, 노동시장 격차 해소 등 임금 관련 문제” 같은 노동자 내부의 문제로 슬쩍 돌려 놓고 있다. 자본주의, 제국주의를 숭배하는 한석호에게는 자본은 건드리지 말아야 할 성역이다. 자본의 착취를 제어하고 착취사회를 철폐하려는 대신에 자본주의 착취사회, 자본의 이윤을 금단의 영역으로 삼고 대신에 노동자 내부에서 분배를 조정함으로써 ‘평등’을 모색한다고 하고 있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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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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