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총노동 대 총자본 전선 구축의 절호의 기회! ㅡ 민주노총은 윤석열 정권의 전면탄압에 맞서 결사 항전을 펼쳐야

안길성(노동운동가)

 

1. 역사의 주인공은 민중

 

현재의 정세는 변혁적 정세를 예고한다. 이러할 때 우리는 노동자계급과 민중이 변혁을 향해 나서도록 고취해야 할까? 당연히 그러하다. 지금처럼 극소수 재벌들이 경제의 명맥을 틀어쥐고 대부분의 부를 좌지우지하며, 그들 소수집단의 초과이윤을 위해 대다수 절대 민중은 비정규직과 하청부품사 노동자로, 혹은 파산 직전의 자영업자로 남을 수밖에 없는 한국사회는 더 이상 민중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다. 기존 정치권 또한 이러한 한국사회의 병폐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칠 의지와 동력을 상실하였다. 노동자계급과 민중이 직접 나설 때라야 비로소 한국사회의 뿌리 깊은 병폐를 척결하고 새로운 사회 건설을 이룰 수 있다. 그를 위해선 노동자계급과 민중의 적극적 행동을 고취시켜야만 한다. 새로운 집을 짓기 위해선 낡은 집을 허물어야 하듯이, 대중들로 하여금 새로운 세상 건설에 나설 수 있도록 그들의 용기를 북돋아 주어야 하며, 앞장서 그 길을 인도하여야 한다. 역사는 오직 다수 대중이 직접 행동으로 나설 때만 바뀔 수 있다.

다행히도 윤석열 정권은 대중들이 직접 행동에 나설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제공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이미 올해 소위 ‘3대 개혁’(노동, 국민연금, 교육)을 추진하고 그중 노동개혁을 제일 먼저 추진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윤석열 정부는 올 상반기 중에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만들어 입법화할 계획인데, 사안별로 이해관계자와 사회적 파급력이 달라 “각각 추진 시기를 달리할 방침”이라고 한다. 예컨대 근로시간 등과 관련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올 상반기 내로 만드는 걸 목표로 하고, 파견과 대체근로 등은 노사 간 입장 차가 큰 사안이라 사회적 대화를 거쳐서 방향성을 잡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윤석열 정권의 ‘노동개혁’이란 당연히 지금보다 훨씬 가혹한 착취 강화를 의미한다. 노동자들을 주 당 92시간까지 살인적 노동을 감행할 수 있도록 만드는 노동시간 유연제 도입, 비정규직을 무한정 확대하는 파견근로법 개정, 최저임금의 업종별 지역별 차등화 , 중대재해처벌법을 사용자 자율성의 제고에 맡김으로써 사실상 매일 6명씩 죽어나가는 산재왕국 대한민국의 ‘불명예’ 벗기에 대한 방기, 파업 장소를 엄격히 제한하기, 자본가의 평점에 목숨 걸게 만드는 ‘직무성과급제’ 도입 등을 의미한다.

이처럼 총체적 경제위기를 배경으로 한 윤석열 정권의 노동운동과 노동자계급에 대한 공격은 이미 지엽적이거나 개별적 차원이 아닌 제도적, 구조적성격을 띠어가고 있다. 즉 지금까지 노-자 관계의 관행 및 균형을 깨트리는 새로운 ‘판짜기’가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노동시간이나 임금형태(직무성과급제), 공기업 구조조정과 같이 노동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영역을 건드리면서 계급 전반이 얽혀 들어가는 식으로 쟁점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어떻든지 간에 윤석열 정권이 이처럼 ‘제도적 차원’에서 손을 보겠다고 나선 것은, 노동진영 입장에서 보면 그렇지 않아도 울고 싶던 참에 뺨맞는 격이다. 그동안 분산적으로 진행되어 좀처럼 힘이 집중되지 못했던 터에, 120만 민주노총 조합원과 나아가 2100만 노동자들이 모처럼 윤석열 정권에 맞서 노동탄압 저지라는 단일한 목표로 단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 온 셈이다. 또한 그동안 합법적인 틀에만 안주하면서 맥없는 투쟁으로 일관해오던 관행에서 벗어나, 이제 부터는 좀 더 과감한 전술을 구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따라서 노동진영은 이 기회를 총노동과 총자본의 대립전선 구축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현재 윤석열 정권은 노조의 회계투명성을 들먹이며 노동진영 ‘도덕성’에 먹칠하는 작업으로 여론의 우위를 점하려 하고 있다. 이 같은 수법은 과거 노무현 정권이 2005년 대기업 취업비리 사건을 일으킬 때 이미 써먹은 적이 있다. 실제 요즘 현대자동차에선 현 안현호 집행부를 배출한 현장조직인 ‘금속연대’ 모 간부가 2017년 경 자기 조직 도장과 현대차지부 인장을 도용하여 건축업자의 분양을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수억 원의 커미션을 받은 사건에 대해, 검찰이 경찰로부터 수사권을 인계받아 전면 재조사에 나섰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아마 조만간 이 사건을 터트리면서 ‘귀족노조’ 뇌물비리 사건으로 한바탕 회오리를 일으킬 것이 예상된다. 이를 통해 상반기에 터져 나올 살인적 물가인상에 대한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요구를 무력화시키고, 자신들의 소위 ‘노동개혁’을 위한 명분을 축적하려 할 것이다. 물론 ‘법대로’를 강조하는 윤석열 검찰권력은 노동자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무자비한 탄압으로 맞설 것이다.

이러한 예상되는 적들의 공세에 맞서 우리는 우선 단단한 방어선을 구축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무모하고 저돌적인 공격을 계획하는 윤석열 정권에 대해 만약 허술한 대응으로 방어선이 무너지게라도 된다면 그 다음은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윤석열 정권은 더욱 기고만장해져 더욱 깊숙한 침탈을 자행할 것이며, 치솟는 국민적 인기를 등에 업고 여세를 몰아 만약 내년 총선에서 다수의석을 차지하게 되면, 자신이 이미 공언한 대로 ‘3대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합법적 파시즘체제를 갖출 수 있게 된다. 그 때 가선 제아무리 경제위기가 진척된다고 한들 대중의 적극성을 끌어내기는 더욱 힘들어 진다. 대중은 자살이나 분신 등으로 스스로 고통을 감내할 뿐, 집단적인 행동에 나서기까지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요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사실상 금년 상반기에 예상되는 전투가 앞으로의 쌍방 간의 운명을 가름하게 될 분수령이 된다고 보아도 좋다.

 

2. 민주노총 ‘시기집중 전술’의 한계

 

노동진영은 지금까지 들어난 자신의 약점을 점검하는 일이 시급하다. 그런 면에서 2022년 하반기 투쟁을 장식했던 화물연대파업에 대한 일정한 평가가 필요하다.

지난해 공공운수노조는 11월 중순부터 12월 초까지 산하 가맹조직들의 임단협을 집중 배치함으로써 전형적인 시기집중 전술을 시도했다. 의료연대본부가 11월 10일, 지역난방안전지부는 11월 18일, 인천공항지역지부는 11월 21일, 건강보험공단고객센터지부는 11월 23일, 화물연대본부가 11월24일, 교육공무직본부는 11월 25일, 철도자회사는 11월 28~29일, 서울교통공사노조는 11월 30일, 철도노조는 12월 2일 등으로 파업 시기를 대충 11월 중순~12월 초로 맞추었다. 만약 이들 파업이 모두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그 규모는 14개 사업장 총 104,331명에 이르게 되어 상당한 파장이 예상 되었다. 하지만 결과는 화물연대총파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정부와 해당 자본의 기만적인 양보로 모두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이는 그간 민주노총이나 산하 산별‧연맹 조직들이 관행처럼 사용해 오던 ‘시기집중 전술’ 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 점에 대해 해당 공공운수노조 기획실장 이승철씨는 다음과 같은 평가를 내린다.

“이번 공공운수노조의 <국가책임-국민안전 공동파업>은 공공-운수-사회서비스 부문의 노동자가 공동으로 전선 구축을 시도하고 형성했다는 측면에서, 노조의 예년 투쟁 방식에 비해 진일보한 측면이 없지 않으나, 소위 사업장별 임단협 쟁의권을 활용한 시기집중 전술의 한계 역시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점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음. 즉 사업장 단위의 노사협상 결과에 따른 공동투쟁 이탈을 전제하고 준비하는 전술 운용이라는 한계에 더해, 특히 정부가 실질적인 사용자의 지위에 있는 공공-운수-사회서비스 부문의 경우 오히려 정부가 칼자루를 쥐고 전선의 넓이와 깊이를 조절할 수 있는 여지가 더욱 커지기 때문”* 이라는 것이다.

* 민주노총 주최 <2023년 정세와 투쟁계획 수립을 위한 신년토론회> 자료집(2023.1.5.) 인용문 중 밑줄과 굵은 글씨체 강조 표시는 인용자에 의한 것임. 민주노총이 시기집중 투쟁 전술을 구사할 경우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산별들이 민주노총 총파업을 중심으로 사업장 임단협을 배치하고, 사업장 교섭 후 바로 이탈하는 모습을 누누이 보고 있다”는 이영주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의 지적 역시 맥락이 같다. (위 자료 중에서)

지난 해 화물연대투쟁과 함께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파업 때도 소속 상급단체인 금속노조는 당시 임단협을 진행 중인 산하 지부, 지회들의 투쟁을 7월 22일 하루 동안 집중시키는 시기집중 방식의 ‘총파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 역시 약간의 상징적 의미만을 제공했을 뿐, 실제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절박한 싸움에는 별반 도움을 주지 못했다.

이처럼 화물연대투쟁과 대우조선 하청노동자투쟁은 민주노총이나 금속노조가 관성대로 과거 민주당 문재인 정권을 상대할 때와 똑 같은 방식으로 ‘시기집중 전술’에 매달린다면, 노동운동을 짓밟겠다고 마음먹고 달려드는 윤석열 정권의 침탈을 더 이상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염려스러운 점은, 민주노총이 여전히 이 같은 ‘시기집중 전술’에 집착하면서 그 기본 틀을 벗어나려는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2023.1.5. 열렸던 민주노총 주최 <2023년 정세와 투쟁계획 수립을 위한 신년 토론회>에서 민주노총이 제출한 2023년 투쟁계획을 볼 때 그 같은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이 계획서는 2월 7일 예정된 민주노총 정기대의원대회에 제출될 초안의 성격을 갖는다.

사업계획의 전반부는 정세분석에 할해되었는데 그 기조는 세계경제와 한국경제의 위기에 맞추어져 있다. 예컨대 한국경제의 불안정성과 관련하여 무역적자 확대, 부동산 침체와 제조업 경기 하락, 가계부채와 기업부채의 확대, 고용한파와 공공요금 인상 등을 언급한다. 하지만 막상 투쟁계획을 논할 때는 이 같은 ‘경제위기’ 기조와 상관없이 매년 반복되는 의제의 나열뿐이다. (아래 내용 참조)

[2023년 민주노총 사업계획]

▪ 3월 투쟁선포대회⟶5월 총궐기⟶5~6월 최저임금 국민임투⟶7월 총파업⟶하반기로 이어지는 노동계급의 대투쟁으로 반윤석열투쟁을 전면화⟶2024년 총선투쟁

1~3
▴[1월] 노동탄압분쇄-개악저지 태세,전선구축

▴[1.17(가)] 전국단위노조대표자회의

[1~2] 민주주의·노동·민생 시국회의 개최, [3] 범국민 연대체 추진

▴[2~3월] 가맹산하조직,단위사업장 총궐기·총파업 의결투쟁

▴[3.29(가)] 민주노총 1차 중앙위원회

4 생명안전 투쟁
▴[4월] 각계각층 100인 원탁모임, 시국토론회

윤석열1년 각계각층 진단

▴[4월] 임시대의원대회, 정치방침·총선방침 결정

▴[4말5초] 임금·일자리 등 대국민여론조사

5~6

▴[5월] 민주노총 최저임금 요구안 발표

최저임금사업장 대표자회의 개최

▴[6월] 최저임금 전국 순회투쟁

최저임금결의대회, 최저임금 대중(서명?)운동

▴전국100만 유인물 배포운동

▴노조할 권리 광고

7

▴[7.22] 평화대회

8 8.15전국노동자대회
▴[8월] 노동자통일선봉대

[9] 민주노총 2차 중앙위원회

▴정기국회 대응

 

9~11

▴[10월] 청년노동자대회

▴[9~10월] 산별투쟁

▴[11~12월] 국회대응투쟁

위 토론회 발표자로 참여한 이영주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의 이 같은 사업계획에 대한 평가는 우리가 새겨 볼 만하다.

우선 총파업 시기가 7월인 것에 대해 그녀는 “2023년 연초부터 공격적 공세가 진행될 것이라 예상하면서, 2023년 7월에 2주간 생산과 물류를 멈추는 것으로 사업계획을 잡는 것은 부자연스럽다.”고 비판하였다. 필자가 보기에도 대부분의 사업장이 상반기 투쟁을 마무리하면서 여름휴가를 앞둔 시점인 7월 중 ’총파업’을 계획하는 것은 그야말로 보여주기 식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이영주 동지는 이 같은 투쟁전술이 기존 임단협 전술의 연장일 뿐, 그것과는 전혀 성격이 다른 윤석열 정권의 전면 탄압에 맞선 투쟁과 거리가 멀다는 점 역시 지적한다. 즉 “사업장별 임단협 쟁의권을 활용한 시기집중 전술은 각 사업장의 노사협상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술이지, 대정권 전선을 만들고 유지하지는 못하기에 현 정세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탄압저지 보다는 “일상적인 민주노총의 산별과 사업장의 임단투로 마감될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짓는다.

이렇게 볼 때 민주노총의 2023년 사업계획은 그 초점이 윤석열 정권의 노동탄압 저지보다는 하반기 총선준비에 놓여 있다는 평가가 나올 만도 하다. 즉 ‘4월 정치방침/총선방침 결정 ⟶ 7월 산별 시기집중 총파업 ⟶ 하반기 총선준비’를 위한 일정으로 보여 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럴 경우 “내년 총선에서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만들어 내려면, 역설적으로 2023년 봄,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은 총파업이어야 한다.” 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상, 인용문들은 위 토론회 자료 중 이영주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의 발제)

이상의 민주노총 2023년 사업계획에 따를 경우 자칫 윤석열 정권의 노동탄압도 저지 못하고, 내년 총선에서도 실패하는 두 마리 토끼 모두 놓치는 결과를 낳기 쉽다.

 

3. 합법주의 관성에 빠진 민주노총 지도부

 

지난해 대우조선 하청노동자파업과 화물연대투쟁에서 드러났듯이, 민주노총을 총지도부로 삼는 한국의 노동운동 진영은 그 대오가 전반적으로 허술하기 짝이 없다. 무엇보다도 민주노총 지도부가 합법주의 틀에서 조금도 벗어나려하지 않고 구속을 두려워하기에, 주변으로부터 진정한 투쟁의지가 결여 되어 있다고 인식되고 있는 점이 문제다.

그간 민주노총과 그 산하조직들이 보여준 전술을 보면 대부분 시기집중, 시한부 총파업, 국회청원, 서명운동, 단식농성 등 합법적 틀을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그간 민주노총의 맥없는 투쟁을 질타하는 목소리들이 하나 둘씩 쌓여가고 있다. 우리는 이것들을 곰곰이 새겨 볼 필요가 있다.

“단식농성과 서명운동, ILO 제소로 이룰 수 있는 게 뭐가 있나? 노동운동이 총력을 집중했다고 하는 중대기업처벌법 제정도 누더기가 되다 못해 있으나 마나한 법이 되었다. 총연맹은 언제부터인가 국회 앞에서 농성하거나 단식하는 등 지도부들이 희생하는 투쟁을 해왔는데, 이미 관성이 되었다. …지금 총연맹과 산별노조 연맹들의 지도력은 땅에 떨어져 있다. 비조합원은 말할 것도 없고 조합원들조차 상급 조직이 뭐하는 곳인지 관심이 없다. 탁상위의 투쟁계획, 상급만의 결의는 또다시 4 시간이나 하루 시한부 파업이나 만들어낼 것이다. 정권도, 자본도 전혀 겁을 내지 않는 계획, 생산에 전혀 차질을 주지 않는 종이호랑이 파업계획이다. 진짜 투쟁을 만들어 내려면 제대로 된 상징투쟁으로 깃발을 세워라. 그런 다음 현장을 조직하며 단위노조 대표들의 결의를 만들어라. 당장 싸울 수밖에 없는 노조들을 중심으로 투쟁의 주력을 확고히 세운 뒤에 동력을 더하라”. (일명 ‘철의노동자’, “민주노총 조합원의 마지막 발언”, 00텔방에 게재된 글,)

민주노총이 지난 해 하반기 역점을 두고 조직했던 노조법 2,3조 개정 투쟁에 참여했던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파업투쟁 지도자인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노조 지회장은 ‘오체투지’에 나서면서 이렇게 절규하였다.

“저는 노조법 2,3조 개정을 위해,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스스로 반성하는 마음으로 다음 투쟁을 준비할 것입니다. 국회 본관 앞에서 국회의원들에게 힘없이 읍소하듯 부탁하는 태도로는 우리는 조금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합니다. 밥을 굶는다고 땅바닥에 몸을 누인다고 세상은 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어차피 내가 못 먹을 밥이면 침이라도 뱉는 배짱이 필요합니다. 구걸하지 맙시다. 이미 기대는 사라졌습니다. 밥풀이라도 어디하나 떨어질까 기대하지 맙시다. 이미 기대도 사라졌습니다. 제가 본 중앙은 이미 중심을 잃었습니다. 눈에 핏발선 분노와 저항은 보이지 않습니다. …

다시는 이런 신파 같은 투쟁을 하지 않겠다는 결별의 마음으로, 부끄러워할 줄 아는 동지들과 함께 제대로 된 한걸음을 나아가기 위해 비정규직 이제 그만 동지들과 함께 오체투지에 동참합니다.” (김형수, “세상에 비정규직노동자들이 넘쳐 납니다.”, 2022.12.26.)

민주노총의 나약한 모습에 대한 비판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최근 여의도 증권가엔 구조조정의 광풍이 불고 있는데, 골든브릿지증권 노동자들은 다행히 500일을 훨씬 넘는 파업을 승리로 마무리하고 회사와의 교섭을 타결 한 뒤 일터로 돌아갔다. 그런데 뜻밖에도 투쟁을 지원한 사파기금(‘사회적 파업투쟁기금’의 약칭)과 함께한 파업평가 토론회 자리에서, 파업에 아주 열성적으로 참여했던 한 조합원은 다음과 같은 충격적인 말을 했다.

“민주노총 산하 사업장으로서, 나는 우리가 파업을 시작하면 민주노총이 파업의 지도부가 될 줄 알았다. 그리고 민주노총에 파업 매뉴얼 정도는 준비돼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아무 것도 없었다. 그들은 그냥 연대세력중 하나였다 우리가 매달 낸 조합비는 어디서 무슨 역할을 하고 있는가” (사파기금 대표 권영숙, 00텔방에 게재한 글에서)

민주노총이 ‘파업 지도부’가 아닌 그냥 ‘연대세력’ 중의 하나라니, 너무도 핵심을 찌르는 말이 아닌가!! 민주노총 지도부는 지금처럼 몸을 사려서는 절대 앞으로 닥칠 윤석열 정권의 노동탄압의 광풍을 막지 못한다. 그렇게 되면 민주노총 지도부가 내심 염두에 둔 내년 총선에서의 ‘정치세력화’ 계획 또한 그냥 그림의 떡에 불과하게 된다. 그렇다면 민주노총은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4. 한상균 지도부의 ‘지속적 투쟁배치’ 전술에서 배우자!

 

2015년 한상균 지도부가 채택했던 소위 ‘지속적 투쟁 배치’ 전술은 우리가 한 번 진지하게 연구해볼 만 한 가치가 있다. 어떻든 간에 한상균 지도부는 박근혜 정권 퇴진을 불러온 촛불항쟁을 일으키는데 있어 지대한 공헌을 하였기 때문이다.

당시 한상균 지도부의 ‘지속적 투쟁 배치’ 전술은 내외적으로 매우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 주었다. 예컨대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가 가능했던 것도 지속적인 투쟁의 배치를 통해 만들어진 투쟁에 대한 상호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이영주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

‘지속적 투쟁배치를 통해 내외적으로 주는 메시지’, 이것이야말로 2015년 당시 한상균 집행부가 채택한 전술의 핵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민주노총처럼 ‘총연맹’ 형식으로 산하 산별/연맹 조직에 대한 지배력이 느슨할 때 이 같은 방식은 상당히 유효할 수 있다. 당시 정권에 대한 광범위한 대중적 불만이 축적되고 있는 정세와 결합할 경우, 이처럼 과감하고 파상적인 공격은 민주노총을 사회적으로 고립시키기 보다는 오히려 대중의 불만을 폭발시키는 ‘선봉대’ 역할을 하도록 만들어 준다. 지금은 ‘살인적 고물가’가 말해 주듯 2015년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세계자본주의와 한국자본주의가 경제위기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2015년 박근혜 정권의 대대적인 노동탄압에 맞선 한상균 지도부가 채택했던 ‘지속적 투쟁배치’ 전술은 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을까? 그 유효성은 다음 몇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무엇보다 민주노총 지도부의 분명하고 흔들림 없는 투쟁의지를 보여줄 수 있었다는 점이다.

‘직무성과급제 도입’을 앞세운 박근혜 정권의 파상적 전면 탄압에 맞서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선언했을 때, 그 당시에도 ‘뻥’ 파업이 잦았던 탓에 처음에는 지도부가 정말 끝까지 투쟁을 할 결심이 있는지에 대해 산하 가맹 조직이나 현장에서는 의심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예컨대 “정말 할 수 있느냐?” “구속을 각오할 수 있느냐?” 등의 질문이 현장에서 많이 나왔다고 한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지도부는 총연맹 차원에서 손배, 고소, 고발당한 조합원들에 대한 지원기금 ‘100억원 모금을 결의함으로써 그 의지를 명확히 보여주었다. 이와 함께 일관성 있는 투쟁을 지속적으로 배치하였는데, 이를 통해서 차츰 대내외에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성공했다. 예컨대 ▲4.18 민주노총 총파업 출정식 ▲4.24 선제 총파업 돌입 ▲지속적인 파상 파업 진행 ▲5월1일 노동절 투쟁 ▲6월 장그래 대행진* ▲7.15 총파업 투쟁 ▲8.28 집중행동/1만 선봉대투쟁 ▲9.23 총파업 투쟁 등 상반기 내내 각종 투쟁이 꼬리를 물고 이루어 졌다. 이 같은 연속적인 투쟁 배치를 통해 방어적인 ‘저지투쟁’에서 공세적인 ‘쟁취투쟁’으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으며, 이를 기반으로 하반기에는 ▲11.14 민중총궐기 ▲12.16 총파업 투쟁으로 한 단계 승화시킬 수 있었다.

* ‘장그래 대행진’은 민주노총이 2015년 주최한 ‘최저임금 1만 원, 월 2백9만 원!’, ‘모든 노동자에게 생활임금 지급과 근로기준법 적용을!’, ‘장그래에게 노동조합을!’, ‘차별 없는 노동과 비정규직 없는 사회를!’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전국을 순회하며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연대하고 캠페인을 벌인 행사를 일컫는다.

이 같은 ‘지속적인 투쟁배치’ 전술은 적들에게는 민주노총의 단호한 투쟁의지를 보여줌으로써 더 이상 함부로 침탈을 못하도록 경고함과 함께, 내부적으로는 조합원들로 하여금 지도부가 단순히 ‘뻥파업’이나 ‘보여주기 식’이 아닌 진정으로 결사투쟁 의지를 갖고 있다는 생각을 갖도록 했다. 그리하여 일단 이 같은 신뢰가 형성되자, 그렇지 않아도 정권의 노동탄압으로 인한 위기의식과 생활고에 대한 불만이 가득 쌓여 있던 차에, 현장 단위 역시도 완강한 투쟁을 벌이게 되었으며, 지도부가 배치하는 투쟁 계획을 신뢰하면서 총파업 또한 강력한 탄력을 받게 되었다.

둘째, 민주노총 전체 체계의 본격 가동을 위한 준비시간을 제공했다는 점이다.

이는 일종의 ‘투쟁하면서 준비를 갖춘다’는 원리를 구현한 것이다. 로자 룩셈부르크는 <대중파업론>에서 “전체 프롤레타리아트가 아직 강력한 조직과 충분한 재정적 자원을 갖고 있지 않다면, 그들은 총파업을 벌일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이 이미 충분히 잘 조직되어 있을 때에는 총파업이 필요 없다”라고 말했는데, 이는 총파업을 결정할 때 노동자들이 겪는 일종의 딜레마라 할 수 있다.

민주노총은 당시 이미 63만여 명의 조합원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한국노총과는 양대 산맥을 형성하였다. 그러나 10여개가 넘는 산하 연맹과 산별조직이 각자 자기 이해를 지니고 있고, 또한 전체는 협의적 관계로 묶여 있어 다소 느슨한 조직형태를 취하였다. 이처럼 다양한 이해관계로 얽힌 조직들을 하나의 단일한 목표를 향해 일사불란하게 가동시키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설령 정권의 ‘전면적 노동탄압’이라는 절대 절명의 위기에 처한 상황 속에서라도, 실제 전 조직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일정한 예열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선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하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상균 지도부가 지속적이고 일관된 투쟁배치 전술을 사용함으로써, 이 거대 협의체 조직이 본격 가동할 수 있는 조건을 조금씩 갖출 수 있게 되었다. 예컨대 당시 민주노총은 처음 1~2월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총파업을 결의 한 후 ‘사업장대표자 결의대회’를 열고 ‘주체형성’에 주력했다. 3~4월 초까지 조합원 교육과 총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하여 본격적인 총파업 조직화에 착수하였다. 이후 4월 하순 선제적인 ‘4.24 총파업’을 감행함으로써 말만이 아닌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었으며, 이 분위기를 5월 1일 노동절투쟁 때까지 이어지도록 하였다.

곧이어 5~6월 최저임금제 협상 시기엔 ‘정액 1만원 목표’ 쟁취를 제시하고 최저임금 미만 사업장을 별도로 조직하여 이들을 투쟁 주체로 내세웠다. 다시 말해서 ‘최저임금제 협상’ 이라는 노동계 전체의 이슈를 박근혜 정권의 노동탄압에 맞선 저지투쟁과 결합함으로써, 총파업을 위한 투쟁대오를 더 한층 강화하였던 것이다.

돌이켜 보면, 이 같은 민주노총을 가동하는 방식은 1996-97년 노개투 총파업을 성공시킬 때도 비슷하였다. 당시에도 거의 1년여에 걸친 준비과정과 예열이 필요하였는데, 일단 이렇게 해서 가동되기 시작한 민주노총은 웬만한 정권의 탄압에 굴하지 않는 거대한 투쟁체로 바뀌었다. 그리하여 김영삼 정권에 대한 일격을 가함으로써 기고만장한 그를 굴복하도록 만들었다.

한상균 지도부는 계속해서 상반기 성과를 기반으로 하반기에는 9월 총파업을 배치함으로써 박근혜 정권의 노동탄압에 맞선 투쟁 대오가 흔들리지 않게끔 하였다. 마침내 이 같은 분위기를 11.14 민중대회를 계기로 전체 민중과의 연대투쟁으로 한 단계 승화 발전시킴으로써, 이후 박근혜 퇴진으로 이어지는 촛불항쟁을 가능토록 하였으며, 그 같은 분위기 속에서 12.16에 다시 한 번 총파업을 결행함으로써 박근혜 정권에 결정타를 가하였다.

이처럼 2015년 한상균 지도부의 당시 일관된 투쟁계획에 비추어 볼 때, 지금의 민주노총 집행부가 수립한 2023년 투쟁계획은 매우 허술하고 일관성을 결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형식적 ‘행사박기’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준다. 겉으로만 무언가 열심히 하고 있는 느낌을 줄뿐 진정한 투쟁의지를 엿볼 수 없다. 심지어는 윤석열 정권과 정면충돌을 교묘하게 회피하려는 기회주의적 분위기까지 느끼게 한다.

셋째, ‘계획으로서의 전술’을 구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찌 보면 이 개념이야말로 한상균 지도부 전술 전체를 총괄하는 것일 수 있다. 이에 대해 이영주 동지 본인의 말을 들어보자.

“한상균 ‘지속적 투쟁배치’ 전술 관련하여 핵심은 2015년 2월 정기대의원대회에 2017년까지의 3년간의 사업계획 흐름을 제출하였다는 겁니다. 2015년 계획도 11월 민중총궐기까지의 사업계획이 상세히 제출되어 있었구요. 한상균 위원장이 구속된다면, 그건 민중총궐기로 정점을 찍은 이후여야 하고, 투쟁 후 박근혜 정권의 탄압에 무너지지 않으려면 집행부는 무조건 3년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상식”이라는 것이다.(이영주, 2023.1.12.)

이러한 ‘계획된 전술’은 앞서 소개한 ‘지속적 투쟁 배치’가 아무렇게나 투쟁을 나열하는 식이 아니라, 처음부터 치밀하게 준비된 ‘작전계획’ 이었음을 말해준다. 여기서 우리는 처음 박근혜 정권의 노동탄압 분쇄에서 후반부 ‘정권퇴진’에 이르기까지 지도부의 일관된 투쟁의지가 깃들여 있음을 재삼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한상균 지도부의 전술을 ‘지속적 투쟁 배치’ 전술로 부르고 싶은 이유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이다. 첫째, ‘계획으로서의 전술’이라고 할 경우, 앞서 보았듯이 현 민주노총 지도부의 ‘사업계획서’도 나름의 ‘계획’을 제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 ‘계획’ 간의 차별성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둘째, 이들 계획의 성격을 구분 짓는데 있어 지도부의 진정한 ‘투쟁의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지금 시기 이 점은 특별히 강조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5. 특별히 금속노조에 대한 당부

 

금속노조는 민주노총을 떠받치는 가장 핵심 부대이기에 다른 산하 조직보다 특별한 역할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금속노조 역시 지금 갖고 있는 문제는 큰 틀에서 보자면 현 민주노총 지도부와 그 성격이 비슷하다. 금속노조는 비록 산별조직의 형식을 지니면서도 실제로는 산별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데, 산하 조직의 투쟁지도에 있어서도 민주노총과 마찬가지로 ‘시기 집중’ 정도의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해 여름 대우조선 하청지회 투쟁 때 금속노조가 보여준 것은, 전투를 실제 책임지는 지휘부가 아니라 ‘연대조직’ 수준을 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따라서 금속노조는 이러한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며, 지금 정국에서 특별히 다음 몇 가지 사항에 주의를 요한다.

첫째, 상징성을 가질 수 있는 단사투쟁과 긴밀히 결합함으로써 밑으로부터의 동력을 흡수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이곳저곳 산발적 투쟁을 전개하는 것보다는, 한 군데 중요 지점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방식이다. 지난 2020-21년 한국게이트 투쟁은 그를 위한 좋은 기회였지만 금속노조는 그것을 놓쳤다. 올해엔 아마도 한국와이퍼 투쟁이 그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209명 조합원들은 이미 직장폐쇄를 한 덴소자본에 맞서서 끝까지 싸울 결심을 했다. 이 투쟁의 승리를 위해선 금속노조가 주변의 역량을 총동원해야만 한다.

한국와이퍼 투쟁이 승리하기 위한 필수조건은 다름 아닌 원청 현대자동차 재벌을 직접 움직일 수 있는 현대차지부의 적극적인 지원이다. 한국와이퍼 투쟁은 모기업인 덴소가 외자기업(일본계)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복잡성이 더 해진다. 덴소는 의도적으로 노조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먼저 한국와이퍼의 이윤을 외부로 빼돌려 경영을 부실화 시켰다. 그 후 그것을 빌미로 한국와이퍼 청산절차를 밟고 현대차 1차 벤더인 ‘DY오토’로 공급선을 옮기려는 책략을 펼치고 있다. 이 같은 경영부실을 이유로 한 청산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거기에 한국 정부의 외국자본에 대한 저자세는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고용노동부는 노동조합이 기업과 의견을 조율해서 내부적으로 합의를 하면 된다는 태도다. 그렇다고 해서 금속노조가 외자기업인 모기업 덴소를 상대로 직접 실력행사를 하는 것 역시도 지금의 금속노조 실력에 비추어 볼 때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한계가 명확한 국회 앞 단식농성과 같이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해 왔다.

이럴 때 만약 덴소의 납품회사(원청)인 현대차그룹이 나서만 준다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될 수 있다. 최윤미 한국와이퍼분회 분회장과 이규선 금속노조 경기지부 지부장이 작년 12월 국회 앞에서 단식 중일 때 덴소측 관계자가 찾아와 3가지 사항을 요구했다. ▲현대차를 상대로 투쟁하지 말 것 ▲언론에 알리지 말 것 ▲단식 중지가 그것이다. 이점만 보더라도 완성사인 현대차의 덴소에 대한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하지만 현대차재벌은 덴소와 ‘노조파괴’에 있어 사실상 공범 관계에 있다. 따라서 현대차지부가 움직여 주어야만 하는데, 현재의 안현호 집행부는 겉으로만 연대를 표시할 뿐 좀처럼 적극 나설 기미는 안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상부조직인 금속노조가 현대차지부의 개입을 촉구하는 다방면의 압박을 가해야 한다.

이와 함께 현대차 내 다른 현장 제조직들이 ‘공동대책위’를 꾸리고 연대투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집행부를 견인하는 일이 필요하다. 올 하반기 집행부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현 집행부의 독주에 대한 견제심리를 활용해 현장 제조직들로 하여금 이 같은 비판적 행동에 적극 참여토록 해야 한다.

둘째, 윤석열 정부의 노동탄압에 맞선 총노동 대 총자본의 계급 전선을 구축함에 있어, 금속노조는 대공장 전략사업장의 동참에 각별한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지난 대우조선 하청지회 투쟁 때도 목격하였듯이, 금속노조의 총파업 일정을 앞두고 현대차 지부가 사측과 임금협상을 갑작스럽게 타결 짓는 바람에 총파업에 큰 구멍이 뚫렸다. 아래 금속노조 회의록 자료는 이 점을 지적하고 있다.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투쟁이 전 사회적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었고 정부의 공권력 투입 협박으로 긴박한 국면이 전개되고 있던 7월 17-18일, 현대차지부는 임단협 잠정합의안 조합원투표를 진행했다. 쟁의권을 확보한 현대차지부가 일시적으로라도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미루고 대우조선하청 파업 투쟁을 엄호했어야 했다.”*

* “금속노조 거통고조선하청지회 51일 파업투쟁 평가(안)”, 금속노조 제33차 회의자료(2022.12.13.), p118. 인용문 중 굵은 글씨체 강조는 인용자에 의한 것임.

이 같은 이적행위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현대차지부와 사측이 타결한 2022년 임금교섭 합의안에 대해 금속노조는 ‘불승인’ 판정을 내렸다. 이는 관례상 매우 드문 일로 금속노조 지도부의 분노가 어느 정도 였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과거 96-97 노동법개정투쟁에서 투쟁대열의 선두를 지켜온 현대차나 현대중공업과 같은 대기업 노조들이 요즘 들어 투쟁 대오에서 슬금슬금 이탈하는 현상이 빈번히 벌어지고 있다. 이런 행위를 계속해서 방치할 경우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그 위력이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으며, 한국 노동운동의 전망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

이들 대공장 기업지부들의 경우 대부분 개량주의적인 현장정파 세력에 의해 집행부가 장악되어 있어, 비정규직 문제나 하청부품사 문제에 별반 관심을 갖지 않은 채 자신 사업장 문제에만 매몰되어 있는 것이 큰 문제다. 따라서 노동진영 전체의 압력을 형성함으로써 이들이 총노동 대 총자본 전선에 적극 동참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결국 총전선이 무너지게 되면 윤석열 정권의 노동개혁이 ‘연공제’ 임금형태를 폐지하고 ‘직무성과급제’ 도입을 추진하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그 다음은 바로 자신들이 타켓임을 깨닫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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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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