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반대 투쟁! “우리 지역은 안 돼!”가 아니라 “제국주의 전쟁책동 반대, 사드에 대한 원천적인 반대 투쟁”으로(민주노총 원주지역지부 사무국장 정인탁)

민주노총 원주지역지부 사무국장 정인탁

주한미군의 사드 한반도 배치로 인한 국내정세와 동북아시아지역의 정세가 요동을 치고 있다.

지난 2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 연설에서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 논의는 강력한 대북 억제력 유지 조치의 일환”이라고 주장하였다. 이어서 2월 18일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한국 국방부와 주한미군사령부 간 (사드 배치 관련)공동 실무단을 운영하도록 돼 있고 그런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그에 따라 사드 한반도 배치 문제가 국내 뿐 아니라 국제적인 쟁점으로 부상하였다.

특히 사드 배치 유력 지역으로 거론되고 있는 평택, 대구, 원주, 군산 등의 지역 여론은 요동을 치고 있다. 배치 유력 지역에서는 “사드 한반도 배치 자체에 대한 반대” 입장으로부터 “사드는 찬성, 그러나 우리 지역은 안 돼!”라고 주장하는 진영까지 매우 다양한 입장들이 최소한의 합의를 기초로 해서 공동 활동을 모색하고 있다.

우선 사드 배치 유력 지역의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움직임을 살펴보자.

새누리당 소속 원주시 국회의원 이강후는 “사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의 위협을 가장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수단”이지만 “일부 언론이 거론한 (원주의) 캠프롱 부지는 인구 밀집지역에 위치하고 있고 사드 배치에 필요한 기본조건과 면적을 충족시킬 수 없다는 점에서는 원주는 사드 배치의 최적지가 아니다”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새누리당 소속 정치인들의 주장은 크게 다르지 않다. 사드 자체는 찬성할 뿐만 아니라 이 국면을 이용하여 적극적으로 홍보하면서 박근혜에 대한 충성을 과시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지역 여론의 역풍을 눈치 보면서 자신들의 지역이 “최적지가 아니다”라는 결론을 이끌어 내기 위해 온갖 논리를 갖다 붙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원주시장 원창묵은 2월 22일 기자회견을 통하여 “그동안 원주는 군사시설로 인해 도시발전에 제약을 받아왔으며, 현재도 군 항공소음으로 고통 받고 있고 그 동안 도시개발에 제한을 받아 시민의 재산권도 보호 받지 못했다.”면서 “2010년부터 숱한 노력을 들여 준비해 이제 미국과 중국의 투자단이 줄이어 방문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드 원주배치가 거론되는 것은 10조원 규모의 외자유치를 통한 글로벌테마파크 조성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라며 사드 원주 배치를 “온몸 던져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전반적 논조는 사드 자체에 대해서는 근본적 찬·반 여부를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새누리당과 차이가 있을 뿐, 결국 “우리 지역은 안 된다.” 논리를 만드는 것에는 새누리당과 다를 바가 없다.

이들은 “일단 내 지역은 안 돼”라는 공통의 주장을 펴면서 내심으로는 다가올 총선에서 사드 배치 문제가 자신들의 당에 불똥이 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각 지역의 사회운동단체들에서도 사드 배치에 대하여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공동의 대책 기구 구성 등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공동대책기구의 구성을 통하여 광범위하게 사드 반대 운동을 조직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과정에서 투쟁의 방향에 대한 논쟁점이 형성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것은 “사드에 대한 원천적인 반대”를 지향할 것인가 아니면 “우선 우리 지역의 배치 반대”를 중심 과제로 설정할 것인가이다.

두 방향은 결국 “누구와 함께 할 것인가?”에 대한 판단에서도 상이함을 보이게 된다. 전자의 경우 사드의 원천적인 반대를 중심으로 현 동북아시아의 군사적 긴장을 조장하는 미국 중심의 패권주의 반대, 박근혜 정권에 대한 반대의 입장을 가진 진영이 함께 하게 된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 박근혜-새누리당에 대한 지지자뿐만 아니라 “사드는 찬성, 그러나 우리 지역은 반대”를 주장하는 우익진영까지도 공동 활동의 범위로 보고 있다.

사드, 미국의 동북아 재편, 즉 미국의 패권 장악을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

사실 사드 한반도 배치 문제는 갑자기 튀어 나온 문제가 아니다. 지난 2015년 5월경에도 정세의 핵심 쟁점이 된 바 있다. 당시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의 피습사건을 빌미로 사드 한반도 배치 논의가 급부상하였다. 이와 관련해서는 노동자정치신문 111호(통합123호) “사드, 제국주의 전쟁을 위한 군사공격체계(2015.5.12.)”에서 매우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이 기사에서는 사드를 “미국의 동북아 재편, 즉 미국의 패권 장악을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사드는 리퍼트의 피습이나 북의 핵 시험 등 몇몇의 사건이 계기가 되긴 했지만 근본적으로는 미국의 동북아시아 패권 장악, 한-미-일 제국주의 군사동맹 강화라는 목표 속에서 장기간에 걸쳐 이미 추진되어 왔고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것이다.

우리 지역은 안 돼!”가 아니라 제국주의 전쟁책동 반대, 사드에 대한 원천적인 반대 투쟁으로

우리가 “일단 우리 지역은 안 돼!”를 기본입장으로 사드 배치 반대 투쟁에 접근하는 것은 비록 그것이 당장은 보다 많은 세력들을 결집시킬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그 실천은 매우 협소해 질 수밖에 없다. 최근 벌어진 미-중 간의 대북제재 방안 합의 이후 변화되고 있는 사드배치 반대운동의 흐름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국 백악관은 24일(현지시간) “미국과 중국이 대북제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합의했다.”고 발표를 했다. 그와 동시에 사드 한반도 배치에 대한 미국과 한국정부의 발언 수위도 처음과는 상당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이는 사드 한반도 배치에 강하게 반발했던 중국과, 북에 대한 제재조치에 중국을 끌어들이려 했던 미국 간에 모종의 교감이 있었음을 시사한다.

대북전문가들은 “사드 한반도 배치 카드가 중국을 사실상 움직였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물론 현재 혼란스러운 동북아시아 정세에서 이러한 언론의 일방적인 보도는 매우 비판적으로 봐야 할 것이다. 우리는 현재 우리로서는 확인할 수 없는 북-미간 ‘평화협정’ 관련 내용, 미-중 간에 이루어지고 있는 북-미 평화협정에 대한 내용 등 전반적인 정세를 면밀히 검토해 봐야 할 것이다.

어쨌든 이러한 미-중간의 합의 분위기로 인하여 사드 한반도 배치 관련 정세가 또다시 요동을 치고 있고 지금까지 사드배치 반대운동을 전개하던 진영에서도 발 빠르게 움직이던 기존과는 다르게 “상황을 좀 더 지켜보자”는 의견이 제출되고 있다. 이러한 실천의 방향은 사드 자체의 찬반 여부를 떠나서 “일단 우리 지역은 안 돼!”를 기본입장으로 출발한 운동이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한계이다.

우리에게 사드에 대한 광범위한 반대운동을 조직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그러나 그러한 반대를 조직하기 위하여 우리는 우리의 투쟁 구호를 “사드 자체에 대한 찬·반 여부를 불문하고 우선 우리 지역은 안 돼!”로 낮출 것이 아니라 사드를 비롯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긴장고조, 긴장고조의 근본적 원인, 계속되고 있는 전쟁책동의 진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대한 대중적인 정치선동이 진행되어야 한다.

특히 사드 배치 유력 지역으로 꼽히고 있는 지역 주민들은 사드에 대하여 매우 관심이 높아져 있다. 상당수의 지역주민들은 “우리 지역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사드 배치를 반대하고 있다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또 상당수의 주민들은 현재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의 전쟁위기 자체에 대하여 불안과 불만, 그리고 미제국주의에 대한 막연한 수준에서의 저항의식을 가진 주민들도 매우 많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들을 사드반대, 제국주의 전쟁책동 반대로 결집시키고, “우리 지역만 아니면 된다.”는 수준에서 반대 의견을 가진 주민들을 견인해 내는 것이 우리의 운동이고 지향이 되어야 한다.

미-중 간의 뒷거래에 의해서 결국 한반도에 사드 배치가 상당기간 미루어졌다고 가정해 보자. 그럴 때 과연 우리는 “어쨌든 우리 지역에는 사드 배치가 되지 않았다.”고 위안을 삼으면서 “우리 운동이 승리했다.”고 평가할 것인가? 비록 ‘우리 지역’의 사드 배치를 일단 미루었지만 그 결과는 북에 대한 제재가 강화되고, 한-미-일 군사동맹은 더욱 견고해지고, 제국주의자들의 북에 대한 악마화는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 분명한 현 국제정세에서 우리는 승리를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전체 노동자 민중진영과 전쟁책동 세력 간의 대립각을 명확히 하고 ‘제국주의 침략전쟁 반대! 사드에 대한 원천적인 반대!’ 투쟁을 조직할 때만이 장기적으로 한반도 사드 배치는 물론 제국주의의 군사 동맹을 앞세운 노동자 민중에 대한 폭력과 착취를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방향 속에서 사드 반대 투쟁이 조직되고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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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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