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깃발을 들고, 남의 깃발을 동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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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에서는 가장 반동적이고 가장 사회퇴행적이며, 가장 복고적인 윤석열과 국민의당이 승리했다. 그런데 그 최악의 반동과 퇴행과 복고세력의 집권은 역사발전과 사회진보를 추구했던 정치세력이 급격하게 무너진 결과가 아니다. 점진적인 반동과 퇴행과 복고의 결과로 발생했다.
지금 노무현의 비극적인 죽음으로 망각, 외면되고 있지만, 이명박, 박근혜의 등장이 노무현정권 실정의 결과였던 것처럼, 이번 윤석열의 당선 역시 정권교체 여론이 높았던 것에서 보듯, 문재인 정권의 실정이 만들어낸 결과다.
이재명과 민주당은 선거운동 막바지에 박근혜 퇴진 촛불투쟁이 벌어졌던 청계광장 유세로 촛불투쟁에 나섰던 국민들의 과거 기억과 정서를 자극해 정권연장을 하려 했으나 문재인 정권에 실망한 국민들의 정권교체 열망을 넘지 못했다.
촛불투쟁으로 구속된 재벌 이재용과 박근혜를 석방시켜 촛불투쟁에 나섰던 사람들의 사회변화에 대한 열망과 요구를 꺾었던 것도 문재인 정권이었다.
적폐청산, 즉 이 사회의 역사적,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라는 요구와 열망을 외면한 것도 문재인 정권이었다.
문재인 정권이 촛불투쟁으로 향후 수십년 간은 집권할 수 없으리라는 극우반동 국민의힘 윤석열 정권을 창출해낸 일등공신이다.
지금 윤석열의 당선으로 많은 사람들이 급격한 패배감과 열패감에 사로잡혀 있지만 국힘/민주 양당, 윤석열/이재명의 차이는 근본적인 차이가 아니었다. 그 둘은 수사의 차이 외에 반민중성, 반노동성, 친미 친재벌이라는 근본 관점에서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윤석열은 문재인이 열어준 길을 따라 집권하고 반노동자성과 반민중성을 더 노골화할 문재인의 충실한 계승자다.
윤석열이 북에 대한 선제공격을 노골적으로 외쳤다면, 문재인은 말로는 종전선언을 외치면서도 미국 눈치보며 자기 손으로 합의한 판문점 선언과 남북관계를 파탄으로 내몰았다. 더욱이 55조나 되는 역대급 무기 증강과 향후 5년간 315조 원으로 대북적대 환경을 조성하고 참수부대 운영과 킬체인, 전략포격 사격, 전투기 200여대를 동원한 한미군사훈력으로 종전선언에 반대되는 전쟁책동을 일삼았다.

문재인의 남북관계 파탄과 대북적대감 조장이 윤석열의 선제타격 발언을 낳게한 산파이다.
박근혜가 사드 도입 결정을 내렸다면 무차별적 공권력 투입으로 소성리에서 사드추가 도입과 완성을 향해가고 있다. 문재인의 성주 소성리 사드 추가 도입에 힘입어 윤석열이 충청지역 사드 추가 배치 발언이 나오게 되었다.
윤석열의 충청지역 사드 추가 배치 주장과 이재명은 기존 배치된 사드는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근본적 차이가 있는가.
윤석열이 노조와 노동자 권리에 대해 적대 발언을 일삼았다면, 문재인은 노동존중을 내걸고 노동자의 권리를 말살했다. 윤석열이 최저임금 삭감을 노골적으로 외쳤다면, 문재인은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내걸고 역대급으로 낮은 명목 최저임금 인상으로 실질 최저임금을 인하시켰다. 비정규직 제로정책을 내세우고는 비정규직을 확대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을 누더기로 만들고 죽음의 외주화를 확대했다.
소득주도 성장을 노골적으로 반대한 윤석열이나 임금을 전반적으로 삭감함으로써 소득주도 성장과 상반되는 상황을 실행해 옮긴 문재인이나 그 실상이 다를 것은 하나도 없다.
노동이 빠진 대선이었다는 제기가 나오는 것처럼, 이재명은 자본의 선성장을 외치면서 입에 발린 소리로라도 비정규직 철폐, 정리해고, 노동악법 철폐 같은 노동자들의 사활적 요구들을 입에 내걸지 않았다.
문재인 정권의 청년 실업 증가와 소상공인들의 파산 급증, 코로나 방역을 명목으로 하는 기본권 제약, 거기에 수도권 아파트가 급상승, 부채와 빈곤의 확산은 정권교체 요구가 나오게 된 가장 큰 요인들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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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요인들은 대선에서 윤석열이 당선되고 ‘진보진영’이 참패한 주체적 요인은 아니었다.
정권교체 여론이 높으면 오히려 ‘진보진영’ 지지가 올라가야 하는데 오히려 민주당 지지로 옮아가고 ‘진보진영’ 지지는 오히려 더 축소됐다. 민주당은 이번 대선에서 패배하기는 했지만 높은 정권교체 여론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득표를 기록했다.
‘진보진영’이 명확하게 계급적, 자주적 사상으로 투철하게 무장하고 철저하게 정치적 독자성을 지키고 이 원칙 하에 단결해서 문재인 정권에 실망한 민중의 열망에 화답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남의 깃발을 내걸고, 또 누구는 자기 깃발을 들고는 남의 깃발을 동경하고, 혹은 남의 깃발을 자기 깃발로 착각하는데 누가 그들을 확고하게 믿고 그들에게 정치적 미래를 맡길 수 있겠는가.
이번 대선에 나선 ‘진보진영’은 국힘/민주 양당 체제를 극복하겠노라는 기치를 내걸었으나 실제로는 양당체제의 부속물이 되었다.
전술적으로 사퇴하지 않고 완주한 것은 부분적으로 의의가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 이상으로 자기입장을 확고하게 한 것이 아니었다.
어느 정당은 종북몰이를 등에 업고 운동을 분열시키며 성장해왔으나 계급성을 상실하고 지지확장을 위해 기층 피억압, 피착취 계급의 토대를 멀리하고 몰계급적인 국민 속으로 나아가려다 참패당했다. 스스로 계급성을 상실하고 피억압, 피착취 계급을 멀리하고 국민적 지지를 받으려 한다면 당연 국힘/양당 박빙 상황에서 당선 가능성이 더 높은 민주당으로 지지가 옮아가는 것은 당연하다.
어느 정당은 자기의 깃발을 내걸고 기층 계급에 토대를 두었으되, 자신들의 고유한 반제자주 요구를 뒤로 숨겼다. 반제자주 요구와 노동자의 요구를 분리시켰다.
국힘 비판에 주로 몰두하면서 권력을 잡고 있는 현집권세력과 민주당에 대해서는 비판을 누그러뜨렸다.
그러다보니 선거가 다가올수록 자기 깃발을 내리고 남의 정당의 깃발을 흔드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자기 깃발을 들고 있는 사람들도 자기깃발에 대한 확신을 잃고 남의 깃발을 동경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민주당이 국힘을 이기고 자신들 지지도 늘어나기를 기대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자기당원의 절반 이상이 남의 당을 찍고 동경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또 어느 당은 사회주의를 전면에 내걸었으되, 실제 휘두른 것은 전통적인 사민주의 깃발이었다.
사회주의를 내걸었으면 자본주의 생산양식을 철폐할 때만이 자신들 요구가 실현가능하다는 것을 부단히 선전, 폭로해야 하는데, 자본주의 내에서 실현가능성을 보여주려고 하다보니 실제로는 사민주의가 되었다.
게다가 그들이 내건 사회주의는 수억, 수십억 진보적 인류가 사회주의 혁명을 통해서, 민족해방투쟁을 통해서 만들었고 지금도 만들고 있는 현실 사회주의에 대해 부정하고 왜곡하는 “민주적 사회주의”로 반공반북 사회주의였다.
남의 깃발을 자기 깃발로 오인하고 남의 깃발을 휘둘러댔던 것이다.

3

이번 대선은 다시금 보여주었다. 자기깃발을 확고하게 내걸 때만 그 깃발 밑으로 결연한 기층 계급들이 결집할 수 있다는 진리를 깨닫게 해주었다.
자신의 계급성, 자주성이 확연하게 새겨진 자신의 깃발을 확고하게 내걸어야 한다.
자기의 계급적, 자주적 사상으로 투철하게 무장하고 주체들을 단련시켜야 한다.
사상무장을 한 중핵들을 중심에 세워 이들이 각급 대중운동에 개입하고 대중운동을 혁명적, 전투적으로 재편하도록 해야 한다. 이 대중운동으로부터 새로운 새로운 전투분자들을 발굴하여 끊임 없이 확장해 들어가야 한다.
국민여론이 아니라 기층 계급에 확고한 토대를 두고 지지를 확장해 들어가야 한다.
기층 피억압, 피착취 계급의 이해를 충실하게 대변하고 이 이해를 침범하는 외부의 누구에 대해서라도 분연하게 맞서 투쟁해야 한다.
가장 반동적이고 가장 사회퇴행적이고 가장 복고적인 윤석열의 당선은 다시금 박근혜 시대로 돌아가 전면적인 투쟁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들고 있다.
물론 세력관계가 있고 박근혜 퇴진투쟁의 경험을 기억하고 있기에 윤석열이 자신의 공언만큼 아무런 제어 없이 공세를 취할 수는 없겠지만 윤석열은 노조적대감, 대북적대감에 사로잡혀 노동자들과 반제, 통일 요구를 매도하여 사회적으로 고립시켜 놓고 자신들 의지를 관철해 나갈 것이다.
문재인의 실정에 대한 대중적 분노로 윤석열 집권의 시대가 열렸지만, 윤석열은 문재인의 반노동자성, 반민중성을 더 노골화할 것이기에 이에 맞서는 전면적 저항은 필연적이다. 그런데 가장 끔찍한 것은 윤석열이 집권하게 된 것보다 윤석열 정권에서 격화될 투쟁이 다시금 이재명과 민주당에 대한 정치적 기대를 되살리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촛불투쟁처럼 대중투쟁의 성과를 정치적으로 수렴할 정치적 구심이 없으면 다시 그렇게 반복된다.

5년 뒤에 또다시 정권교체 요구가 대두되어 이재명이나 민주당 대선후보가 윤석열의 대안으로 부각되어 양당 체제가 지속되는 것을 중단시켜야 한다.
더 이상 그러한 행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제부터라도 정치적 자주성을 날카롭게 세워야 한다. 기대와 실망, 정치불신, 혐오로 점철된 이 양당체제가 사실 자본주의 정치체제의 본질임을 대중적으로 폭로해야 한다.

혁명적인 자기의 정치적 깃발을 확고하게 하고 자기 깃발 주위로 민중을 결집시켜 민중의 정치적 지지를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러한 정치적 과제를 확고하게 인식하고 결연하게 수행해나갈 혁명적 주체형성으로부터 다시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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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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