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비론을 구사하며 양비론이 아니라 강변하는 노동자 연대의 기묘한 양비론

(2016년 2월 10일)

<노동자연대>는 북의 광명성 4호 위성 발사 관련해서 2016년 2월 7일 “북한 로켓 발사를 핑계로 한 사드 배치는 한반도를 더 위험하게 만들 것이다.”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에서 <노동자연대>는 북의 인공위성 발사 관련해 제기되는 양비론을 비판하고 나섰다.

“일부 진보·좌파는 북한이 더 문제라고 보거나 한.미.일 동맹을 대등한 수준에서 비판한다. 북한 핵개발과 로켓을 분명 지지할 수 없지만 이런 공평무사 양비론은 실천에서 미국 제국주의와 한국 정부의 친제국주의 정책을 단호하게 반대하는 데 어려움을 줄 것이다.”

<노동자연대>가 “북한이 더 문제라고 보거나 한·미·일 동맹을 대등한 수준에서 비판”하는 “일부 진보·좌파”의 양비론을 비판한 것은 제국주의에 놀아나는 반북 ‘좌파’, 반북 ‘진보’가 판을 치는 상황에서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노동자연대>는 여전히 자신이 비판하는 “일부 진보·좌파”의 양비론의 틀 속에 갇혀 양비론을 비판하는 기묘한 양비론을 구사하고 있다.

북의 핵시험이나 위성 발사 관련해서 “북한이 더 문제라고 보거나 한·미·일 동맹을 대등한 수준에서 비판하는” “일부 진보·좌파”의 양비론은 미제와 박근혜 파쇼 권력에 봉사하기 때문에 심각하게 비판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한·미·일 동맹을 대등한 수준이 아니라 더 집중적으로 비난한다고 해서 양비론의 일종이 아닌 것은 아니다.

<노동자연대>가 평소 북을 타도해야 할 착취체제, 반동체제인 ‘국가자본주의’라고 보기에 “북한 지배관료”라고 표현한 부분이 이들의 대북관의 본질적인 부분이기는 하지만 여기서는 문제삼지 않겠다. <노동자연대>는 위 성명에서 이렇게 주장한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북한의 로켓발사를 지지하지 않는다. 인공위성 발사체와 미사일 발사체 사이에 본질적 차이는 거의 없다.”

미제국주의와 ‘한국 정부’를 비난하면서 동시에 <노동자연대>가 제기하는 위 주장이 전형적인 양비론이다. 심지어 이러한 양비론은 일련의 양비론이 그러한 것처럼, 핵독점 체제를 유지, 강화하고 북봉쇄와 말살정책을 구사하는 한편 사드배치 기도를 통해 전쟁책동을 벌이는 미제국주의를 중심으로 하는 한·미·일 반북 동맹에 봉사한다.

미제와 박근혜 파쇼 권력은 <노동자연대>의 성명 제목처럼, “북한 로켓 발사를 핑계로 한 사드 배치” 시도를 하는데 “인공위성 발사체와 미사일 발사체 사이에 본질적 차이는 거의 없다.”는 주장이 저들의 터무니없는 ‘핑계’와 일치하고 그로 인해 사드 배치 시도와 전쟁 기도를 정당화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노동자연대>는 맑스주의를 참칭하지 말아야 한다. 진정한 맑스주의자는 북의 성공적인 인공위성 발사를 “지지하지 않는” <노동자연대> 입장에 동의하지 않을 뿐더러 규탄한다.

“인공위성 발사체와 미사일 사이에는 본질적 차이는 거의 없다.”는 <노동자연대> 입장은 바로 새누리당, 국정원과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파쇼언론의 입장과 같다. 보시라! 조선일보는 국정원 발표를 가지고 이렇게 주장하고 있음을.

“정보위 여당 간사인 이철우 의원은 ‘이번에 탑재된 무게가 200kg인데 위성이 되려면 적어도 800-1509kg 정도 돼야 한다. 우리 아리랑 3호도 1109kg 탑재했다.’며 ‘200kg 정도를 탑재했기 때문에 위성으로서는 가치가 없고, 탄도 미사일로 봐야 한다.”(안준호 기자, 국정원 “북 발사체는 위성 아닌 탄도 미사일로 보아야, 5차 핵실험 상시 준비 중, 조선일보, 2016/02/07)

자신들이 일방적으로 정한 발사체 앞 위성 무게를 가지고 위성 아닌 발사체로 강변하는 건 파렴치한 강도 논리다. 저들은 위 논리를 가지고 북이 발사한 발사체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고 강변하며 인공위성 발사를 규탄하며 국제적 제재로 북을 고립시키려 하고 있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은 국회에서 규탄결의문을 ‘더불어’ 통과시키는 찰떡같은 반북공조를 과시하고 있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종북몰이 공세에 굴복, 동조했던 한·경·오 등 소부르주아 신문도 뒤질세라 앞 다퉈 반북 공세에 동참하고 나서고 있다.

“발사체에 위성을 실으면 위성 발사체고 핵탄두를 실으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되는 것이다. 문제는 발사 주체가 바로 한 달 전 핵실험을 마친 북한이라는 것이다.”(김시연 기자, 위성이냐 미사일이냐 되풀이 되는 의문, 오마이뉴스, 2016.02.03)

이처럼 제국주의와 그 주구들이 어김없이 전개하는 논리가 발사체에 앞에 미사일 탄두를 장착하면 인공위성이 미사일로 전용된다는 것이다.

그럼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핵을 가지고 있고 가장 많은 핵실험을 하는 미제국주의는 이렇게 전용하지 않는단 말인가? 누가 하면 세계 평화 도구요, 누가 하면 전쟁 파괴 무기인가? 누가 인공위성과 미사일 전용 가능성을 일방적으로 판단하는가? 세계의 경찰, 미제국주의가 그것을 판단하는가?

“인공위성 발사체와 미사일 사이에 본질적 차이는 거의 없다”는 이유로 위성 발사를 비난한다면, <노동자연대>는 한 달 전 북의 핵시험을 규탄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양비론 반대는 도대체 어디로 가는가? <노동자연대>가 비판하는 노동당 같은 반공’진보’ 양비론 세력들도 북을 규탄하면서도 적어도 미제주의와 박근혜 정권을 균형적으로 비난하기는 한다.

결국 <노동자연대>는 양비론을 반대한다면서 양비론을 구사하는 기묘한 양비론에 빠져 있다. 제국주의 지배체제와 파쇼권력의 테러방지법 제정으로 파쇼지배체제를 강화하는 파쇼권력에 봉사하는 것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그러한 기묘한 양비론에 빠져 있는 것이다. 맑스주의자는 이러한 참칭 맑스주의자들을 규탄한다.<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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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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